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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용감해질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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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용감해질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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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50*215*20mm
ISBN13 9788956769615
ISBN10 895676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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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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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내는 남편과의 문화적 괴리를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남편은 어린 자녀의 기저귀를 한 번도 갈아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여자의 일이었으니까요. 아내는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더이상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남편에게 맞추어 하나하나 포기하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일, 남편 뒷바라지, 자잘한 시댁일까지 집 안팎의 일이 모두 아내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 p.4

위기 덕에 남편도 아내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자녀가 떠난 빈자리와 함께 부부는 두 번째 신혼을 맞이했습니다. 원했지만 방법을 몰랐던 젊은 시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용기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아내가 사랑받을 차례였습니다. 아내는 가족의 지지와 보살핌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사랑받을 차례!”라고 용감하게 소리쳤습니다.

아픔이 겪은 후 아내는 이기적으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것이 남편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부부는 유치할 만큼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를 충만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외롭게 두지 않으려 합니다. 세월은 육신을 나약하게 하지만 마음을 건강하게 가꾼다면 우리는 더욱 자유롭고 여유로우며, 찬란하고 아름답게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p.6

이순신 장군, 김유신 장군같이 위기에도 굽히지 않고 신념으로 나라를 구하는 장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가 외친 신조와 훈련 속에서 살아남은 투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외친 사명이 변색되지 않도록 남편에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이것 또한 군인 아내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이제껏 남편이 어떤 보직에 있든지 그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이 전부인 남편은 비록 가정에는 소홀했지만 맡겨진 임무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 상황이라면 가정을 지켜줄 것을 확신했다. 한 명의 지도자는 세상을 바꾼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이끌어 갈 청년들을 책임진다. 위기 상황에서는 몹시 어려운 결정도 내려야 한다. 남편이 올곧은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여전히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p.22

하지만 이런 어리석은 감정 낭비를 오래 하지 않았다. 속은 타들어갔지만 남편의 형편을 살피며 위로하고 조용히 믿어주기로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친정에서는 이렇게 힘든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남편을 책임감 없는 사윗감으로 낙인찍고 있었다. 이럴 때는 어떤 변명도 필요 없었다. 감정이 앞서면 무슨 말을 해도 오해와 실망만을 안겨 줄 뿐이다. 위기가 닥칠수록 더 지혜로워져야 했다. 우리는 어른들의 얽힌 감정과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신뢰의 줄을 더 단단히 조여매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꿈의 직장을 얻었다.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결혼하려면 직장을 포기하라고 종용하셨다. 평생 당신은 일하느라 못 돌본 아들을 또 직장 다니는 며느리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하셨다. 남편은 바쁘신 시어머니 덕에 보살핌과 세심한 사랑은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고민스러웠지만 미련 없이 직장을 포기했다.
--- p.39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부터 나의 고된 시집살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어머니는 나를 길들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있는 제사 때 내려가면 보름 동안 시댁에서 지내게 하셨다. 시집살이는 두 살 아래인 시누이가 결혼하고 나서야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나보다 여섯 살 아래지만 손윗동서인 형님이 시집온 후, 시어머니가 순진하고 진솔한 나의 진가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시집살이는 조금 더 누그러들었다.

시댁에서 겪는 마음의 부담감을 남편은 알 리가 없다. 시댁에서 있었던 일들을 남편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해 본 적도 없었다. 결혼한 첫 달부터 시댁에 한 번 내려가면 열흘은 꼼짝없이 시집살이를 한다. 푸세식 화장실이 무서워 화장실도 못 가고, 음식 또한 내 입맛에 모두 짜게만 느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에 눈치를 봐야 하니 매사가 힘들었다. 밤에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 p.47

시내에 갔다 오는 길에 마주친 동네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수박을 한가득 싣고 가신다. 운이 좋게도 할아버지께서 수박을 떨이로 주신다고 한다. 그날은 내무반 점호 전 사병들과 수박 파티를 했다. 사병들 덕분에 손이 크다고 동내에 소문이 났다. 사병들이 많으니 뭐든 듬뿍듬뿍 장을 봐야 한다.

관사에서는 토요일 저녁부터 커다란 대야에 빵 만들 재료를 반죽한다. 일요일 아침은 전 장병이 1인 1 종교 방침으로 종교 행사를 하는 날이다. 일요일 새벽까지 오븐에 구운 빵과 과자를 종교 행사장마다 나누어 준다. 성당과 절 그리고 교회로 부지런히 배달한다. 힘들지만 재료비만 들이면 부대 모든 사병에게 사랑이 담긴 간식을 줄 수 있다. 사병들도 으레 일요일이면 간식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러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열심히 빵을 구웠다.
--- p.65

우리 부대에는 네 개의 중대가 있어 대대 김장이 끝나면 중대별 김장이 시작된다. 중대장 가족들은 갓 결혼해 일이 서툴지만, 상사 가족들은 경험도 나이도 많다. 부대일의 반은 가족의 몫이다.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모두 깜짝 놀라며, 젊은 가족들은 주눅도 들지만 사병을 위한 일이니 팔을 걷어붙이고 일손을 보탠다. 이렇게 대대와 네 개 중대 모두 다섯 번의 김장이 끝났다. 그러면 부대 김장 일을 도와준 고마운 가족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돌아가며 집 김장을 도우러 간다. 내가 대대장 가족이 된 첫해에는 뼛골 빠지게 열 한 번의 김장을 했다. 정말 너무 힘들어 정작 우리집 김장은 한다는 소리도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했다.
--- p.82

시부모님이 오신다고 하면 사랑을 담아 공경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반찬 하나 하나 시어머니 눈에 거스르지 않도록 매사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했다. 시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항상 크셨기에, 당신의 아들과 손자들이 이사한 곳에서 얼마나 잘 지내는지 며느리가 어떻게 돌보는지 궁금하셨겠지만, 나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게는 매번 집들이가 긴장되고 부담되었다. 자주하는 이사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가족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아늑한 집으로 꾸몄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사할 때마다 살림이 늘었는지 점검하시고는 정착할 때까지는 살림을 늘리지 말라고 이사할 때마다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말씀이 정말 서운했다.
--- p.111

남편의 마음을 지켜주며 잠잠히 바라보면 내가 들어가 위로와 응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믿으며 말없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너무 넘치는 것을 덜어 주고, 모난 것을 깎아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조금씩 뿌리내린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어느 때는 기다려야 무르익었고, 어느 때는 기회라 생각하면 무조건 잡아야 했다. 그래야 기회의 계단을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그만큼씩 펼쳐지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때는 어설프고 부족해도 혼신을 다해 집중하면 인생에서 가장 적기에 가장 큰 기회를 잡게 된다.
--- p.129

방학이 되면 로봇 캠프가 진행되는 청소년 수련원에서 아들들과 방학 내내 거의 살다시피 했다. 이박삼일 동안 전자 교육과 기계 연구소 박사님의 로봇에 대한 세미나가 이어졌다. 스스로 걷는 전자 로봇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작은아들은 프로그램 진행을 도와주고, 큰아들은 캠프에서 참여자가 만든 로봇의 버그를 찾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캠프가 끝나면 캠프 참여 학생들이 완성된 로봇을 가지고 집으로 가야 하니, 나와 아들은 캠프의 마지막 날 오십여 개의 로봇을 점검해야만 했다.

이렇게 아들들이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로봇 캠프에서 동거동락했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서 일을 하면서도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했고, 이런 체험은 아들들의 미래를 위한 유익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확신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까지는 자녀와 함께 지내며 엄마로서 그리고 전문 직업인으로 열심히 살았고,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남편에게 충실한 아내로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 p.162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부부. 그런데도 오해와 서운함이 생긴다. 지나고 보니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했다. 우리 두 명 중의 한 명이 승자가 된다고 해도 나머지 한 명은 패자가 되어 상처 투성이가 된다. 부부가 함께하는 이상 그 상처는 곧바로 승자인 한 명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싸움이 결코 아니다. 혹여 부부가 다투더라도 하룻밤을 넘기지 않고 사과하고 서운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한 이불 속에서 함께하는 것은 부부 싸움을 칼로 물 베기로 만드는 우리 부부의 지혜로움이다.
--- p.205

눈부신 조명으로 관중석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떨고 있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런웨이만 길게 보였다. 이제 빨간 카펫을 밟으며 걸어가면 된다. 마치 인생의 길을 걸어가듯 어느 누구도 내가 가는 길을 방해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이다. 음악에 맞추어 걸어 나갔다. 조명은 현란하고 음악도 빠르게 바뀌며 나의 워킹이 나의 몸을 끌고 나간다. 한 발 한 발 그리고 멈추어 서서 몸을 비틀며 나를 표현한다.

그 순간 내 자신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뜨거운 조명 아래 서 있는 나는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편 공작새처럼 아름다웠다. 나의 워킹은 음악에 맞춰 날갯짓하는 새처럼 자유로웠다. 조명의 열기 때문일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 나를 사랑스럽다고 느껴보는 이 기분!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이런 세상이 있는 것조차 영영 모를 뻔했다. 나는 자유를 실감하고 있었다.
--- p.224

젊은 날의 우리는 힘도 결정권도 없었다. 불어닥치는 태풍을 대비도 없이 그대로 맞았던 힘없는 시절이었다. 남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만 안겨 주었으니 자신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제껏 나는 나 혼자만 힘들었고 남편한테 외면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내가 글을 끄집어내고 속앓이를 하며 앓았던 지난 몇 주를 생각하니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의 쓰린 가슴이 느껴졌다. 경직된 남편을 말없이 안아주었다. 남편의 얼굴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충격적인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우리는 그날 말없이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 p.249

원래는 다이아몬드였지만 흙속에 파묻히다 보니 때가 끼고 끼어 볼품없는 작은 돌멩이처럼 보이는 것이 남편의 진짜 모습이었다. 나는 믿었다. 닦고 또 닦는다면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 콩깍지는 아직까지도 벗겨지지 않은 채 진행 중이지만…. 어쩌면 남편이 변해 있을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소망을 가지게 하는 마음은 내가 친정엄마를 닮아서 인지도 모른다. 나의 친정엄마는 그런 삶을 사셨다. 엄마는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사랑이 많은 분이셨다. 사람은 누구에게인가 사랑받고 믿어주고 바라면 바라는 대로 변한다는 것을 엄마는 자녀에게 실천하셨다.
--- p.258

다시 가족에게 돌아온 아내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엄마가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의 행복은 없으니까요. 아내는 살기 위해 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건강식을 먹어 가며 살을 뺐습니다. 아내가 변하니 남편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우연하게 SNS에 올린 운동 영상을 보고 여러 방송으로부터 출연을 제안받아 12차례 넘게 방송 출연도 했습니다. 무뚝뚝했던 남편은 TV 방송에서 이제껏 자기 중심적으로 살았으니, 이제는 아내를 위해 살겠노라 ‘좋은남편’ 선언을 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점만 바뀌었을 뿐 남편은 오래 전부터도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사랑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눌하고 미숙했을 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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