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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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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대접하는 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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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44g | 135*200*10mm
ISBN13 9791160806557
ISBN10 1160806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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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중학생 때까지는 호메로스나 다름없었다. 내 손으로 빨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돌돌 말린 양말을 아무렇게나 벗어 놓고 땀에 젖은 교복 셔츠를 빨래 바구니에 처박아두기 일쑤였다. 빨래하는 엄마를 보면서 힘들거나 피곤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던 유일한 세탁기는 미국의 록밴드 소닉 유스의 9번째 앨범 《Washing Machine》뿐, 그렇다고 시를 쓰지는 않았지만…….
가끔가다 세탁기를 돌리기는 했을 것이다. 다 된 빨래를 널고 마른 빨래를 걷기도 했겠지. 엄마가 시켜서, 마지못해, 선심 쓰듯이, 억지로 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누구의 옷도 아니고 내 옷인데도!
--- p.46, 금정연 「제 세탁 인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중에서

이를 위해 ‘만들기’를 중요한 습관으로 삼았습니다. 일상의 만들기는 취미보다는 살림에 가깝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망가진 것을 직접 수리하면서 내가 느끼는 일상의 불편을 하나씩 줄여 가는 것입니다. 일상의 만들기는 적극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려는 다정한 노력이지요. 내 물건, 내 자리, 내 방, 내 집이 괜찮은지를 수시로 살피면서 ‘불편하지 않은가?’를 묻고, 조금이나마 개선할 방향을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 p.60, 모호연 「사서 쓰기와 내가 만들기 사이의 균형잡기」 중에서

식물은 내가 바쁘든 말든, 우울하고 외롭든 말든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햇볕과 물과 바람을 요구한다. 만약 식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이다. “야, 물 줘!”
다행히 말없는 그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신경 써서 조절하고, 흙이 말랐는지 축축한지 체크하고, 누렇게 마른 잎을 정리하는 사이 마음이 살금살금 연해진다. 머릿속을 온통 사로잡았던 온갖 골치 아픈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식물은 그렇게 나에게 쉼표가 되어 주었다.
--- p.96, 신예희 「정신을 차려 보니 식물러가 되어 있었다」 중에서

잘 먹고 잘 쉬는 일이 삶의 메인이다 보니, 배달 음식만으로는 그다지 유쾌하지가 않다. 게다가 배달로 받은 일회용기를 씻고 버리는 것도 일이다. 한 끼만 주문한 것뿐인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몇 개나 생기는 걸 보면 추가 달린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 번뿐인 쓰임으로,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언제까지든, 어쩌면 내 삶보다 길게 나뒹굴 얇은 그릇들. 이런 걸 생각하면 진짜 좀 미칠 것 같다. 바쁜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배달 음식이지만, 이런 밥이 지속되면 죄책감이 상당해서 똥 싸는 일조차도 죄스러워진다.
--- p.146, 임진아 「집과 함께 숨 쉬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남길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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