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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작가의 말 | 두 번째 수필집을 내며 권두시 안동 시편 8편 -14 1. 안동의 민속들 초가까치구멍집 -34 객귀물리기 -39 사마귀 양법 -45 삼굿과 안동포 삼베 -51 목화송이 한 바구니 -58 태치기와 참새 떼 -65 왕골 -70 성주(城主)와 제비원 미륵불 - 75 안동 간고등어 - 81 2. 정월 대보름달 아래서 문고리에 얼어붙는 손-90 /벽속 비밀의 굴에서 익는 귀밝이술-91 /아침을 반기는 개와 참새-93 /겨울 대청마루-94 /대나무를 훔치러 가자!-95 /내시였던 훈장 할아버지-97 /의병장과 말뫼-98 /늙은 소나무-99 /가오리연아 높이 올라라!-101 /연자방아와 ‘통통 방앗간’-102 /죽어서 다시 피는 목화-103 /마을을 지키는 당 숲-105 /당 숲의 느티나무들-106 /신기하고 무서운 곳, 당 숲-108 /죽은 의병장이 고향에 돌아오다-110 /노간주나무 숲 아래 얼어붙은 시내-111 /사마귀 닷 되, 콩 닷 되-112 /천석꾼 만석꾼 놀이(보릿대 세우기, 보리타작 놀이)-116 /성주(城主) 제사 지내기-121 /정월 대보름날이면 오시는 손님-123 /안동식혜와 대추나무 찰밥 먹이기-124 /소에게 밥을 먹이는 날-125 /정월 대보름 달맞이-126 /쥐불놀이를 하자-127 /정월 달밤에 먹는 조선무의 맛-128 /초가지붕에서 참새 잡기-130 /맺음말-131 / 3. 내가 갔던 길 내가 갔던 길 -136 외갓집 가는 길 -143 산울림 -149 이육사(李陸史)와 모메꽃 길 -156 가로수 여행 -162 황제를 알현하며 -174 강물 위에 쓰려 걷는다 -181 일단 책을 산다 -186 수상소감 -192 4. 명상록 소루정 -198 좋은 인연 나쁜 인연 -204 동짓달 기나긴 밤에 -209 눈 오는 날 할머님 생각 -214 봄비 오는 날 할아버님 생각 -220 월영대와 사부곡 -226 명상록 -230 5. 효(孝)에 대하여 의좋은 형제 -238 사도세자를 애도하며! -245 사도세자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252 문학 속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259 운명에 대하여 -266 친구 아들에게 -273 사랑하는 형제간 싸움 말리기 -278 6. 신종찬 작품론 | 신종찬의 수필과 ‘엑시게레(exigere)’ - 유한근 -291 |
할머니는 부엌칼 칼등으로 커다란 물바가지를 ‘뚝 뚝 뚝’하고 세 번 두드리고 나서, 노래처럼 구성진 가락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객귀야 물러가거라! 썩 물러가거라!” “김가(金家)의 귀신이든지, 이가의 귀신이든지, 박가의 귀신이든지, 총각 죽은 몽달귀신이든지, 처녀 죽은 앵두귀신이든지 귀신이란 귀신은 이름 알고 성 안다. 오늘 저녁 물박 정성에 거룩하게 차려줄 것이니, 썩 물러가거라. 만약 네가 이 정성을 거역한다면 엄나무 발에 빈틈없이 돌돌 말아, 무쇠 방망이로 두들겨 패서 아주 혼을 내어 준엄하게 죄를 물을 것이니 우리 아들한테서 썩 물러가거라. 사팔이 쐐!” 객귀란 억울하게 죽어 한이 맺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원귀(寃鬼)를 말한다. 작은 굿 같기도 한 객귀물리기는 예부터 배가 아플 때 이를 치료하고자 안동지방에서 행해졌던 풍습이다. 이 병의 원인이 객귀라고 생각하고 객귀를 물리치고자 애썼다. 객귀 물리기를 저녁에 하는 이유는 저녁이면 객귀도 배가 고플 것이고 하룻밤 지낼 곳을 찾기 때문이므로, 객귀를 맛있는 음식으로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초가까치구멍집」 중에서 |
‘사라져가는 민속을 담은 신종찬의 두 번째 수필집’
의사 수필가 신종찬의 두 번째 수필집이 출간되었다. 2012년 첫 수필집『서울의 시골의사』를 출간해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작가가 이번에『안동 까치구멍집으로 가는길』을 통해 안타까이 잊혀가는 것들을 추억한다.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깨친 마지막 세대라고 이야기하는 안동 출신의 작가는 어릴 적 경험한,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가는 우리 민속과 풍습을 수필의 형식을 빌어 기록하고 있다. 지금 세대들에게는 생경하게 비춰지겠으나 분명 우리 안에 있었던 아름다운 민속을 벌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된 것이 안타까운 작가다. 식물을 좋아하는 신 작가가 진료실 창가에 둔 목화 열매가 탐스러운 목화송이로 피어난다. 진료 받으러 온 환자와 서로의 목화에 얽힌 추억을 가지고 이야기꽃도 함께 피우는 신 작가의 따스한 마음씨도 느낄 수 있는 수필집이다. 작가의 말 아마도 필자는 한글보다 한문을 먼저 배운 마지막 세대일 성싶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필자는 자라나는 세대에 관심이 많다.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톰 소여의 모험》과 같은 서양 명작동화 속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동화 같은 일들이 많았지만 거의 잊혀 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다행히 필자는 우리의 전래 풍습이 최근까지 남아 있었던 안동 예안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전래풍속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시작으로 이 책에서 정월 대보름 무렵의 세시 풍속과 길쌈이나 농사에 관한 것을 수필로 풀어내보았다. 이 작업은 평생을 두고 계속하고 싶은 일이다. 추천사 신종찬의 수필은 수필의 원 개념의 중심에 서 있다. 그것을 ‘자유정신’이라 해도 좋다. 아니면 ‘무엇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에세이(Essay)의 원의를 상기해도 좋을 것이다. 에세이는 라틴어의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도試圖·시험試驗한다.”이다.(중략)세 편의 수필 [여행과 가로수][소루정笑淚亭 ]그리고[황제를 알현謁見하며]를 읽으면서도 그러했다. 이 세 편의 수필은 각각 다른 모티브로 새롭게 시험하는 창작적 노력을 엿보게 된다.(중략) [황제를 알현謁見하며]에서 신종찬은 자연인으로서의 삶인 의사와 작가로서의 삶의 접합점을 찾아낸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조화가 우주의 원리라는 자연무위적인 의식으로 승화시킨다.(중략) 여행, 독서, 의사라는 특수 직업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편린들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구조 하에 엮어놓아 기존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수필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그의 작가정신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시론試論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정신은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 유한근(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