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사랑
최근들어서는 금기시되어있는 카톨릭 사제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그리 드물기만한 소재는 아닌 듯 하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주 대륙에서는 카톨릭 사제들의 스캔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을 정도로 시대가 변하기도 했지만 유독 '카톨릭 사제'의 사랑이 영화 매체 속에서 환영을 받는 것은 사제복이라는 근엄한 제복 속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대부분의 종교에서 '성'에 대해서는 금기시하고 있지만 유독 '로마 카톨릭'이 일관되게 사제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불교의 승려들도 금기시되지만 일본 등 일부 지역과 종파에 따라 대처승(결혼이 허용되는 승려들)이 허용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도 모 방송사에서 방영되었던 수애, 조현재, 지진희 등이 출연했던 <러브 레터>라는 작품이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며 94년에는 신부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안토니아 버드의 영국 영화<프리스트>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미니 시리즈라는 형식이 미국 TV사에 등장한 초창기인 1983년에 방영된 <가시나무새>는 그런 '사제'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TV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에미상 5개 부문과 골든 글러브 4개 부문을 수상했던 화제작이다. 콜린 맥컬로의 초 베스트셀러를 각색하여 만들어진 <가시나무새>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멜러적인 주제를 3세대에 걸치는 대하 드라마로 구성한 작품으로 '드로기다'라는 호주의 방목 농장을 배경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주연을 맡은 리처드 챔벌레인과 레이첼 워드 외에도 <스팔타커즈>의 히로인 진 시몬즈, 격정적인 농장주를 연기한 대배우 바바라 스탠윅, <캐리>의 무시무시한 어머니를 연기한 파이퍼 로리, 호주 출신의 브라이언 브라운, <사운드 오브 뮤직>의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 배우들의 호연이 돗보이면서 비극적인 운명에 휘둘리는 클리어리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미니 시리즈이니 만큼 무려 480여분의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가시나무새>는 '욕망'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끌고나가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신부 랄프(리처드 챔벌레인)는 농장주인 카슨(바바라 스탠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듯 하지만 그녀가 펼쳐놓은 사제로서의 욕망까지는 거부하지 못한다. 랄프 신부는 사제로서의 욕망과 메기(레이첼 워드)에 대한 세속적인 사랑의 욕망 속에성 방황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물론 <가시나무새>는 필연적 사랑을 이루어갈 만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메기는 자신의 어머니(진 시몬즈)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는데, 어머니 역시 메기와 유사한 '금지된 사랑'의 경험을 통해 큰 아들 프랭크에 대한 편애를 거듭하고 있는 것. 사실 <가시나무새>는 TV물로는 상당한 수위의 금단의 사랑을 표현한다. 신부로서 사랑에 빠져드는 랄프 신부와 메기 외에도 메기의 큰 오빠인 프랭크는 임신한 어머니 앞에서 아버지에게 '짐승 같다'는 비난을 하며 '근친상간'에 근접한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가시나무새>는 그 사랑의 형태를 선정적으로 담아내려 하지 않으며 사랑의 감정을 전설 속의 '가시나무새'에 비유한다. " 가시나무새는 평생 한 번밖에 울지 않는 새야. 둥지를 떠날 때부터 가시나무를 찾아나서고 노래를 부르며 가장 깊고 날카로운 가시에 자신의 몸을 찌르지. 가시나무새는 생명을 단 한 번의 노래와 바꾼단다. 하지만 온 세상이 귀 기울이지. " TV 포맷에 맞추어져 있는 화면 사이즈 속에서 영상 구도 등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이야기 자체로 보면 <가시나무새>는 여전히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기량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하고 미니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의 규모는 흥미롭다. 앞서 이야기한 '가시나무새'의 이야기처럼 여주인공 메기는 단 한번의 사랑에 생의 모든 것을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가시나무새>는 단순히 격정적인 사랑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세대의 이야기까지 다루면서 좀 더 보편적인 이해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넘어선다. 올드팬들이라면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끌어 여러번의 재방송까지 이루어졌던 <가시나무새>의 DVD출시가 반가울 것이다. 기억이 확실한지 모르겠지만 국내 방영본은 축약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487분 전편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4장짜리 <가시나무새> DVD 박스 세트의 출시는 올드팬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집 사람도 같이 보면서 주변에다가 '요즘 이거보는 재미로 산다'고 이야기할 정도니 젊은 드라마 팬들도 충분히 감상할만 작품일 듯. 젊은 날의 리처드 챔벌레인과 레이첼 워드는 말 그대로 미남 미녀다. ㅎㅎ..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화면이다. 브라운톤이 강조된 색이 바랜 듯한 느낌의 영상은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톤에 부합되는 편이기는 하지만 필름 스크래치도 종종 발견되고 디테일한 표현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대형화면 구현시에는 번들거림이 발견되며 어두운 장면에서의 표현력이 떨어지며 입자도 거친 편이다. 일반적으로 광량이 부족한 과거 TV물로서의 한계인 듯 하다. 4:3 풀스크린을 지원하며 가급적이면 일반 TV물에서 감상하는 것이 적절한 수준. ★★★
영어와 스페인어 모노 음향만을 지원한다. 20여년전의 TV물답게 음향상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별로 없는 편이다. 음향은 약간 먹먹한 느낌을 주는데 역시 매체상의 한계로 느껴진다. ★★
부가 영상으로는 4번째 디스크의 'The Thorn Birds : Old Friends New Stories"(24:37)가 유일하다. 제작자인 데이비드 L 볼퍼, 주연 배우인 리처드 챔벌레인, 레이첼 워드, 브라이언 브라운 등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캐스팅 과정과 제작 뒷 이야기에 대한 기억들을 들려준다.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레이첼 워드 대신 애초에는 제인 시모어가 거론되었던 이야기. 이 작품을 통해 결혼의 연을 맺게 된 레이첼 워드와 브라이언 브라운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배우들의 20여년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 * 이 리뷰는 http://www.dvdinlife.com의 콘텐츠로서 쓰여졌으며 http://www.dvdinlife.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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