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은 여성의 허리를 조여 날씬해 보이게 만들어주는 속옷 ‘코르셋’과, ‘벗어남’을 뜻하는 한자 ‘탈(脫)’을 합친 신조어다. 이때 ‘코르셋’은 단지 속옷뿐만이 아니라, 화장, 의상 등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뜻한다. 예컨대 ‘날씬하면서 볼륨감도 있는 몸, 어느 자리에서나 반드시 단정하게 해야 하는 화장, 늘 찰랑찰랑 유지하는 긴 생머리, 제모와 시술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매끈하고 하얀 피부’가 코르셋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이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의 기준을 부수고 무너트리는 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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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의 ‘전동 열차 승무원 업무 매뉴얼’은 여성 승무원에게 메이크업 의무를 부과해왔다. 여성 승무원은 심지어 야간 및 새벽 근무시간에도 립스틱을 바르고 눈썹을 칠하는 등 기본적인 메이크업을 해야 했다. 매뉴얼은 매우 상세하다. 립스틱이나 매니큐어 색깔을 핑크, 오렌지 등 회 사가 정해준 특정한 색깔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반면에 남성 승무원은 위생과 청결을 강조하는 매우 기본적인 수준에 그친다. 대화할 때 담배 냄새 등 입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청결히 한다거나 코털이 밖으로 보이지 않도록 다듬어야 한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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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성의 몸은 결코 균질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44 사이즈’가 사실상 유일한 기준으로 통용되어왔다. 기준이 하나뿐인 사회에서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여성의 몸이 탈락된다. 비난과 낙인의 대상도 된다. 김지양 씨와 ‘치도’ 박이슬 씨의 등장은 이러한 획일적 기준이 ‘당연하지도, 옳지도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사회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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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피해자에게 심리적?육체적 괴로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에서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먼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가 영속적으로 발생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복제와 전송이 쉽다는 것이다. 피해 영상물이 단시간 내에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면서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삭제 대응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피해 범위를 특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 결과 유포된(또는 유포되고 있는) 피해 영상물의 완전한 회수가 어렵다. 즉, 마침표가 없는 범죄이다.
--- pp.82~83
2017년 9월 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당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규정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일명 ‘몰카’로 약칭되고 있는데, 동 용어가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담고 있어 범죄 의식 약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있어 향후 ‘몰카’ 대신 불법성을 드러내고 거부감이 적은 ‘불법 촬영’이 라는 용어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부 공식 문서에서 몰래카메라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 p.86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했지만 남성과 임금격차가 적 지 않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 임 금격차(gender pay gap)가 가장 큰 국가다. 2019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2.5%(OECD 평균 12.9%)로 최하위다.4 남 성이 100만 원을 번다면 여성은 약 68만 원에 불과한 월급봉 투를 받는다는 뜻이다.
--- p.129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아이돌보미들의 시간당 기본급은 8,600원이다. 여기에 주휴수당(노동자가 유급 주휴일에 받는 수당으로 근무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 노동자들이 적용 대상이다.)을 받을 수 있으면 시간당 1만 320원이 추가된다. 하지만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8,590원이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보다 딱 10원 더 많은 셈이다.
--- pp.149~150
성평등 임금 공시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자신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성 혹은 여성의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개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기업들에 긴장감을 주어 장기적으로는 성별 임금격차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 중이다. 실제로 유럽위원회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현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임금 체계의 불투명성을 들었다.
--- p.163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2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가 맞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변 전 하사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본인의 성 정체성과 수술에 관련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성 확정 수술을 받은 변 하사를 심신장애인으로 볼 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의학적 수술에 해당하는 성 확정 수술 과정에서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상실한 것이 기능 장애, 기능 상실, 신체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육군 참모총장에게 피해자 권리 원상 회복을,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켰고 복직 요구를 외면했다. 그리고 변 전 하사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 pp.175~176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혐오 표현 리포트」에서 언급된 ‘혐오 표현(hate speech)’의 개념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 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다. 혐오는 단순히 싫거나 미워하는 감정을 넘어서 편견을 토대로, ‘다르다’는 차이를 차별로 구분 짓고 구체적인 언어나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맘충이나 노키즈존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혐오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 대학살을 일으킨 ‘홀로코스트’까지 그 범주가 넓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혐오 사건이 급증했다.
--- pp.198~199
차별금지법에 이어 평등법까지 발의되면서 관련 법 제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반면 일주일 사이로 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 동의 청원도 10만 명을 넘어 같은 상임위로 전달됐다. 관심만큼 논쟁도 뜨거운 법안인 셈이다.
--- pp.208~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