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떻게 하는 건데?”
“아, 그러니까, 계단을 올라가면서 소리 내어 계단 숫자를 세고, 다시 내려가면서 계단 숫자를 세면 한 단 줄어 있잖아? 그럼 그게 다른 세계로 간 거래…….”
말을 하면서 주인이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나도 소리 죽여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응…….”
“시, 시험이나 해 볼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주인이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내가 내민 손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던 주인이의 눈동자에 빛 같은 것이 감돌았다. 그러더니 그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응, 엄마. 그럼 가 볼까?”
“하나.”
그렇게 말하며 내가 발을 내디뎠다. 주인이가 발을 내디디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그러다가 주인이가 발을 멈출 듯하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열셋, 그렇게 말하며 주인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올라온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침을 꼴깍 삼킨 나도 동시에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방금 서 있던 곳까지는 빛이 닿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학생들이 올 시간일 터였다. 나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주인이의 팔을 당겼다.
“주인아, 설마 미신이겠지?”
“응? 아, 응. 당연하지, 엄마.”
그렇게 말하면서 주인이는 특유의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휴, 그렇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버린 것뿐이다. 나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물었다.
“그래, 그럼 얼른 계단 수나 마저 세고 다시 올라가자!”
“응, 엄마!”
그렇게 외치면서 주인이도 밝은 걸음으로 계단에 발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우리의 속도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다. 하나, 둘, 셋, 그러다가 계단에서 완전히 내려섬과 동시에 우리는 외쳤다.
“열둘!”
우리의 외침이 어두운 복도로 구석구석 퍼졌다. 우리는 잠시 마주 보는 채로 웃고 있다가, 점차 서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보았다. 아, 잠깐, 나는 뻣뻣하게 굳은 손으로 내 얼굴을 매만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