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가 욕심으로 변질되어 ‘생태(生態)’가 ‘사태(死態)’화되 는 현상과 글로벌 차원의 자본주의 체제의 보편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다면화된 불평등은 현대 사회에서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문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인 생태와 불평등과 관련된 ‘민낯’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조명하고, ‘라틴아메리카적’ 대안을 탐색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사유와 경험을 활용하여 종합적인 접근을 모색함으로써 인류가 풀어야 할 엄중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적 사유를 통해 전 지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과제를 다룬다.
---「책을 펴내며, 6쪽」중에서
보프는 불평등 문제를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본다. 그는 우주선에 비유해 지구의 불평등 상황을 지적했다. 지구의 인구 5분의 1이 객실에 앉아 편안하게 여행하면서 생산물의 80%를 소비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5분의 4는 짐칸에 타고 있으며 단지 생산물의 20%를 소비하며 굶주림과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공정한 상황과 체제를 인식한 짐칸의 사람들은 반란을 성공시켜 체제를 변화시킬지 아니면 실패하여 우주선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지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장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 레오나르도 보프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각을 중심으로, 50쪽」중에서
양국이 접해 있는 국경 지역의 티티카카 호수는 가뭄과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 호수에는 안데스 산맥 아래로 13개의 크고 작은 강으로부터 강물이 유입된다. 23개의 배수구와 59개의 배수관에서 검출되는 수은 사용량은 한계치를 넘은지 오래다. 티티카카는 매년 ‘라 링코나다’ 및 ‘아나네아’와 같은 광산 캠프에서 나오는 수은 및 카드뮴 폐기물 외에도 약 10만 톤의 쓰레기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이나 오염 해법은 멀다. 하수처리장과 위생매립지 그리고 준설 등 과제 또한 끝이 없다. 그 가운데서 겪는 케추아 부족과 아이마라 부족 간의 삶의 질은 곧 사회적 · 민족적인 차별과 불평등으로 회귀된다. 가난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인종과 지역 부분을 누락시킨 그 구멍 난 토대 위에서 작동하는 정치, 사회적으로 식민화되었던 차별로 인해서다.
---「2장 안데스 중부 호수 티티카카의 생태학으로 본 두 부족민의 불평등, 96쪽」중에서
생태교육학에서 말하는 ‘생태적 의식(consciencia ecologica)’ 갖기, 또는 ‘생태적으로 문해력 갖추기(ecologicamente alfabetizado)’는 바로 이처럼 인간 및 비인간 존재들과의 유기성 혹은 유기적 관계 맺기의 출발점인 비판적 자기 읽기와 세계 읽기의 다른 말이다.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기, 즉 사유의 맥락을 구조에서 협동의 네트워크(배움의 커뮤니티), 구조에서 과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3장 브라질의 불평등, 생태교육학, 전환마을 운동, 120쪽」중에서
그런 점에서 페루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협동조합 사례는 의미가 크다. 국제 기구, 정부, 지방 정부, 전문가, INGO 등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한 소농들과 함께 역량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칠레 오존층 파괴 사례에서는 국가 차원의 협력은 컸지만 실제 피해 지역의 시민 참여가 적었고, 페루에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를 통해 인간 삶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
---「4장 라틴아메리카의 환경 불평등: 칠레와 페루 사례를 중심으로, 175쪽」중에서
냉전 종식 후 쿠바가 의존해 왔던 공산권이 붕괴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쿠바 정부는 혁명 초기부터 태동했던 그린혁명, 지속가능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전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으로 생태적 농업, 도시 원예, 바이오 에너지 등 친환경적 발전을 추구해 왔다. 도시농업, 유기농법의 확대 등은 경제적 위기 상황과 제약에 직면해 쿠바가 토착 지식과 광범위한 사회적 참여를 통해 대처한 자구책이자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쿠바의 자연 친화적 농업 및 생태 다양성 보존 등에서 성과를 내며 쿠바의 지속가능 발전 및 환경 거버넌스에 기여해 왔다.
---「5장 기후변화와 쿠바: 회복탄력성을 위한 대내외적 대응과 제약, 216-217쪽」중에서
온두라스, 특히 건조 회랑 지역은 농업 경제에 경도되어 있고 농작물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므로, 가계는 식량 안보, 즉 경제적 이유로 강제 이주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동인이 직접적인 추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농작물 등 작황의 감소가 식량 안보의 위기에 따른 경제적 동인으로 작용해 강제 이주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울리히 벡의 통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후변화로 인해 추동된 식량 위기 등에 직면한 온두라스의 ‘하층’ 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운신(運身)의 폭은 오히려 ‘넓다’. 바로 북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6장 기후 불평등과 강제 이주 그리고 온두라스, 237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