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I장
하나님은 자기를 낮추는 사람을 존중하신다.
1. 팔라디우스
타벤니시에 있는 남자 수도원 맞은편 약 400명의 수녀가 생활하는 수녀원에 이시도라(Isdora)라는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어리석은 체하며, 자기를 낮추고 겸손했다. 수녀들은 모두 그녀를 미워하여 함께 먹지도 않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이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기 의무를 다하였고, 모든 사람에게 종처럼 복종하였으며, 각각의 수녀를 친절하게 보살폈기 때문에, 그녀의 덕은 수녀원 전체에 매우 유익하였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 20:26-27), “아무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고전 3:18)라는 말씀처럼, 수녀원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는 수세미였다(수세미가 더러운 것을 깨끗하듯이, 그녀는 온갖 비천한 일을 했다).
다른 수녀들은 삭발하고 베일을 썼지만, 이시도라는 머리에 해진 천을 두르고 일했다. 그녀는 식탁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와 냄비에 남은 음식으로 만족하였다. 사백 명의 수녀 중에 그녀가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신발을 신지 않았고,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았으며, 모욕당하고 구타당했으며, 자주 저주의 대상이 되었고, 대부분의 수녀가 싫어했지만, 그녀는 욕설이나 거만한 말을 하지 않았다.
주의 천사가 고결하고 경험 많은 은수사 피테론(Piteroun)에게 나타나서 거룩한 이시도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너는 경건하게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느냐? 너보다 더 독실한 여자를 보고 싶으냐? 타벤니시에 있는 수녀원에 가면, 머리에 왕관을 쓴 수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너보다 낫다. 그녀는 많은 수녀를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섬기고 시중들면서도 정신이 하나님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는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여기에 앉아서 여러 성읍이 어떤지 상상하고 있다.”
피테론은 즉시 타벤니시에 가서, 영적 스승들에게 자기를 수녀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오랜 세월 금욕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교부들은 그를 존경하고 믿었다. 그들은 그를 강 건너편 수녀원에 데려갔다. 그는 인사한 후에 수녀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수녀들을 다 만났지만, 그가 찾는 사람이 없었다. 피테론은 “자매들을 모두 데려오십시오.”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우리 모두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성인은 “한 사람이 없습니다. 천사가 내게 보여 준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주방에 한 사람이 있는데, 그녀는 좀 모자라요.”라고 말했다. 성인은 “그녀를 데려오세요. 그녀를 만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시도라는 자기가 부름 받은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가면서 “거룩한 피테론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그는 유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시도라를 데려왔고, 성인은 그녀의 얼굴과 이마에 묶은 헝겊을 살펴보았다. 그는 그녀 앞에 엎드려서 “거룩한 어머님, 저를 축복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의 발 앞에 엎드려 “아버지,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압바, 그녀는 멍청이입니다. 체면을 차리세요”라고 말했다. 성인은 “당신들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들보다 낫고, 나보다 낫습니다. 그녀는 암마(Amma), 곧 영적 어머니입니다. 하나님께서 심판 날에 저를 그분과 함께할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수녀들은 각기 그 거룩한 여인을 슬프게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고백하기 시작했다. 한 수녀는 자기가 그녀를 비웃었다고 말했다. 어느 수녀는 그녀의 겸손한 태도를 조롱했었다. 또 어느 수녀는 “나는 접시에 남은 찌끼기를 그녀에게 던져주곤 했다”라고 고백했다. 또 다른 수녀는 “나는 그녀를 다치게 했어요”라고 말했고, 어느 수녀는 “나는 그녀를 때렸어요”라고 말했고, 어느 수녀는 “나는 그녀의 코를 때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녀들 모두가 그녀에게 가한 다양한 공격을 언급했다. 피테론은 그들의 고백을 듣고, 이시도라와 함께 그들을 위하여 기도한 뒤에, 이 하나님의 종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떠나갔다.
며칠 후 하나님이 존중하시는 이 거룩한 여인은 몰래 수녀원을 떠났다. 왜냐하면, 수녀들 모두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는데, 그러한 영예나 수녀들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 숨었는지, 어디에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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