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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移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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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移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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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80쪽 | 148*210*15mm
ISBN13 9791198118417
ISBN10 119811841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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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특이사항 : 골방 속의 어머니를 생각해 보며 이안재 희곡선 10-한국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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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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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냐구? 응 그립지, 근데 너희들은 모를 거야. 그리운 게 뭔지. 거지 몰골이 돼서 포탄이 떨어지는 삼팔선을 넘나들고, 피고름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또 아이들이 태어나고, 태어난 아이들을 짐짝처럼 들쳐 안고 오직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우린. 네 아버지 하고 나는 지옥의 동창생들이다.
--- p.21~22

나는 내 능력으로 내 인생 살고 있어 (...) 첫째, 다른 사람한테 이유 없이 욕먹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들 이유 없이 욕하지 않는다. 삼번, 비굴하지 않는다. 그다음, 비굴한 사람 욕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 p.38

그 보안관! 근데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보안관은 말도 타지 않고,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도 없고, 허리엔 권총도 없어. 살인자 수배자를 잡으러 다니는 일도 없고, 집에서 꿈만 꿔 이 보안관은. 이 중국산 싸구려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참고 사는 거지.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콩나물국 시금치나물 먹으면서 이 보안관은 정의를 실현할 날만 찾고 있어! 이 지옥 같은 세상, 불의의 세상을 지배하는 악당을 만나 망치를 휘두를 날만 찾고 있는 거지. 근데 어쩌지 동생아, 어느 날 새벽 지하철역을 지나치는데, 거기 LED 전광판에 비친 악당의 모습이 바로 보안관 자기야.
--- p.47~48

왜 몇 번이나 죽은 사람을 옮긴다고 그래요? 알잖아요, 우린 사는 것도 제대로 못 살아온 사람들인데 죽어서 무슨 호강을 하겠다고 왜 자꾸 그 사람 산소를 옮긴다 그래요? 산소를 옮기면 뭐가 달라져요? 뭐가 바뀌어요?
--- p.65

나도, 나도 이게 다 꿈이었으면 어서 이 꿈에서 벗어나 어디로 갔으면 좋겠다! (...) 그냥 어떤 데, 그냥 어딘가 바람 살살 부는 그런 데. 거기 솔밭 근처에 넓은 채양 쫘악 치고 거기서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야, 어릴 때 동네 친구들도 부르고, 살면서 신세 졌던 사람, 죄진 사람, 미워했던 사람들도 오라 하고, 북녘땅에 있는 우리 엄마 아버지도 부르고, 죽은 오빠들, 삼촌들도 다 부르고, 아는 사람은 죄다 부르는 거야.
---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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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은 박근형 연출이 그동안 천착해온 무책임하고 혼자만 낭만을 추구했던 우리네 아버지가 부재한 이후 남겨진 어머니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자식은 돌보지 않으면서도 조카의 졸업식은 챙겼던 아버지, 그가 속한 거대한 가부장사회의 틀만 유지되고 있지만, 그 틀은 여전히 공고하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리틀 꼰대의 자리를 차지해야 했을 아들들은 무기력하다. 장남은 이혼으로 모든 것을 넘기고 어머니에게 의탁해 살아가고, 차남은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해 살아간다. 경제적인 도움을 준 언니의 뒷담화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차남의 아내, 꼼짝 못 하는 차남과 장남은 이들의 현재의 위치를 보여준다. 차남과 장남은 잘못했지만 큰소리를 치고 상을 엎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가부장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촌의 호출을 거부하지 못하고 약속을 늦는 일이 빈번해도 잘못을 지적하지 못한다. 아버지 묘를 이장해야 하는 상황. 마스크 살 형편도 못되는 장남은 가문의 일에 아버지의 일에 돈을 보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한다. 가장의 지위를 물러받은 장남은 현재의 자신의 위치나 상황에서도 가부장적 체계의 질긴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폭군 같은 남편도 떠나고 아들들도 무력하다. 어머니를 제외한 여성, 딸과 며느리는 가족에 대한 부채감 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 딸은 해외 항공사로, 며느리는 동화작가에서 주식으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정보를 주는 아는 언니를 더 가족같이 여기며 남편의 가부장사회를 가볍게 벗어난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러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이장'은 상징적이다. 가장이 부재한 가부장적 체계 그 허깨비 같은 틀만 남았음에도 여전히 오래된 관습에서 오는 힘은 남아있다. 어머니는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낡은 무덤 같은 가부장적 체계에서 좀 더 볕이 들고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이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 플롯을 치매 기운이 있는 어머니의 상황에 근거해 현실과 꿈을 오가는 구조로 만든 형식도 세련됐다. 구체적인 삶과 인물이 드러나는 대사들과, 인물의 깨달음을 압축하여 들려주는 대사가 가슴을 크게 때린다
-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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