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는 첫날부터 연쇄살인을 떠올렸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을 돕는 곳이라고 했지만,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들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 인간은 놀이 중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놀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수고로울 때가 많았다. 60kg 이상 나가는 인간의 무게는 한 명이 감당하기엔 벅차다. 한 번은 100kg은 됨직한 치킨을 차에서 내리게 한 후 50m가량의 층계를 포함한 길을 따라 데려가야 했던 적이 있었다. 치킨은 계단을 오르기 직전, 제풀에 기절했다. 한 쪽씩 팔을 잡고 쌀가마니처럼 질질 끌어 나머지 40m가량을 옮겼다. 준수는 비로소 왜 운영자가 자신을 선택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1장 클럽 - 준수의 시작」중에서
울면서 매달릴수록 학대는 더욱 뜨겁게 지져졌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잘못과는 상관 없는 일이란 걸 알았다. 그 후엔 말이 없어지고 조용해 졌다. 그 순간이 오면, 선호는 자신을 인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은 경찰서에서 찾아왔다. 누군가의 아동학대 신고로 경찰의 보호를 받던 순간, 처음으로 느낀 평온함. 그때부터 선호에겐 경찰이 되면 구원받을 수 있고, 복수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의 불씨로 선호는 학대의 시간을 견뎌냈다. 신기하게도 복수감정은 점점 연민이 되었다. 선호는 성장해버렸다. 계모조차 학대에 흥미를 잃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강한 것에 약한, 악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난관을 뚫고, 꿈을 이뤄낸 선호. 그렇기에 경찰의 배신은 죽음보다 더한 것이었다. 그날 죽었어야 할 선호를 용회장이 살려줬다.
---「2장 킬러 - 선호의 시작」중에서
리안을 감시하라고 했지만, 선호는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뭔가에 씌인 듯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 속, 어린 선호가 시키는 대로. 리안이 중학생이 되던 해. 리안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선호. 이야기를 듣던 리안은 자신도 선호같은 킬러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실력을 키워 자기 손으로 용회장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날 이후. 말도 안되지만, 선호는 아무도 모르게 리안을 제자로 삼고 가르쳐왔다. 1년에 한 번 리안을 찾아가 감시하는 날은, 리안과 선호가 무술 대련하는 날이 되었다. 집 앞마당이 훈련장이었다.
---「2장 킬러 - 리안의 시작」중에서
잠시 거울을 통해 서로를 탐색하는 둘. 마침내 직원이 뒤돌아 선호를 향한다. "눈빛에 죽음이 있네~ 운영자 찾는거지? 누군가의 복수로." 선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손의 장갑을 벗는다. 본능적으로 엄습하는 위험을 느끼는 선호. 직업병 처럼 상대의 눈을 통해 미세한 감정을 읽는데, 상대의 눈도 같은 걸 보이고 있어서다. 적대적인 곳에서 갑자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 것과 같다. "날 찾아온 걸 보니, 호민이는 죽었고." 선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 날이 언제오나~ 기다렸어."
---「3장 죽음 - 판타지아와의 대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