우식 : 야…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냐?
소현 : 있잖아, 너랑 나처럼.
우식 : 야, 그거 다 남녀 사이 애매하고 알싸한 감정 가진 걸 남사친, 여사친이란 단어로 포장하는 거라니까?
소현 : 뭐, 그러면 너랑 나는 뭔데?
우식 : (고개 땅으로 내리고 뜸 들이는) …어?
둘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흐른다.
우식 : (소현의 얼굴 손으로 훑으며) 뭐긴, 새꺄. (자리를 뜨려다 돌아서는) 연애는 남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너가 힘든 연애면 그만해도 돼.
--- pp.38~39
정우 : (생각하다가) 소현이는 자존감이 낮았어.
우식 : 아니, 소현이 말고….
정우 : 그게 진짜 처음엔 보살펴주고 싶고, 곁에 있어주고 싶고, 그렇다? 근데 그것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자존감 그거 누가 채워주는거 아니다? 스스로 채우는 거지.
우식 : 형.
정우 : 어?
우식 : 여기저기 전여친 뒷담 까는 거, 그거 되게 없어 보여요.
--- p.113
연희 : 내 돈가스 잘라주는 남자는 남편감 아닌가.
소현 : 결혼하자는 거지, 그거는.
연희 : 아니, 그 오빠가 내 주부 습진을 왜 걱정해주지?
소현 : 시그널이지.
연희 : 그치, 근데 썸 타는 사람 있대. 다들 나한테 왜 그러냐, 진짜. 감정 소모하는 거 지긋지긋하다.
소현 : 의미 없이 다정한 거, 그건 이제 범죄라고. 싸그리 다 잡혀 들어가야 한다고.
--- p.182
우식 : (생각하다가) 선배님, 근데 그거 아세요?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한테 비쳤을 때, 그거 되게 거슬리는 거.
민아 : 뭐? 하, 참나.
우식 : 자신의 결함마저 사랑하는 게 진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겁니다.
민아 : 뭐래.
--- p.212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싫은 사람이 좀 적었으면 좋겠다, 내 결핍이 건드려지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나 스스로를 좀 더 채워봐야겠지. 미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겠지.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과 화해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상대를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나를 좀 더 좋아하는 데 힘을 쏟고 싶었다.
--- pp.232~233
나은 : 넌 자아 성찰 좀 그만해. 일기장도 갖다 버리고. 괜찮아,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소현 : 그런 거야? 넌 내가 그러면 안 싫어?
나은 : 여기 뭐 빌런이 한두 명이냐? 다 하자 있어. 그냥 실수하더라도 너답게 행동해, 괜찮으니까. 누구인 척하는 거, 그거 어차피 다 들통나.
--- p.246
유진 : 그냥 뭐 담임 욕하고, 추억 팔이했지. 고1 때 걔랑 진짜 친했었는데, 이번에 만나니까 이상하게 거리감 느껴지더라. 걔 회사 얘기하는 거 리액션만 해주다 왔어.
혁 : 나도 저번에 내려가서 친구들 만났는데 옛날처럼 막 재밌진 않더라, 대화가. 이제 굳이 안 만나려고.
유진 : 그렇게 친구가 다 사라지는 건가. 그러고 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우리, 친구 얼마나 많았냐. 근데 이젠 다 어디서 뭐 하는지도 모르겠어.
혁 : 그러게~ 언젠가 우리도 멀어지겠지?
--- p.291
보라 : 그냥 좀, 솔직히… 나도 되게 내향적인 성격인데 밖에선 막 억텐 올리려고 하거든. 근데 너는 되게 네 모습 그대로 사는 것 같아서. 나는, 내 성격 고치고 싶어서 밖에 있을 때 내가 아닌 척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
우영 : 아, 알지. 그러고 집에 가서 바로 뻗잖아.
보라 : 오, 맞아, 맞아. 혼자 있어야 에너지 충전되는 느낌.
우영 : 맞아….
보라 : 너는 성격 고치고 싶었던 적 없어?
우영 : 있었지. 있었는데 뭐,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는, 나로 괜찮다.
--- p.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