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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너머 그대에게
중고도서

그림 너머 그대에게

: 세상 속 당신을 위한 이주향의 마음 갤러리

이주향 | 예담 | 2012년 05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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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1쪽 | 476g | 153*224*20mm
ISBN13 9788959136780
ISBN10 895913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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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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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은 안전 지향적입니다. 청동의 탑처럼 든든하다 못해 육중하지만, 그것은 벽, 거대한 벽입니다. 그 탑 속에 길들여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거기서 형성된 가치관은 ‘안전’밖에는 모릅니다. 안전한 직장, 안전한 만남, 안전한 서정, 안전한 사랑, 안전한 결혼, 장수만이 목적인 안전한 건강…….
안전하지만 지지부진한 그곳에서 다나에는 하늘의 신 제우스를 만난 것입니다. 다나에의 제우스, 유명하지요? 아, 바람둥이 제우스. 이번엔 또 다나에야? 하고 아는 척을 하면 다 아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신화 속 제우스는 가부장제라는 울타리 속에서 이해해야 할 난봉꾼 진주낭군이 아닙니다. 제우스의 사랑은 사랑이, 하늘이, 의미가 어떻게 ‘나’에게로 걸어 들어오는지를 보여주는 원형적 이미지니까요. 나는 철두철미하게 방어의 벽 속에 갇혀 있는 다나에를 만나기 위해 황금 빗물로 스며든 제우스의 사랑에 감동합니다. 왜 나는 감동을 받는 걸까요? 아, 제우스가 왔습니다. 황금 소나기로 왔습니다. 황금 소나기로 내려와 스며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보십시오. 황금빛 환상적 사랑에 반응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나에의 표정과 자태를. 사랑은 막을 수 없습니다. 청동의 탑 속에 갇혀서도 완벽하게, 완벽한 세상, 꽉 찬 세상을 만드니까요.---p.18∼20

엘리후 베더는 이십대에 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해가 되지요? 가만히 있어도 괴롭고 외로운 그때, 철부지도 철이 나야 하는 때. 철이 나기까지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어 있는 그때! 그런데 이십대의 그림 치고는 그림이 너무나 늙었습니다. 좌절된 욕망으로 무릎을 꺾은 남자와 광막한 폐허에 애상까지.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애당초 젊음은 넘쳐나는 열정만큼 좌절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그늘 아래서 울어보지 않고, 아름다운 세상에 초라한 방랑자가 되어 쓰러져보지 않고 어찌 스핑크스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스핑크스도 이미 허물어져 있네요. 스핑크스는 왕자王者의 상징입니다. 한때는 매혹적이었으나 이제는 스러져 버려진 옛 영화의 그림자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 그림은 이중적입니다. 막막한 광야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창백해진 젊음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려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존재에 기대 답을 구하는 것. 그렇게 볼 때 저 그림은 제 고통에 짓눌려 지치고 지친 영혼의 자화상입니다.---p.191

반 고흐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외톨박이 화가야. 누구도 내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글거리는 태양마저도 나를 보고는 외면한다. 내 심장은 항상 사랑과 열정으로 고동치는데, 그야말로 고독한 외침일 뿐이구나.”
그래서 저 해바라기, 보고만 있어도 바람의 냄새가 나나 봅니다. 저만큼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요? 그 고독과 상처의 시간을 햇빛을 빨며 흡수하며 그저 ‘해바라기’로 견디며 쓸쓸하게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왔을 해바라기가 어쩐지 반 고흐 같고 또 ‘나’ 같지 않으십니까? 저 해바라기의 매혹에 빠져 있자니 생은 어쩌면 굴곡 없이 그저 환하고 매끈하게 피어나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는 상처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자기 이야기가 없는 생은 화려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다가가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고 우아한 삶일수록 쉽게 질리는 법입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해바라기가 언제까지 해바라기를 하는지? 해바라기는 만개할 때까지만 해바라기를 합니다. 뜨거운 해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만개한 이후부터는 해를 등집니다. 저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를 끝내고 해를 등지기 시작한 해바라기 같습니다. 버림받은 해바라기라기보다 고통과 고독을 삶으로 받아들이며 긍정하며 오롯하게 자기만의 시간으로 침잠한 해바라기 말입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진정한 사랑 후에 남는 것은 고독이고, 고독을 견디는 힘이라고. 그 힘으로 열매를 영글게 하는 거라고.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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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이성을 신봉하는 시대가 인간 정신의 반쪽을 억압해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감성, 직관, 신비의 영역을 사장함으로써 인간의 잠재력, 창의력, 에너지 등을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에도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융 학파 심리학자들은 꿈, 신화, 예술 작품에서 인간의 집단 무의식을 읽어내고, 정신 건강을 위해서 “신비주의로 돌아가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림 너머 그대에게》에서 이주향은 융 학파 심리학자처럼 그림들을 읽어준다. 그림 속에 담긴 집단 무의식을 통찰해내고, 신화 속에 갇힌 생의 지혜를 풀어내고, 종교 속에 숨겨진 세상의 비밀을 들춰 보인다. 에드워드 번 존스의 〈코페투아왕과 거지 소녀〉 그림에서 왕이 사랑한 거지 소녀는 사실 왕 자신의 직관(그림자이자 아니마)과 마주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클림트의 〈다나에〉에서 아버지의 탑에 갇힌 소녀에게 접근한 제우스는 바람둥이 신이 아니라 인간에게 생의 원초적 의미와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라 설명한다.
이주향이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우선 저자의 깊은 사유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에 감동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에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배어 있다는 따스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저자 자신이 과학과 이성과 동등한 질량으로 감성, 직관, 신비 등의 요소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김형경(소설가)
인간은 등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지고 나온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성실히,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자기 이야기를 찾지 못하는 걸까? 이주향이 서양 미술을 매개로 들려주는 신화와 종교, 철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의식 저 밑에서부터 나만의 이야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정인경(철학 박사)
그림과 사색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사는 것이 조금 힘들어도, 사랑이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고,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글과 그림들을 통해서 잠깐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선영(SBS 8뉴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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