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냐구? 응 그립지, 근데 너희들은 모를 거야. 그리운 게 뭔지. 거지 몰골이 돼서 포탄이 떨어지는 삼팔선을 넘나들고, 피고름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또 아이들이 태어나고, 태어난 아이들을 짐짝처럼 들쳐 안고 오직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우린. 네 아버지 하고 나는 지옥의 동창생들이다.
--- p.21~22
나는 내 능력으로 내 인생 살고 있어 (...) 첫째, 다른 사람한테 이유 없이 욕먹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들 이유 없이 욕하지 않는다. 삼번, 비굴하지 않는다. 그다음, 비굴한 사람 욕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 p.38
그 보안관! 근데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보안관은 말도 타지 않고,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도 없고, 허리엔 권총도 없어. 살인자 수배자를 잡으러 다니는 일도 없고, 집에서 꿈만 꿔 이 보안관은. 이 중국산 싸구려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참고 사는 거지.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콩나물국 시금치나물 먹으면서 이 보안관은 정의를 실현할 날만 찾고 있어! 이 지옥 같은 세상, 불의의 세상을 지배하는 악당을 만나 망치를 휘두를 날만 찾고 있는 거지. 근데 어쩌지 동생아, 어느 날 새벽 지하철역을 지나치는데, 거기 LED 전광판에 비친 악당의 모습이 바로 보안관 자기야.
--- p.47~48
왜 몇 번이나 죽은 사람을 옮긴다고 그래요? 알잖아요, 우린 사는 것도 제대로 못 살아온 사람들인데 죽어서 무슨 호강을 하겠다고 왜 자꾸 그 사람 산소를 옮긴다 그래요? 산소를 옮기면 뭐가 달라져요? 뭐가 바뀌어요?
--- p.65
나도, 나도 이게 다 꿈이었으면 어서 이 꿈에서 벗어나 어디로 갔으면 좋겠다! (...) 그냥 어떤 데, 그냥 어딘가 바람 살살 부는 그런 데. 거기 솔밭 근처에 넓은 채양 쫘악 치고 거기서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야, 어릴 때 동네 친구들도 부르고, 살면서 신세 졌던 사람, 죄진 사람, 미워했던 사람들도 오라 하고, 북녘땅에 있는 우리 엄마 아버지도 부르고, 죽은 오빠들, 삼촌들도 다 부르고, 아는 사람은 죄다 부르는 거야.
--- p.7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