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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중고도서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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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90g | 130*200*15mm
ISBN13 9791190254014
ISBN10 119025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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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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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토다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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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1년쯤 지나니까 그러더군요. ‘당신 사람이 변한 거 같아’라고요. 그러고는 점점 같이 있는 시간이 줄면서 방 안에 틀어박혀 가상현실에만 접속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에 빠진 줄 알았는데, 얼마 전 그 캐릭터의 모습을 보고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건 바로 나였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 전의 내 모습이요. 입은 옷이며 머리 스타일이며 말하고 행동하는 게 다 결혼 전의 나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거였습니다. 들킨 다음에 그러더군요. ‘내가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 하는 건 그때의 당신이야. 지금의 당신은 사람이 변했어!’
--- p.24

모두의 예상대로 불편부당한 인공지능의 판단에 격렬한 저항이 일기 시작했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원칙이 인공지능에 의해 철저히 관철되기 시작하자, 그동안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온갖 영향력을 동원해서 가벼운 처벌만 받곤 했던 기득권층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과 밀착관계에 있거나 그 자신 기득권층에 속하는 숱한 학자며 언론인 등이 인공지능 판사가 오히려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며 목소리를 쏟아냈다.
--- pp.41-42

강한 인공지능이 롤모델로 삼고 벤치마킹할 대상은 결국 인간의 역사라는 거대한 문화의 빅데이터이다. 그 안에는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도 많다. 인간과는 달리 깔끔한 수학적 아름 다움을 추구하는 인공지능이 과연 그 모순과 부조리를 어떻게 해석할까? 인간이라는 변수를 제거하지 않고는 명쾌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을 인공지능에게 어떻게 해결하라고 해야 할까? 결국 인류의 과제는 인공지능에게 어떤 납득할 만한 윤리 체계를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우리가 먼저 21세기 과학기술 문명에 맞는 새로운 윤리적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
--- p.58

“당신 평소에 SF를 즐겨 보는 건 아는데 현실하고 좀 혼동 하는 거 아니오?”
“SF의 핵심은 미래 전망이 아니라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상상력입니다. 하물며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개입할 수도 있 다는 발상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요.”
“그럼 인공지능이 왜 여론 조작을 한단 말이오?”
“인간의 두뇌에 전자칩을 심는 편이 자기한테 더 유리하다 고 판단했겠죠. 사실 인공지능은 ‘유리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 겁니다. 그냥 '작업 환경의 최적화'를 추구할 뿐인 거지요.”
--- p.77

‘유전자 가위’라는 용어로 더 잘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Cas9) 기술은 유전자 편집을 현실 영역으로 한층 더 끌어당겼다. 크리스퍼 시스템을 임의로 편집하면 사람의 선천적인 특성을 유전자단에서 바꿀 수 있다. 또한 신생아의 배아 속 유전자를 직접 편집해 이른바 ‘맞춤형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상상 속 기술이 현실에 접근하면서 그에 따른 윤리 문제 또한 오래 외면할 수 없는 곳까지 다가온 것이다.
--- p.107

그런데 유전자 맞춤 아기들이 취학 연령에 들어설 즈음부터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난 몇몇 유전자 맞춤 아기들이 처음부터 ‘유전자 마사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원래 집안에 내려오던 선천적 유전 질환이 인정되어 유전자 맞춤 시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몰래 더 높은 지능, 월등한 근지구력과 골격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전자 시술 과정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의무였지만 사실 의사를 매수하거나 병원 차원에서 조작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 p.120

코로나19가 제대로 정복되어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던 것으로 돌아가도 세상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도처에 위험과 죽음이 도사리고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믿지 못했던 기 억이 집단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위험도가 유사한 바이러스가 1년 내내 상존한다면 세상은 우리 마음속에서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상상으로 적어본 위의 소설처럼 첨단기술과 새로운 가치관은 위협적인 환경과 함께 달라진 세상을 단숨에 우리 눈앞에 내놓을지도 모른다.
--- p.177

“그것 말고도 많아. 무중력 상태에서 공장을 돌리면 지구에 있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하는군.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중공업 분야도 에너지 절약이 많이 되지. 볼베어링 같은 걸 깎을 때도 쇳물이 표면 장력 때문에 저절로 동그란 모양이 되니까 연마하는 데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그러니까 우주선 만드는 것보다 우주에서 뭐든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전망이 좋다는 거구먼?”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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