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 공감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말과 공감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좌뇌, 우뇌로만 구분되지 않습니다. 정보를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측두엽’,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후두엽’, 이렇게 받아들인 정보를 취합해서 정리하는 ‘전두엽’으로 더 세분화할 수 있죠.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아이가 ‘복숭아’라는 단어를 배울 때 [복숭아]라는 발음 소리는 측두엽이 받아들이고, 둥글고 분홍빛이 나는 모양은 후두엽이 익힙니다. ‘복숭아는 발그레한 얼굴 같다.’ 등의 묘사는 전두엽에서 처리하죠.
그런 전두엽의 기능 중에는 공감도 있습니다. 타인의 말과 행동, 표정을 보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까지 종합해 그가 말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공감 능력인 거죠. (…)
그러니까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두엽을 활성화해야 하는 거죠. 아이의 공감 능력을 발달시켜 주는 것이 스피치 브레인을 깨워주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일종의 전두엽 기능을 강화하는 훈련인 거지요.
---pp.33-34 「1. 말하면서 발달하는 뇌」 중에서
말하기 역시 풍부한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간접 경험과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독서가 중요한 겁니다. 다만, 이것을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책을 읽은 뒤 단순히 내용을 정리하는 독서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의 내용이 나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독후감을 써두는 게 좋습니다. 말할 재료를 저장해두는 셈이지요.
‘우정’을 주제로 말하기를 했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떠오릅니다. 그 아이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마음을 자기가 읽었던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빗대어 말했습니다. 소년에게 밑동까지 내어주는 나무의 모습을 보며, 자기도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풀어나간 거지요. 이 말하기는 자기가 전하고 싶었던 주제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듣는 이에게도 잔잔한 감동까지 남겼습니다.
---p.64 「2. 하버드생처럼 사고하고 전달하기」 중에서
우리의 뇌에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는데요. 반복된 경험이 쌓이면 뉴런을 감싸는 피복 전선 형태의 신경 물질 ‘미엘린’이 두꺼워집니다. 미엘린은 어떤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 장비 역할을 하지요.
제가 경력이 쌓일수록 말을 점점 더 잘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말하기도 준비과정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숙련이 되거든요. 수많은 연습으로 뇌 안에 말하기 프로세스가 장착되어 있어서 불시에 발표해야 할 때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지요.
말하기 준비순서는 ‘계획-조직화-우선순위-상세화-응용-모니터링’의 6단계로 구성됩니다. 각 항목은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하지요. 6단계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공부에 빗대어 예를 들어볼까요? (…)
위 6단계 안에서 ‘대치동 공부법’으로 손꼽히는 메타인지가 적용되고 있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응용하며 오답노트를 활용하는 기능입니다. 이 6단계를 말하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발표력도 키울 수 있고,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내용을 구성하는 논리적인 말하기도 가능해지죠.
---pp.68-69 「2. 하버드생처럼 사고하고 전달하기」 중에서
하루는 서울대학교에 지원한 학생이 면접을 앞두고 학원을 찾아왔습니다. 워낙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기에, 질문 하나만 던져도 술술 답변을 이어갔는데요. 답변의 내용은 훌륭했지만, 말하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학생은 모의 면접을 촬영한 영상을 보고 “선생님, 제 모습이 충격적이에요.”라고 말했죠. 답변하는 내내 다리를 떨고, 손을 휘젓고, 발음이 뭉개졌거든요. 문장마다 ‘그러니까’라는 추임새를 반복하고, 시선은 천장과 땅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 학생에게는 우선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제스처를 쓰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스토리를 정리해 오레오 기법으로 답변하는 연습을 했죠. 한 질문 당, 1~2분 사이를 넘지 않게 말할 수 있도록 답변의 길이도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실전 연습을 2주간 충분히 한 결과, 자신감 있게 면접을 봤고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pp.108-109 「3.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잘하려면」 중에서
학생회장에 당선되면 무엇이 좋을까요? 우선 상급학교 진학하기가 유리합니다. 특히 특목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때 임원 경험은 리더십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죠. 더 나아가서는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돼요. ‘사회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라는 걸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거든요.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은 아이의 마음을 성장하는 데도 큰 자양분이 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처럼 임원으로 뽑힌 아이는 저절로 회장의 자질을 갖추게 되지요. 몇 년 전, 저를 찾아왔던 한 아이가 떠오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을 잘하지 못할 만큼 숫기가 없는 친구였죠. 그런데 스피치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반 회장으로 당선되었어요. 그 후 아이의 학교생활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고, 반 분위기를 온화하게 조성하고, 선생님을 도와드려야 했기 때문이에요. 조금 힘들어도 반 친구들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아이는 이타적인 마음을 배우고 책임감도 강해졌습니다. 회장을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에 도전하는 과정이니까요. 회장 경험이 아이에게 즐거운 역할 놀이이자 새로운 시도였던 거죠.
---p.134 「4. 영재원, 특목고 진학을 위한 초등 말하기」 중에서
설소대 수술이나 치아교정으로 발음이 좋아질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설소대 수술은 태어난 직후 또는 아이가 말을 시작하기 이전에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치아교정으로 구강구조를 바꾼다 해도, 아이가 발음하는 조음 습관이 굳어져 있다면 그 습관대로 발음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그림을 참고하여 혀의 위치를 보며 발음 훈련을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이의 발음이 어눌해졌다고, 입을 안 벌린다고 “입 좀 크게 움직여봐!” 윽박질러봐야 아이는 “안 되는데 어떻게 해요.”라는 불만만 커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우물거리듯 웅얼웅얼 말한다면 아래와 같이 말해주세요.
“어? 엄마가 잘 듣고 싶었는데 잘 안 들렸네. 조금 천천히 정확하게 다시 말해줄래?”
“엄마가 네 입 모양을 볼 테니까 조금만 더 또박또박 말해줄 수 있겠니?” (…)
저에게 스피치를 배우는 학생 중, 설소대가 짧은데도 ‘ㅅ, ㅈ, ㅊ, ㄹ’의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어린 시절부터 입천장에 손가락 끝을 갖다 대고 조음점 위치(170쪽 참고)를 알려주며 혀끝이 그 자리에 닿을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줬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자음 발음을 잘 못한다면 입 안의 조음점을 짚어주며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함께 거울을 보며 연습하면 더 좋습니다.
---pp.168-171 「5. 설득력, 전달력을 높이는 말하기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