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실험적 삶은 우리에게 큰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책은 탄생과 학습, 노동,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여러 측면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서 읽을 수 있다. 각 장에서 나는 초파리의 생물학을 이용해 생애의 각 단계를 설명하면서 탄생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고리 위에서 이루어진 생물학의 주요 업적을 소개했다. 유전학에서 배(胚)의 발생에 이르기까지, 학습에서 짝짓기 그리고 개체의 죽음에서 새로운 종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초파리는 생물계를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해주었다. 따라서 이제 초파리를 좀더 진지하게 고찰해볼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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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순한 동물치고는 초파리의 구애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다. 물론 초파리의 짝짓기 게임에서는 코끼리바다표범처럼 머리를 부딪치는 난폭함이나 공작처럼 화려한 자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초파리의 구애는 나름대로 특별한 매력이 있다. 자신의 정액의 우수함을 보여주려고 쿤닐링구스(cunnilongus, 암컷의 성기를 입술이나 혀로 자극하는 행위)와 노래를 바치는 행위를 하는 수컷들이 얼마나 있을까?
--- p.142
이 책에서는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를 해설하듯 초파리 학자들의 업적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 생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여기에서 수업시간에 가르칠 아주 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사는 바로 초파리의 연구 역사이기에 말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생물 참고서이다. 나도 고등학교에서 15년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더 과학성이 넘치는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생들이 읽으면 초파리의 연구사를 통한 과학의 역사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은 200만 종이 넘는 생물 중에서 오직 초파리 하나를 철저하게 파고들고 있다. 또한 역사적인 실험과정이 아주 쉽게 풀이되어 있고, 하나의 의문을 파고들어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한번 잡자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 <추천의 글>중에서/ 권오길(강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다윈은 도브잔스키가 거둔 성과를 조금이라도 공유할 수 있었더라면, 어떤 대가라도 지불하려 했을 것이다. 턱수염을 밀고 린네 학회에서 알몸으로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열성적인 창조론자들 앞에서 "나는 미쳤다."고 얼마든지 선언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부리를 측정하는 최신 장비도 내팽개치고, 갈라파고스 제도행 무료 여행 티켓도 포기했을 것이다. 도브잔스키의 풍부한 실험 결과를 조금만 얻을 수 있었더라면, 그는 이 모든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기꺼이 희생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초파리 대신에 핀치를 조사한 그로서는 응분의 대가를 받은 셈이다.
--- pp.11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