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돌산을 넘어온 그녀. 세찬 빗줄기를 피해 가지 못했고 질퍽한 진흙길을 돌아 가지도 못했다. 그 자리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았고, 힘에 겨워 속수무책 넘어지기도 했다.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였던 그녀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질 즈음, 마지막 남은 강력한 무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었다. 자신과 동맹을 맺기로 했다. 자신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자신을 지탱해 준 ‘본능적인 감각들’에 손을 내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음식’이라는 믿음직한 도구를 찾아냈다.
그녀는 음식으로 일기를 쓴다. 금세 과거로 떠나버릴 찰나를 테이블 위에 살포시 펼쳐놓는다. 하루하루의 흔적들을,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크고 작은 접시에 담아 자신의 보물 창고로 만들어버린다. 젊은 날에 그림을 그리고 옷을 만들던 그녀가 발견한 자신의 또 다른 거울. 음식은 어느새 든든한 길잡이이자 말동무가 되었다.
그녀의 음식에는 정해진 원칙이 없다. 매번 똑같은 레시피도 없다. 현란한 기교나 화려한 꾸밈새도 없다. 대신 그때그때마다 본능적인 감성이 자리한다. 맛있게 먹어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쏟아진다. 흔한 재료들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요리법을 마술처럼 창조한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럽고, 단순하지만 특별한 음식을.
- 김영주 (여행 작가, 전 [마리끌레르] 편집장)
때때로 우리는 삶이 시시한 순간들의 연속이라 여기곤 한다. 섬세한 문장들로 일구어낸 이 책은 삶이 실은 반짝이는 시간들로 채워진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모든 순간이 절망스럽거나, 서운하거나, 외롭거나, 슬플 때조차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그리고 언제나 선물 같은 깊은 성찰로 귀결됨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삶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새삼 아름다워지고, 기쁘지 않은 순간들도 결국은 더욱 근사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감사한 이정표가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지은경 (매거진 [Chaeg] 편집장)
주방에서 식탁까지의 공간은 우리의 삶에서 참으로 소중하다. 식생활에 대한 원초적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정교한 행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박지원은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패션 디자이너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한 여자로서 참으로 많은 경험을 패션브랜드는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구현해 왔다. 그렇게 음식을 만들고 식탁을 차렸던 자신의 체험을 이 책에 기록했다. 씨식초를 제조하기 위한 비법부터 채식의 경험담은 물론, 조리대 위에서 음식의 재료인 동식물을 대하는 정서적이고도 과학적인 신념까지 자상하게 담아낸 책이다.
- 박용만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