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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상
중고도서

위험한 상상

김다은 | 이룸 | 2000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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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148*210*20mm
ISBN13 9788987905259
ISBN10 898790525X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이 많고, 상품과 부속품에 손상이 있는 상품
  •  판매자 :   올드타임 서점   평점5점
  •  특이사항 : 2000년 9월 4일 출간겉표지 사용감 있음테두리 직인 및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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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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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폭발적인 관심과 경멸 속에서 그는 법정에 섰다. 이미 직업과 명예와 건강을 잃어 황폐해지고 망가진 상태였으나 그는 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련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때로 논리적으로, 때로 미친 듯이, 때로 절망적으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절규하는 목소리보다 침묵하는 수정이의 일기장에 진실의 무게를 더 실어 주었다. 결국 그는 자살방조와 성희롱으로 10년 형의 징역을 선고 받았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으면서 마지막 남긴 말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일기장에 누가 거짓을 기록하겠습니까?'
--- p.21
새벽 5시만 되면 귀자는 어김없이 일어났다. 귀자 혼자서 갈비에 마술의 힘을 불어넣는 신성한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貴子 갈비'가 유명해진 것은 귀자의 특이한 요리 비법 때문이었다. 귀자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돼지 갈비를 다듬고, 마늘과 양파 등 여러 가지 양념 재료들을 준비시킬 뿐 정작 그 양념들의 배합 방법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작년에는 그 양념의 배율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숨어든 첩자까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 듯 귀자 갈비의 비법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식당과 똑같은 양념 재료를 쓰지만 '貴子 갈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의 비밀은 코카콜라에 있었다. 코카콜라를 섞은 양념이 잘 다져진 갈비를 몇 시간 담가두면 되는 것이었다. 콜라의 빛깔이 스며든 고기에 불기가 가해지면 진홍색으로 윤기가 나면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변해간다. 콜라의 발효 능력 때문에 고기는 부드러워져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 '貴子 갈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맛의 종독성에 있었다. 한번 콜라에 길들여진 사람은 그 뒤로 갈증이 나기만 하면 계속해서 콜라를 찾게 되듯이, 콜라를 충분히 흡수한 '貴子 갈비'는 사람들의 입맛을 중독시켰다.

귀자는 본점과 체인점에서 쓸 엄청난 갈비들을 통 속에 담아넣었다. 그 통도 귀자가 고안해서 제작케 한 것인데, '貴子 갈비'의 비밀을 간직하기 위해 규정 시간이 되기 전에 뚜껑을 열면 고기맛이 떨어지므로 절대 열지 말라는 경고의 문구를 뚜껑에 새겨 넣어 놓았다. 이 20통의 갈비들 중에 거의 반이 귀자가 직접 운영하는 본점에서 소화되고 나머지는 체인점으로 실려 나갔다. 본점에 직원들이 하나 둘 나오는 8시 쯤이면 콜라는 이미 고기 속으로 흡수되어 그누구도 貴子 갈비 맛의 진실을 눈치챌 수 없었다.

그 엄숙한 새벽 시간이 끝나면 오전은 귀자만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차를 몰고 헬스 클럽에 갔다. 처음 그녀가 헬스를 찾게 된 것은 부근의 돈 많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자들을 사귀면서 '귀자 갈비'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점점 높아지는 배 높이도 높이거니와 하루 종일 돼지 갈비 냄새를 맡고 지내다 보면 왠지 몸 전체에 갈비 양념 냄새가 밴 것 같아 수영장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pp.172~173
도대체 무슨 비밀을 보장해 준다는 거요? 당신이 내 무슨 비밀을 알고 있다고 비밀 비밀 하는 거요?' '교수님도 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무슨 교수님의 비밀을 알겠습니까?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보험에 관한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이 보험에 드시면 그 사실이 비밀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이 보험에 드시면 그 사실이 비밀 보장된다는 뜻입니다.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보험금을 노릴 수 없는 보험입니다.'

'생명보험인 모양이군요.' '아닙니다. 비밀 보험입니다.' '비밀보험?' '네. 사람들은 적어도 한 가지씩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이 노출되면 아주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그 비밀이 탄로 났을 때 보상 받을 수 있는 특별 목적 보험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보험이 있을 수 있습니까?' '보석이 있으면 그 보석을 보험에 드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그 보석을 분실하면 당연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밀도 탄로 나면 손해를 입게 되니까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지요.'
--- p.
1년 2개월 동안 고통과 어둠 속에서 혼자 지내던 E.E.에게 노부인은 다시 찾아 왔다. 노부인은 E.E.에게 아주 성대한 전시회를 준비해 주겠다며 아들과 결혼해 달라고 사정했다. 서로 사랑할 때는 잔인하게 떼어놓던 노부인은,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그녀에게 죽음이 예정된 아들과 결혼하라고 했다. 그때 E.E.는 이미 1999년 화랑 관장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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