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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영선
*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빠
어른들은 무슨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하고, 걱정하고, 근심에 싸여 괴로워한다. 오스콥의 아빠도 다르지 않다. 세금고지서를 뒤바꿔서 잘못 처리한 아빠는 ‘엄마가 집을 비우는 사이’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은행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아빠가 맨 먼저 한 일은 커다란 느릅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고민 끝에 아침, 점심, 그리고 간식으로 오트밀을 먹자는 대책을 내놓는다. 아들 오스콥은 돈 없이도 엄청 재밌게 놀 수 있다고 하지만, 아빠는 늘 자기가 돈을 내주기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그때 오스콥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지하실에 있는 빈 깡통을 모아 마음씨 좋은 아저씨한테 팔면 어떨까? 이후로 두 부자의 이틀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모험으로 가득 찬다. * 바다낚시, 근사한 점심, 덴마크 여행 그리고 슬롯머신 대박까지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바다낚시를 제안하고 아빠는 여전히 큰소리(만)치며 바다낚시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오스콥은 낚은 생선을 정전 때문에 신선한 생선을 구할 길이 없어 막막해 하고 있던 요리사에게 준다. 아빠는 오트밀을 대신할 생선이 없어져 진짜 진짜 화를 내지만 곧 요리사가 자신의 식당으로 초대하자 기분이 풀린다. 아빠와 오스콥은 배불리 먹고는 빈둥빈둥 돌아다니다가 차를 배에 싣지 못하고 끙끙대는 사람을 만나 도와준다. 미처 배에서 내리기 전에 유람선이 출발하고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하게 된 아빠와 오스콥. 아빠는 다시 ‘진짜’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끙끙댄다. 제복을 입은 승무원에게 꼼짝없이 걸린 순간! 아까 도와줬던 차 주인을 만나 덴마크 여행의 호의를 받는다. 둘은 배에서 신나게 논다. 트램펄린이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액션 영화도 보고, 바닷가재 요리와 러시아산 캐비아까지 먹으면서. 게다가 그냥 당겨 본 슬롯머신에서 일등도 먹는다. *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순 <아빠가 빈털터리가 됐어요!>는 발랄한 글과 재미있는 설정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롤러코스터 같은 반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곱 살 오스콥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우습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시종일관 보여준다. 아빠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늘 얘기했지만, 막상 돈이 없자 달라진다. 돈이 없이 어떻게 재밌게 노냐면서. 진짜로 화를 내는 일이 없다던 아빠는 오트밀을 대신 할 생선이 없어지자 진짜 진짜 화를 많이 낸다. 슬롯머신을 하려던 오스콥을 아빠는 돈 잡아먹는 기계라며 말리다가 도박이 어떤 것인지,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며 마음을 바꾼다. 그리고 오스콥이 대박을 터트리자, 일등이라며 소리 지르며 활짝 웃는다. * 아이들은 어리지 않다 주인공 오스콥은 전편 <아빠 팔이 부러졌어요!>에서도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아빠 대신 가사의 전권을 잡은 적이 있다. 아빠는 그때 개똥을 밟고 미끄러져 팔이 부러졌었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아빠를 대신해 오스콥은 집안일들을 훌륭히 해 냈었다. 물론 감자칩과 젤리, 초콜릿을 실컷 먹기도 했지만. 작가는 전편에 이어 아빠를 어쩔 수 없는 상태(팔에 깁스를 하거나, 빈털터리가 되거나)로 만들어 아이가 혼자서 일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어리지 않으며, 아이들만의 생각과 방식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