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시에서 볼 수 있는 로마의 특성은 도시의 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용 광장의 형태나 그곳에 들어 선 건물에 있다. 그리스인은 성역(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집회 광장(아고라) 그리고 재판소(아레오팍), 세 장소를 구분했지만 로마 제국에서는 모든 공공 생활이 포룸(Forum :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로마인이 중요하게 여긴 도시의 필수 요소는 극장과 온천 그리고 스포츠를 위한 스타디움(Stadium)이었다.
히포다모스가 규격 주택으로 계획한 도시의 네트 시스템이 이제 변형되어, 서로 규모가 다른 주택이 들어서게 되었다. 가난한 로마인은 작업실과 함께 방이 몇 개 되지 않는 집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부자가 되면 자신의 집 옆에 있는 대지를 사서 자신의 집과 사들인 대지에 있는 집을 합쳐 개축했다. 그 때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허물고 새로 지었다. 그렇게 옛 건물에다 증축한 빌라 중 하나가 메난더의 빌라이다.
길가 쪽으로는 원래의 건물에 속한 방들이 있고, 안뜰을 가운데로 식당과 접견실, 침실, 부엌 등이 모여 있다. 안뜰 가운데는 빗물받이용으로 직사각형의 물동이가 있다. 지붕은 안쪽으로 경사진 형태로 안뜰까지 덮고 있었지만, 빗물을 받을 수 있도록 물동이 위는 열려 있다. 이와 같이 빗물을 모으는 방식은 로마 제국의 특성이다. 그 외는 대체로 산속의 수원에서 물을 구했다.
--- pp.143-144
그런데 인류는 처음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재료로 집을 지었을까, 어떤 건물은 짓는데 수십 년이 걸렸는데, 어떤 건물은 왜 수백년이나 걸렸을까? 평면도는 무엇이며, 모형은 뭐고, 기반공사는 무엇일까? 옛날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나 멋진 탑을 쌓아 올릴 수 있었는데도 왜 고층 건물은 짓지 않았을까? 고대 로마인은 어떻게 목욕을 했으며, 황제는 배설의 용무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 책에서 나는 위에 늘어놓은 의문을 풀어 보기로 했다. 따라서 건축의 역사를 해설한다든지, 피라미드나 신전,교회,궁전의 역사를 기술하려고 이 책을 쓰지는 않았다. 또 고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현대나 포스트 모던 등 시대별 유럽의 건축 양식을 해설할 의도도 없다. 더더욱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혹은 호주의 건축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보여 줄 의도도 없다. 이책은 그러한 책과는 전혀 다르다.
---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