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만날 학원 갔는지, 밥은 먹었는지 쓸데없는 걱정만 할 뿐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엄마들은 벌써 담임이 누군지 알고,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신경질이 부풀어 올랐다. “엄마, 직장 안 다니면 안 돼요?”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 말았다. 엄마는 대답 대신 내 눈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 pp.14-17
“진희 엄마, 오늘처럼 자주 나와서 청소를 도와줄 수 있겠어요?” 엄마는 다른 엄마들의 눈치를 보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엄마끼리 서로 반말로 이야기하다가 우리 엄마에게는 존댓말로 바꾸는 것이 거슬렸다. 순간적으로 엄마가 따돌림 당하는 것 같았다. “선아 엄마, 진희 엄마 부담스럽게 너무 그러지 마. 직장 때문에 진희 엄마가 못 오면 다른 엄마를 부르면 되지 뭐. 청소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데……. --- pp.35-36
엄마는 엄마들이 만든 청소 모임에도 들지 못했다. 엄마들이 청소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바글거렸다. 자기네들끼리 남아서 운동장에서 놀다가 청소가 끝나면 엄마와 함께 가는 기세등등한 모습이 부러웠다. 청사모, ‘청소를 하는 4반 엄마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모두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이었다. “우리 엄마도 청소하러 왔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