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루소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엄습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요즘 외로운 것 같아요.”이 대답은 말 자체부터 틀렸다.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롭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건 엄청난 차이다. 말하자면 실제 온도와 체감 온도만큼이나 다르다. 안 그렇다면 최근에 와서 일기예보들이 앞다투어 체감 온도를 알려주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당신은 그저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바람이 불기 때문에, 온 세상이 웃는 듯한 명절 분위기가 버거워서, 연애를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혹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고독의 미식가가 되어야 한다. 혼자의 시간을 마련하여 고독의 섬으로 떠난 사람은 이기주의와는 거리가 먼 뛰어난 감성지능과 사회지능을 입증하여 ‘삶의 예술가’라는 명예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마음의 평화와 자신감을 얻고 넓은 시야와 해방감을 얻게 될 테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충만함은 밖에서 퍼부어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물상자를,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생의 샘물을 고이 간직한 충만함이니까. --- 에필로그 중에서
살아오면서 혼자인 때도 있었지만 혼자가 아닌 때가 더 많았다. 어쩌면 그러기에 누구보다 혼자 있음과 외로움은 동일 범주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어도 마음에 찬 바람이 불 때가 있고, 혼자 있어도 마음 훈훈할 때가 있다는 것을, 곁에 누가 있어 마음이 더 스산할 수 있고, 세상과 뚝 떨어져 홀로 있어도 얼굴에 비쳐드는 한 줄기 햇살만으로 천하를 다 얻은 느낌일 수 있다는 것을.
대학 시절, 난생 처음 큰마음 먹고 혼자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갈림길에 선 시점이어서 홀로 미래를 설계해 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여행의 기억이라고는 사람으로 붐비는 버스에서 시선 둘 곳 없어 난감하던 내 당황한 표정과 ‘저 아가씨가 왜 혼자 저러고 돌아다니나’라는 눈빛들뿐이다. 물론 그들은 내게 신경도 안 썼을 게다. 다만 혼자의 시간을 즐길 만한 능력이 없던 내 마음이 괜시리 주눅이 들어 움츠러들었을 뿐이었다.
혼자이기에 행복한 순간, 혼자이기에 여유롭고 혼자이기에 고독하지 않은 순간,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이 한껏 소개되어 있다. 산장에서, 산책길에서,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맛과 소리와 풍경과 향기가 듬뿍 담겨 있다. 정적 속으로 가만히 휘파람을 날려보낼 때의 희열과, 욕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향해 건네는 독백과, 나만의 저녁 만찬 테이블을 차리고 켜보는 촛불과, 외딴 섬 수도원 다락방에서 홀로 쓰는 생일 일기, 그 모든 행복의 경험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진정으로 고독하다는 건 이토록 신나는 일이다! “고립과 슬픔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독이기에, 독선적이어서 어쩔 수 없는 고독이 아니라 어울림을 알기에 선택한 고독이기에 말이다.
--- 옮긴이의 글 (‘고독의 미식가가 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