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는 모든것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만은 없습니다.
'지금의 정치가를 흉내내면 돼, 정치가처럼 살아라 하고 왜 큰소리로 말하지 못합니까? 사이토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242-243
나는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젊은 나이라고 해서 쓸데없는 일도 좀 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푸근한 환경에 둘러싸여 평범하지만 행복한 것이 좋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쓸데없는 반복이 우리를 안심시킨다는 것이며, 그게 내 마음을 슬프게 했던 것이다.
'좀 피로합니다'
퐁짱은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3년동안 쓸데없는 반복을 거부해왔다. 그들에게서 쓸데없는 일을 반복한 생활의 흔적은 찾아볼수 없다.
--- 2001/09/18 (onosejun)
등교거부라는 위기상황에서 자신을 스스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어를 찾게 됩니다. 그들은 책도 잘 읽고, 지금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타인의 이야기도 잘 듣습니다. 필사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타인의 의견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들에게는 사활 문제와도 같습니다. 그 애들은 나와 인터뷰를 한 후에 그것을 정리해서 팩스로 보내왔습니다. 매스컴에 종사하는 세키구치씨에게는 정말 실례가 되는 말이겠습니다만, 그 애들이 정리한 문장은 유력 신문사의 기자가 정리한 것보다 훨씬 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편집해놓았습니다. 그 애들은 노력없이 그냥 알 수 있는 것보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어의 미묘한 차이에도 민감했고, 혹시 자신들의 말과 이 사람의 말이 어딘가 뉘앙스에서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스컴 관계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범위 안에서 인터뷰를 정리하려 합니다. 그 때문에 활자화되면 전혀 다른 뉘앙스의 말이 되어버립니다. 자유학교 학생들에게는 그런 점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생각한 것이, 이런 학생들이 앞으로 일본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세키구치씨, 개똥철학자 같은 말을 해서 미안합니다만, 강자, 그러니까 생태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종은 거기서 진화가 멈추어버리고 맙니다.
--- p.179
내각은 반년마다 바뀌었고, 몇 번이나 재정 개혁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좌절되었다. 2007년이 되자 재정 재건 단체로 지정된 시 · 군이 급증하고, 퐁짱 그룹이 예견한 대로 스톡 순환이 시작되었다. 각지에서 도로가 함몰하고 신칸센 터널이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2005년도에 기후의 오가키 터널 사고로 차량이 탈선하여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복구하는 데 2주일이나 걸렸다.
실업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심각한 인재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변화에 응하여 개별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의 절대수가 부족해졌다. 전체를 이끄는 엘리트가 국민의 5%를 넘어야 그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고 2005년 당시 영국의 한 저명한 정치학자는 주장했다. 일본은 그 수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경제 재생 청사진을 실현하고 있는 그룹이 있었다. ASUNARO였다. ASUNARO의 관련 사업은 이제 100개를 넘어섰고, 그 반수 이상이 믿기 힘들 정도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익률이 높은 분야는 넷상의 스토커, 협박, 혐오 행위를 수사하고 적발하는 사이버 탐정사나 위장 침투를 방지하는 ID 시스템의 개발, 넷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 사무실, 방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하드웨어와 일체화해 민간 경비회사 등에 판매하는 업무, 유전자 조작 시뮬레이션 데이터 처리,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용의 유해물질 검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 판매, 게임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컴퓨터 그래픽 제작 등, ASUNARO가 D스쿨의 창설 당시부터 추진해오던 비즈니스였다.
---pp.299~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