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덥지도 않은 파리의 날씨가, 그곳의 공기가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다. 거기에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맑은 하늘까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눈이 부셔 찡긋 했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이 별 게 아닌 지도 모른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나뭇잎 하나가, 코끝을 잠시 스친 그곳만의 향기가, 뺨에 와닿은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찰나의 행복을 만들어주고 이런 작은 순간이 모이고 모여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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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는 예쁜 숍도, 세련된 사람들도, 구석구석 숨겨진 공원도, 멋진 뮤지엄도 많다. 엄청난 보물들이 숨겨져있다. 비어 있는 가게마저 멋져 보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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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무슨 꽃이냐 싶겠지만 꽃 한 다발을 사서 책상에 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테이블에 꽃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여행자의 마음이 아닌, 진짜 이곳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생활자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가끔은 여행지에서도 나만을 위한 조그마한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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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 짧은 일정이었다면 일요일도 부지런히 다녔겠지만 긴 시간을 예정하고 파리를 왔기에 아침엔 시장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집에서 편히 쉬다가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사람 구경도 하며 여유로운 일요일을 보냈다.
여전히 파리 여자들은 예쁘다. 파리지엔의 패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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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게, 파리를 왜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파리의 공원’이었다. 나는 산책도 하고, 수다도 떨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그들의 공원 문화가 부럽다. 동네마다 있는 작은 공원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졌다. 꼭 특정 공원, 특정 빵집이 아니어도 된다. 아무 공원에 나 앉아 근처 빵집에서 산 평범한 바게트를 먹는 그들의 일상이 내겐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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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걷는 걸 좋아하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는 거리 풍경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그들에게는 일상일지 모르지만 건물, 거리, 카페, 시장, 우체통, 빵집마저도 우리에게는 모두 새로운 것들이었다.
우리에게 여행이란 ‘걸으면서 배우는 새로운 풍경’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대화와 표정, 그들이 입는 옷과 신발, 점심에는 무얼 먹는지, 카페에선 뭘 마시는지… 모든 게 궁금하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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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길에서 만나는 우연한 작품들 때문이다. 그냥 붙어 있는 브랜드 포스터마저 예술 작품 같고 지하철에서 전시 중인 사진전까지 멋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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