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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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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 예담 | 2015년 05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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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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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568g | 148*210*20mm
ISBN13 9788959139187
ISBN10 895913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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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사람은 완전히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다고 했다. 성장은 끝이 없다는 말이고, 온전히 성장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성인기에 접어들었다고 다 성장한 것은 아니다. 성장이 완결되었다고 확신하는 순간, 퇴행이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매 순간 성장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더 지혜로워지고 더 인내심이 강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혼돈을 수용하는 능력이 더 생긴다는 거고, 불안 속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 p.7

어떤 여자가 옷을 지나치게 단정하게 입고 화장을 짙게 했다면, 어딘가 불균형한 모습이라면 분명 겁먹었다는 뜻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아고갈이 오기 쉽다. ‘자아’라는 것도 바닥이 날 수 있다. 특히, 어떤 것을 참을 때마다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어서 계속 참기만 하다 보면 나중에 버틸 힘이 없어지는 것이다. 견디면 견딜수록 인내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딜 힘이 바닥이 나서 결국 무너지게 되고, 나중에는 더 이상 참으려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 p.15

눈을 가린 사람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눈을 가린 그 자체에 있다. 희망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종종 눈을 가리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명은도 마찬가지다. 지금 명은에게 절박한 것은 눈을 뜨고 세상의 화려함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고요히 자신에게 침잠하는 일이다.
--- p.40

진숙 씨는 종종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옷을 갈아입다가도, 머리를 빗다가도, 화장을 하다가도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외로움에 대한 임시 처방이었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소통이 끊어지면서 생긴다. 자기 마음속의 대화를 지속시킬 수 있다면 결코 외로워지지 않는다.
--- p. 93

그렇다면 진숙 씨는 남편을 용서한 것일까. 만약 용서라는 것이 상대의 죄를 면해주는 것이거나, 상대가 한 짓을 잊는 것이라면, 진숙 씨는 남편을 용서하지 않았다. 사실,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니체는 진정한 용서란 망각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란 자기에게 상처를 낸 사람 자체를 버림으로써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진숙 씨에게도 그 과정이 필요했다.
--- 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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