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는 친구 앤키두가 옆에 있는 한 거칠 것이 없다. 우정과 사랑을 나눌 친구가 있는 한 죽음은 두렵지 않은 듯, 친구와 함께 모험하며 둘의 명성을 위해서라면 죽음은 두렵기는커녕 아무 장애가 되지 못한다. 길가메시의 주체할 수 없던 힘을 바로잡아준 것도 우정이었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하는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우정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실제로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어떤 위험과 장애라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용기가 생긴다. 기존의 관습을 넘어서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 p.23, 1장 〈우정은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인다: 길가메시〉
친구가 죽은 후 길가메시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죽음에 관한 인간과 신들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방랑의 길에서 그의 영혼은 단련되었으며 인간의 길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신의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신들의 정원에서 안락을 누리기보다는 우정을 알았던 인간으로 남기를 선택한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였다. 길가메시의 위대함은 왕으로서의 권력과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영생의 의미를 찾는 모험과 성찰로 깨달음에 도달한 데 있다.
--- p.32, 1장 〈우정은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인다: 길가메시〉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죽을 운명의 삶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이제 초점은 삶으로 이동하게 된다. 불멸에 대한 헛된 갈망 대신에 현실의 삶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현재의 시간에 감사하며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또한 ‘죽음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은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이것이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이다.
--- p.53, 2장 〈죽음은 삶의 빛을 모아준다: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생각 없이 방탕한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잘못된 생각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미망에 빠지지 말고 지혜롭고 사려 깊게 산다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명료하게 생각하고 사려 깊게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고통이나 두려움의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의 근거들을 올바르게 검토하는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 p.63, 2장 〈죽음은 삶의 빛을 모아준다: 에피쿠로스〉
오늘날에도 내면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이고, 자본주의 시대는 내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려운 시대다. 에픽테토스는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세상과 사물에 대한 올바른 표상을 형성하고, 돈이나 명예와 권력 등 남에게 달린 것에 대해 자신의 자유를 저당 잡히지 않도록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인생의 중요한 지점마다 스스로에게 다음 물음을 묻기를 요청한다. ‘자유롭게 살 것인가, 아니면, 외부 가치들을 누리기 위해 자유를 양보할 것인가?’ 오늘날에도 에픽테토스는 이 물음에 대해 분명 하나의 지침을 마련해줄 것이다.
--- p.97, 3장 〈죽음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 우리를 구원한다: 에픽테토스〉
죽음을 의식하며 사는 것은 부조리를 기피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다. 자신의 부조리한 운명을 의식하지만 체념하지 않고 그 운명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남김없이 살아낼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반항하는 자는 부조리의 대립항을 어느 쪽도 폐기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팽팽하게 긴장시키면서 부조리와 대결하는 삶을 살아간다. 구원의 약속이나 구원의 가망이 없을지라도 부조리와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대결하며 사는 것이다. 이제 자살이 왜 잘못된 것인지 분명해진다. 자살은 부조리의 대립항의 하나를 폐기함으로써 부조리를 해소시켜버리기 때문이다.
--- p.109, 4장 〈죽음은 삶의 진실을 보게 해준다: 카뮈〉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에 대한 위기를 통해 인간들이 추구하는 돈, 명예, 명성과 가족애 등은 죽음 앞에서 사상누각일 뿐 진정한 의미를 주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유한한 인간의 삶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영원불멸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다면 인생의 모든 성취는 죽음과 함께 다 사라져버리거나 아무 의미도 없이 삶이 끝나버릴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 유한한 인간 삶 안에서 추구해야 하는 영원한 의미는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유한한 인간이 추구하고 동경하는 무한한 의미, 유한성 속의 영원불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그가 찾은 것은 사랑이라는 신의 법이었다. 그가 말하는 신의 법은 단지 인습적인 교회 전통과 교리가 아니라, 용서와 사랑을 실천한 신의 행적을 따르는 기독교 전통의 사랑의 원리였다.
--- p.165, 6장 〈사랑은 죽음의 한계를 넘는다: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