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예쁜 꽃, 파란 채소, 과일을 길러 우리를 살찌게 하고 손으로 빚어 그릇이 되면 우리를 살기 좋게 해주어요. 흙을 빚어 뱅글뱅글 물레 위에 자꾸 돌리면 여러 가지 항아리가 만들어져요.
'아이 뜨거워! 아이 뜨거워!'
가마 속에서 항아리가 구워졌어요.
'단지야! 안녕.'
'항아리야! 안녕.'
'물동이, 양념 단지, 모두들 안녕.'
여러 가지 옹기가 가마에서 나와 옹기종기 앞뜰에 모여 있어요. 옹기 친구들은 덜컹덜컹 차에 실려 시골장 옹기전으로 실려 갔어요.
'어! 다들 어디 갔지?'
혼자서 숨어 졸던 작은 항아리는 잠이 깨어 깜짝 놀랐어요. 작은 항아리는 여기 저기 집구경을 했어요.
'어머나, 알록달록 예쁘기도 해라.'
'하하하하. 어쩌면 저렇게 못생겼을까?'
'나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작은 항아리는 너무나 슬퍼졌어요.
'어! 나하고 생긴 것도, 소리도 같네. 너희는 누구니?'
작은 항아리는 큰소리로 물어 봤어요.
'우리는 숨쉬는 항아리란다.'
'뭐! 숨쉬는 항아리...'
'나는 김칫독! 숨쉬니까 김치가 잘 익는다!'
'나는 젓동이! 젓갈도 숨을 쉬어야 진국이 나와.'
'나는 고추장 단지! 고추장도 숨쉬어야 맛있어지지.'
'그럼 나는...나도 숨쉴 수 있어? 나도 뭘 만들 수 있는 거니?'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려. 너에게도 뭔가가 담길 거야.'
'그땐 꼭 몸으로 숨쉬어야 돼. 절대 잊지마!'
다음날 작은 항아리에는 짭짤한 소금물과 메주가 담겨졌어요. 메주가 말했어요.
'정말 걱정이야. 우리는 숨을 쉬어야 좋은 된장이 될 텐데.:
이때, 작은 항아리는 귀가 번쩍했어요.
'걱정마. 까맣고 못생겨지만, 이래봬도 내가 바로 숨쉬는 항아리야.'
며칠이 지났어요. 사람들은 된장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했어요. 살짝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어요.
'아! 구수한 냄새. 정말 맛있는 된장이 되겠네.'
몇 달 뒤 숨쉬는 항아리 속에서 메주는 맛있는 된장이 되고 소금물은 맛있는 간장이 되었어요.
'에헴 에헴, 나는 숨쉬는 굴뚝.'
'우리는 숨쉬는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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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나도 숨쉴 수 있어? 나도 뭘 만들 수 있는거니?'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려. 너에게도 뭔가가 담길거야'
'그땐 꼭 몸으로 숨쉬어야 돼. 절대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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