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누가 당신 따위의 딸이라는 거야? 남의 미래를 멋대로 망치지 말아! 그리고 네놈보다느 내가 머리가 훨씬 좋아. 누가 미련해?!"
"에피! 입 다물어! 원래 높은 분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게 예절이야!"
"네놈 같은 밑바닥 인생이 높은 분을 만날 기회가 어디 있다고 사기치는 거야? 평생 동안 진흙탕 속에서 뒹굴던 인생인 주제에!"
에피라는 여자가 지르는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튜멜은 당장이라도 시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 지르려는 욕구를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었다. 레이드는 딸이라는 에피의 독설에도 그저 허허 웃으며 사람 좋은 농부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되었든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건 보기 안 좋아요."
한 걸음 물러선 위치에서 입을 다물고 있던 레미가 튜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태껏 검은 겨눠 들고 있던 튜멜은 레미의 손길에 흠칫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헛기침을 하면서 검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부녀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레이드는 잠시 동안 물끄러미 레미를 응시했다. 레미는 되려 의아한 눈으로 레이드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되묻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