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선택해서 온 파리.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 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보내고 싶다. ‘한국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생활과 긴장하며 지내던 삶을 내려놓고, 파리에서는 여유롭고 느리게 즐기며 생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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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해야 할 스텝 일들을 알려 주고, 각자 개인 시간을 가졌다. ‘광장에 가서 에펠탑 보고 올까?’ 생각하다가 파리에 관한 책들을 보며 파리의 정보들을 더 열심히 모으기로 했다. 테라스로 나가서 에펠탑에게 “안녕?” 인사를 한 후 들어와서 책상에 앉았다. 조금씩 파리의 지리가 익혀 지면서 하루, 하루씩 다닐 곳의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그래서 파리에서의 생활이 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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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을 나와 뒤쪽으로 가다 보니 공원이 보여서 들어갔다. 공원으로 들어가면 ‘노트르담 대성당’의 뒷모습이 보인다. ‘공원에서 보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또 다른 모습이구나!!’ 그늘 밑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앞에서 보는 모습과 전혀 다른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성이 종이를 낀 판을 들고 나에게 온다. ‘이거 왠지 불안한데.’ 아니나 다를까 판을 내밀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내 옆으로 너무 달라붙길래 소매치기를 당할 거 같아서 가방을 꽉 잡고 “NO!”라고 말했다. 저쪽에서 사인 단 한 명이 더 온다. 내가 더 강력하게 “NO!”라고 말하니까 갑자기 사인 단 중 한 명이 판으로 내 얼굴을 정면으로 치면서 뭐라뭐라 말한다. ‘이건 무슨 상황이며 무슨 행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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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 공원에 들어가자마자 ‘언터처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할아버지와 흑인 청년이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 너무 예쁘다.”
감탄하며 공원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갔다. 날씨도 좋았지만, 나무들과 꽃, 분수대, 그늘에 놓여있는 의자들, 그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예쁘다’라는 말과 함께 감탄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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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는 도시 자체가 너무 예쁘고 평화로워 보여서 ‘참 예쁜 도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독일 영토였다가, 프랑스 영토였다가를 반복한 곳이라 ‘아픈 역사’가 있는 도시라고 한다.
‘스트라스부르는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예쁘고 반짝이는 도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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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노을이 번지는 파리의 모습. 점점 어두워지면 가로등과 에펠탑에 불이 켜지고, 더 어두워지면 파리의 야경까지 볼 수 있는 개선문 전망대는 정말 최고였다. 에투알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도로가 나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가리는 건물 없이 뻥 뚤려 있는 파리 시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다. --- p.39
고흐의 방을 보고 나니 더 묘한 감정에 흽싸였다. 고흐가 생을 마감했던 슬픔이 있는 곳이기도 한 ‘오베르쉬르우아즈’. 그림을 그릴 때 물간을 아껴 쓰지 않고 마음껏 쓰며 진하게 표현하는 고흐의 작품을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오늘 고흐의 발자취를 느끼면서 고흐가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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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날 때쯤, 서로 인사하는 시간인지 사람들이 앞, 뒤,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길래 혼자 뻘줌하게 서서 사람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셨는지 반대편 앞쪽에서 앉아 계시던 할머님께서 나에게 오시더니 불어로 말씀하지면서 환영한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시며 악수를 청해 주셨다. 뭔가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할머님께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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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은 ‘피부’다. 석회수가 섞여 있는 물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까 피부가 예민해지고, 트러블이 많아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다가 마시는 생수를 마트에서 많이 사서 세수를 한 후 생수로 한 번 더 씻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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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대했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고, 언제나 감정 소모가 되는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 엄마, 아빠한테 ‘속상하다고, 힘들다고’ 털어놨을 텐데, 시차 때문에 지금 당장 마음 터놓고 얘기를 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더 우울해지고 더 속상해지는 것 같다. 막 화가 나다가도 ‘그래도 즐겨야지 어떻게 하겠어. 이런 감정 소모 잊어버리고, 남은 기간 즐겁게 생활하자.’라고 생각하며 내 마음을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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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반 정도 만에 런던에 도착 ‘내가 이번 연도에 또 런던에 오게 되다니…!’ 입국 심사를 마치고, 역 밖으로 나와서 빨간 이층 버스를 보자마자 눈물이 날 뻔했다.
“와, 런던이야! 나 눈물 날 것 같아.”
역시 런던은 파리보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슈트 입은 런던 사람들을 보니까 더 설렜다. 영어를 쓰는 나라여서 의사소통에 대한 안심 때문인지 파리에서 알게 모르게 긴장했던 마음이 좀 풀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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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마지막 일정은 내가 좋아하는 ‘뤽상부르 공원’에서 보내고 싶어서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왔다. ‘뤽상부르 공원’은 저번에 왔을 때와 다르게 나뭇잎들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었고, 바닥에 나뭇잎들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뤽상부르 공원에 왔을 때는 나뭇잎들이 ‘초록 초록’ 했는데, 벌써 시간이 지나서 나뭇잎들이 물들었구나.” 내가 좋아하는 위치에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나무들을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서 나뭇잎 색깔이 변할 때까지 내가 파리에 있었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감정이 들면서 지금까지 파리에서 지냈던 날들을 기억하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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