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음력 3월 생. 현재 천리안 'FANTS'에서 kouwoox란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다. 99년 『라그란트 대륙전기』연재를 시작으로 판타지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2000년 『절대종사』연재, 2001년『조용한 서점』『뇌(雷)』를 연재하였다. 2001년『라무네지아 꽃 향기』를 출간.
피가 튀겼다. 아니, 피가 파도처럼 사방으로 몰아쳤다. 새하얀 갑옷 차림의 기사가 휘두른 검에 그 기사와 대적하던 수명에서 십여 명의 기사들이 집단처럼 잘라져 나갔다. 여기저기 새하얀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 차림의 기사들에 의해 치가 파도처럼, 그리고 폭풍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은빛으로 빛나는… 어딘지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기사들의 모습은 그러나 동화 속에 나오는 악마의 그것처럼 전신이 조금씩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악마처럼 기사들과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광경에, 겁에 질린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달려갔지만 허사였다. 조금이라도 멀어졌다고, 이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도 갑자기 몸이 갈라지고 내장이 쏟아지며 분수처럼 피를 쏟았다.
저벅. 저벅. 한 명의 기사가 천천히 다가왔다.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는 기사였다. 또 몸 이곳저곳엔 사람들을 죽일 때 묻은 것 같은 내장 조각이며 뇌수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꺄아아아아~ 절로 비명이 나와야겠지만, 그것은 머리 속에서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벌어진 입은 그저 벌벌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도망쳐야겠다고,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가씨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으셨더라도… 우리들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흡사 악마 같던 기사가 어리디어린 여자 아이로 변하며 원망 섞인 말을 토했다. "아가씨께서… 아가씨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렇게 된 겁니다." 겁에 질려서 도망치기 바빴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어린 여자 아이로 변하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가씨 때문이에요……." "아가씨 때문이에요……." 하나둘씩 어린 여자 아이로 변한 사람들이 점차 몰려들었다. 그들 모두의 눈망울엔 수치와 분노, 증오와 분노, 증오와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