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에 태어나 예일여고와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글과 그림, 다양한 방면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 M. 스코트 펙의『끝나지 않은 길』, 이영도의『드래곤 라자』, 무라카미 하루키의『스푸트니크의 연인』, C.S.루이스의『나르니아 연대기』, 문교부 편찬『국어교과서』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작가는 서머셋 모옴, 르귄과 로저 젤라즈니, 미하엘 엔데의 글들도 차례차례 섭렵 중에 있다.
엘야시온 가디엘은 자기 침실의 커튼 사이로 유리 궁전을 하나 둘 떠나는 마차들을 보고 있었다. 마차에 달린 램프의 불빛이 멀리 마차의 궤적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그는 겐트온과 나눈 대화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었고, 동시에 오늘 아침 루 드랫이 말했던 내용도 떠올리고 있었다.
저의 일상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변하지 않았죠. 평범한 마노테온의 일상.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일상일 것입니다.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런 것이었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마노테온'이 아니라, '변하지 않을 일상'이었다. 엘야시온 가디엘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사실 그는 자이온을 떠날 때도 그렇게 말했는데......
아니오, 엘야시온님. 저의 마음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엘야시온 가디엘은 커튼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천천히 침대로 향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그렇다면, 어떻게 그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하는 의문들. 그런 것들과 함께 하루 종일의 피곤이 그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가디엘은 힘없이 웃었다. 황금의 맹세... 그래, 루 드랫. 너는 정말로 루이티온답다. 너는 루이티온이니까 당연한 것이지. 세월조차도 너의 마인드 컨트롤은 깰 수 없었다고? 그렇다면 도대체 난 무엇으로 너의 마음을 깨뜨려야 할까? 가디엘은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다. 지금은 결코 모르겠어. 하지만... 내일이 오면... 내일 이곳으로 온 너를 만난다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구나.
가디엘은 시종들이 따뜻하게 데운 침대로 들어가 거기에 깊숙이 몸을 뉘었다. 그때까지는 조금 쉬고 싶다, 루 드랫. 정말, 긴 하루였어...... 가디엘은 곧 깊게 잠들었고, 짙은 먹구름이 낀 밤엔 곧 이어 하나둘 눈송이가 흩날렸다. 잠든 가디엘의 귓가엔 누군가가 잊혀진 비밀을 속삭이는 듯, 어떤 나이트메어가 그의 귓가에 낮은 숨결을 불어넣는 듯,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가씨, 이런 밤 흰 장갑을 내밀며 유혹하는 꿈과 같은 미남자라는 것은 말이지- 힐라토에서는 바로 '그들'을 말하는 거야- 붉게 흐르는 저주를 뒤집어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죽음으로의 안내자...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영혼을 사로잡고, 가두며, 할퀴어대는- 태고의 모든 밤부터 존재했던 생명들의 원수. 그들을 조심하게나. 그들, 흡혈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