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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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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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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22g | 135*200*30mm
ISBN13 9791169091183
ISBN10 116909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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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어머니의 잃어버린 목소리가 말을 걸 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며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생존‘해낸 어머니 ‘군자‘의 삶을 딸 그레이스가 되살려낸 책. 조현병에 걸린 어머니의 발병 원인을 파헤치던 딸은 매번 혹독한 현실과 역사를 마주한다. 회고록이 들추는 생생한 상처에 놀라게 될 책.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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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죽음을 맞이한 엄마는 커튼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몇 년을 소파에만 앉아 있었다. 엄마는 목소리가 하는 말에 따라 당신을 작고 보이지 않게 만들었으며, 어둠 속에 앉아 되도록 적게 먹었는가 하면, 외부 사람들이 아무도 당신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 내가 성인기를 맞으며 정신이 형성될 시기의 엄마는 이런 모습이었다. 나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엄마는 마치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외국인 혐오자들의 말을 따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신이 온 곳을 짚어내기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엄마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엄마는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가 전쟁과 분단, 미국의 점령을 겪은 뒤 미국인인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죄로 추방당했다. 엄마는 내면으로 움츠러들며 당신을 이 갈등의 장소로 다시 데려가, 자기 존재를 짓이겨 없애고 무無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
--- p.20

“엄마, 쥐를 애완동물로 키운다면서요.”
“오 그래?” 엄마는 짜증난 듯했다. “네 아빠가 그 쥐 어디서 왔는지 말하든?”
“어, 아니요.”
“고양이더러 가지고 놀라고 네 아빠가 잡아 왔어. 도망쳤길래 내가 먹여 살렸다.”

(…) 쥐가 엄마의 건강이 악화되는 징조라는 올케의 의견에 처음엔 나도 쉽게 동조했지만, 상황을 유심히 살피자 다른 모습도 보였다. 은둔자 생활을 하던 엄마에겐 반려동물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쥐가 당신의 소파 밑으로 피신하자, 녀석을 아버지 뜻대로 잔인하게 사지로 내모는 대신 보살펴주기로 한 것이다. 엄마가 그랬듯, 이 연약한 생명은 생존자였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당신을 ‘쥐’라는 애칭으로 불렀기에, 할머니를 아직 애도하던 엄마는 그 쥐에게서 자기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엄마의 행동은 ‘기괴한 망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 pp.352~353

함께 나누었던 식사가 무슨 의미였는지 온전히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엄마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과거를 보드랍게 놓아주는 효과가 있음을 이해하게 된 건 생태찌개를 요리하면서부터다. 나는 이 음식을 한 번도 맛보거나 들어보지 못했지만, 엄마가 시키는 대로 요리했다. 무를 참기름에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참기름 아끼지 말고. 이제 마늘 넣고. 넉넉히. 그것도 아끼지 말고. 엄마의 요리법은 열등하다고 여겨졌던 과거사를 거스르는 주문인 듯싶었다. 생선, 다시물, 파, 국간장, 고춧가루를 넣고 약한 불로 끓인다. 그리고 밥이랑 같이 상에 낸다. 우리는 유리 상판이 놓인 커피 테이블 바닥에 앉아 시원한 생선찌개를 먹었고, 나는 칼칼한 맛, 불 맛, 알싸한 맛과 단맛의 조화에 감탄했다. “40년 만에 먹어보네.” 엄마가 말했다. 꿈을 꾸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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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M. 조는 모친의 조현병 발생 근원을 파헤치며, 가족사뿐 아니라 전쟁으로 얼룩진 생존자 및 전후 세대의 역사를 풀어냈다. 이 탐구는 한미 관계 아래 자리한 폭력의 유산이 인간 정신에 남긴 상처를 드러내며, 독자를 시공간을 넘나드는 통한의 여정으로 인도한다. (…) 치유란 혼자만의 노력으로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재평가로써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 디앤 보셰이 림 (영화 「1인칭 복수 First Person Plural」 감독)
한인 디아스포라의 일원으로 나는 평생 이 책을 기다려왔다. (…) 분리될 수 없는 세대 간 트라우마의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드러내는 작업.
- 신선영 (『참을 수 없는 화려함 Unbearable Splendor』 저자)
혹독한 솔직함으로 가슴을 저미는 이 회고록에서 우리는 이민 가정의 음식이 동화와 소외, 망각으로 이어지는 만큼이나 연결과 기쁨, 기억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가야트리 고피나트 (『길들여지지 않는 시각: 퀴어 디아스포라의 미학적 실천Unruly Visions: The Aesthetic Practices of Queer Diaspora』 저자)
광기에는 요소가 필요할까? 모친의 조현병에 대한 이 독특한 회고록은 식민주의, 전쟁, 폭력이 한국계 미국인 가족에 미친 영향을 날카롭게 검토한다. 저자는 가슴을 울리는 솔직한 탐구로 사회가 어떻게 우리 피부 밑으로 파고드는지 밝히며, 정신 질환이 생물학적 질병인 만큼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 데이비드 L. 엥 (『인종적 멜랑콜리아, 인종적 해리: 아시아계 미국인의 사회적·정신적 삶Racial Melancholia, Racial Dissociation: On the Social and Psychic Lives of Asian Americans』 공동 저자)
유산과 역사, 세대 간 트라우마, 연결성을 회복케 하는 음식의 잠재력에 대한 서사시적 대화를 조성하고 탐구하는 이 책은 회고록인 동시에, 빼앗긴 것을 되찾는 수복 작업이다.
- 앨리 로보텀 (『젤로 걸스: 가족사Jell-O Girls: A Family History』 저자)
현존하는 우리 역사의 유령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과 정동을 함께 엮어낼 장르로서 회고록의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퍼트리샤 티치네토 클러프 (『사용자 무의식: 정동, 미디어, 척도The User Unconscious: On Affect, Media, and Measure』 저자)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그림자에 가려진 미국의 젠더화된 역사를 어머니와 함께 추적하고 수색하는 이 책은 미 군사주의의 유령이 건드릴 수 없었던 한국인 어머니의 끈질긴 창조성, 딸의 사랑, 그리고 이들의 회복력에 대한 관심이자 오마주다. (…) 새롭게 등장한 생생한 목소리.
- 제니퍼 권 돕스 (『심문실Interrogation Room』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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