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2009년 단편소설 〈치즈버거〉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2년 한국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60억 할머니의 소동극으로 그려낸 장편소설 《할매가 돌아왔다》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오쿠다 히데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첫 장편임에도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판권이 모두 계약되는 등 이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에서는 주먹과 성적이 전부인 대한민국 학원가를 접수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침쟁이 아저씨가 나선다. 개떼까지 끌고 다니는 이 ‘개간지 아저씨’는 똑똑해지는 침을 놓는다는 소문부터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소문까지 달고 다닌다. 그가 여기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폭력과 무한경쟁에 노출된 우리를 자유롭게 할, 2014년 최고의 유쾌 감동 성장소설을 만난다.
“저는 세상의 모든 폭력이 너무 무섭고, 정말 싫고, 그래서 끝까지 그 폭력에 대해 떠들어 대고 싶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궁금하겠지. 저게 혹시 도망은 치지 않을까? 선생을 찾아가거나 경찰을 부르진 않을까? 저 시선들은 내가 다리 밑에 도착할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 붙을 것이다. 저들은 물론 노는 애들이 아니다. 노는 애들을 경멸하고 그 애들 하는 짓이 불쾌한 평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저 시선들은 분명 노는 애들보다 더 잔인하게 날 감시하고 있다. 내가 오늘 말 그대로 아작 나길 바라며 행여 ‘끝장 보기’에 차질이 생길까 초조해하고 있다. 내게 세상은 바로 저 시선들이다. _16~17쪽
“도사라고도 하고, 조폭 두목이라고도 하고, 탈북자라고도 하고, 개장사라고도 하고, 주님의 천사라고도 하고, 박수무당이라고도 하고.” 그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커피를 마셨다. 쓰면서도 달콤했다. “다 맞는 소린데. 어린 시절 북에서 지하교회에 다녔으니 주님 천사도 맞고 북에서 왔으니 탈북자도 맞고 여기 와서 깡패생활도 했고 무당 짓도 했고 개장사도 했고 산에서 일 년 가까이 도를 닦기도 했지.” 난 놀랐다. 놀란 내 표정을 보고는 그가 다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이번엔 주방 남자까지 인상을 쓰며 눈치를 줬지만 그는 웃음을 쉽게 멈추지 않았다. “미안, 당연히 농담인데 그걸 그냥 믿다니.” 79~80쪽
처음 화장실에서 빽또에게 구타를 당하기 전까지 내게 폭력은 그저 티브이나 영화, 컴퓨터 게임 속에서나 존재했다.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 엄마 몰래 이모와 함께 본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망치 하나로 수십 명을 때려눕힐 때 난 폭력의 미학을 느꼈고 ‘미션임파서블3’에서 톰크루즈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총을 난사할 때 그 예술적 동작에 흥분했었다. 실제로 당한 폭력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폭력엔 어떤 미학도 어떤 예술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는 다 사기였고 기만이었다. 폭력은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역한 냄새와 구토, 일종의 똥과 같은 것일 뿐이었다. 267쪽
먼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숯을 피울 때 같기도 하고 종이를 태울 때 같기도 한 냄새였다. 다음엔 열기였다. 뜨거운 바람이, 한 여름 불볕더위를 머금은 것 같은 더운 바람이 불어와 우리 일행을 휘감았다. 그리고 보았다. 산 너머가 온통 붉은 빛이었다. 바람을 타고 불이, 거대한 불과 검은 연기가 ‘탁탁’ 나무와 풀이 타는 소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불을 놓다니. 겨우 개들을 잡으려고. 미친놈들.” 하필이면 바람이 서편으로 불었다. 불길과 검은 연기와 소음은 점점 더 속도를 올리며 빠르게 반대편 산을 올랐다. 뒤에는 경찰이었다. 손전등 수만 봐도 수십 명은 될 것 같았다.
학업성적에 대한 욕망을 통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어린 화자의 입을 통한 교육현장의 여러 이야기가 사회 곳곳을 재미있고도 유머러스하게 찔러댄다. 한국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순원(소설가)
교육의 주제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아니라 ‘얼마짜리가 되는가’이고, 내 아이 교육문제의 강박증은 보수와 진보의 경계마저 허물었으며,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된 지도 한참이지만 그런 모든 참상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감추어진다. 그 희한한 풍경은 교육문제와 아이들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정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파헤치려다 논설이 되어버리거나 파헤친답시고 변죽만 울리기 십상인 그 정체를 짜릿하게 파헤친 작품.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