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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고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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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고전 읽기

: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위한 79권의 책 이야기

정승민 | 눌민 | 2020년 11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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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6g | 145*205*20mm
ISBN13 9791187750390
ISBN10 1187750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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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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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보았다. 이미 지상에서 사라진 저자들의 사색과 감성이 지금 이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춤추고 있다는 것을. 당시에 느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무엇을 남기는지. 삶의 유한함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은 가족이나 사회뿐만 아니라 서책과 도서이기도 하다.
--- p.5

이 책의 목적은 실마리다. 고전, 그리고 고전이 되고 싶은 신간의 읽기로 이어지는 중개자가 되고 싶다. 일회적인 것은 아무것도 아니기에Einmal ist keinmal, 사람들은 생명과 젊음에 집착한다. 그러니 우리의 삶을 읽는 그 순간이라도 잊히지 않는 시간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짧고 추하고 짐승 같은” 생生은 고전의 품격과 위엄을 획득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 p.7

오디세이아는 폭력과 야만을 이겨낸 인간에 대한 찬가다. 오디세우스는 승자지만 영웅은 아니다. 대결로 생사를 결정짓는 영웅의 방식과 달리 그는 꾀로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의 길을 걷는다. 영웅은 불멸의 명성을 얻으려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은 별것 아니다. 괴물의 동굴에서 탈출하려고 자신의 이름을 우티스Outis, 즉 아무도 아닌 자nobody라고 속이지 않았는가.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삶이 저승의 부귀영화보다 낫다는 그의 믿음은 영웅 아킬레우스의 입을 통해 “망자의 왕이 되기보다는 이승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의 종살이를 하리라.”로 정당화된다.
--- p.19~20

“고전은 모두의 격찬을 받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본인에게는 무색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등은 한 세기를 훌쩍 넘겨도 흥미와 매력이 여전하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의 “큰아이”는 누구일까. 미국 소설은 『톰 소여의 모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후대 작가 헤밍웨이의 단언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을 배경으로, 영국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구사하면서 문학적 독립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 p.42

한데 근대 사회는 신체의 자유가 출발점이다.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개인의 탄생과 인간 해방의 첫걸음 아닌가. 『춘향전의 인문학』을 쓴 김현주 교수는 수청을 거부한 그녀의 결단이야말로 신분 질서에 대한 항거이자 에로스를 멸시하는 통념에 도전한 혁명이라고 규정한다.
--- p.53

『그리스인 조르바』는 희랍 비극의 적통을 잇는다. 인간의 지혜는 고난의 경로를 거치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다는, 그래서 비극적 운명을 긍정하는 그리스 문학의 전통이 다시금 재현되는 것이다.
--- p.70

어른으로 가는 입사식initiation은 재일학자 강상중의 비유처럼 절벽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 건너기다. 범상한 삶 한가운데 죽음의 덫이 놓여 있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두렵다고 마냥 미성년으로 머무를 수만은 없다. 만만하게 보다가는 막막한 인생으로 전락한다. 두려움과 어지러움이 뒤따라오는 청춘의 인간관계는 그래서 삼각형이다. “외로움, 괴로움, 그리움”은 세 개의 꼭짓점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들이다.
--- p.73

복잡하고 아리송한 역사도 “돈”을 기준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무관료 출신 작가 오무라 오지로는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리가 돈이며, 돈이 곧 권력이라고 강조한다. 근대 세계의 기본 질서를 형성한 영국의 성공 비결이 해적질한 돈에 있었다는 것은 자본의 시원적 축적에서 벌어진 폭력성과 야만성을 웅변한다.
--- p.115

여전히 악인은 잘 살고 선인은 고단한 일상을 되풀이할 것이다. 허무와 좌절로 가득한 세계에서 인간은 신을 불러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먼저 인간은 살아가야 한다. 신 없이 혼자서라도 우선 버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다.
--- p.148

일찍이 꼬마 괴테는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리스본 대지진이 신의 섭리인지 묻는 어른들에게 “창조주가 아무리 큰 시련을 내리더라도 서로를 도우려는 인간의 협력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종교적 결정론에서 벗어나 어떤 운명도 하기 나름이라는, 인간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조숙한 예지에 허리를 굽히고 싶다.
--- p.153

그 운명의 해에 빈에는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와 스탈린도 잠시 같이 있었다. 생활고에 짓눌리던 트로츠키는 하루 종일 카페에서 체스를 두면서 빈의 “타짜”가 됐다고 한다. 스탈린은 하숙집의 보모를 유혹하려다 실패하고 동지인 부하린이 성공한다. 나중에 스탈린은 부하린을 스파이 혐의로 처형한다. 믿거나 말거나 질투의 씨앗이 이때 심어진 것은 아닐까.
--- p.166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첫 대목은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시 「자화상」의 첫 구절만큼 충격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잃어버린 아버지의 위상은 “잘 살아보세.”를 외치는 1970년대에도 회복되지 못했다. 작가 조세희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은 연작으로 묶여 2년 뒤에 같은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오늘날까지 300쇄를 돌파한 스테디셀러가 됐다.
--- p.177

대통령 직책뿐만 아니라 개인 박정희에게도 가장 비판적인 “인텔리”가 작가 이병주다. 박정희 장군의 술친구로서 교분을 나눴던 언론인 이병주는 5ㆍ16쿠데타로 불어온 반공 광풍의 희생자가 됐다. 감옥에서 풀려나 작가로 방향을 튼 그는 현대판 사관史官이 되기로 작정한다. 한나라 무제의 횡포로 수난을 입은 사마천처럼 작중 주인공 이름을 “이사마”로 정하고 1961년 5ㆍ16부터 1979년 10ㆍ26까지를 기록한 “실록”을 썼다. 바로 소설 『그해 5월』이다. 실제 작가가 작중 화자와 겹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사건이 허구가 아닌 논픽션으로 간주될 만큼 한국 현대사의 문학 버전을 방불하게 한다.
--- p.180

김우창 평론가의 주장을 빌리자면, 세계의 질서와 법칙을 따져 묻는 서양적 사유는 곧 한계에 부딪치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 사유는 무한히 갱신되고 반복되면서 점점 더 초월적 차원으로 나아간다. 비교가 되는 동양적 사고는 도덕적 실천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규범 자체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세계에 대한 반성적 사고가 곧바로 전체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초월적 경계를 향한 사고의 도약이 아니라 이른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단계적 목표치가 나타난다.
--- p.232

아테네와 로마 같은 국가들이나 영웅 나폴레옹도 한낱 미물에 무너졌다. 스파르타와 건곤일척을 겨루려던 아테네 해군은 역병으로 전의를 상실했고, 러시아 원정에 나선 보나파르트의 군대도 발진티푸스로 맥을 못 췄다.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들』을 읽다 보면 인류의 도살자는 전쟁이나 기근이 아니라 병균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게 된다.
--- p.240

참으로 『노동의 새벽』이 수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킨 공덕과 미덕이 무량하다. 그런데도 왜 노동자들이 나뭇잎처럼 추락하고 화로에 떨어진 눈송이처럼 사라지는 현실은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 p.267

『백범일지』는 일본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칼일 뿐만 아니라 김구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기다. 타인과 사회, 그리고 외세에 대한 비판이 항상 자아비판과 병행하기에 성취와 성공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어두운 그늘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백범의 솔직한 “상놈 선언”은 커다란 신뢰감을 안겨준다. 더욱이 신분 사회의 하층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도 백범이 거둔 인격적 성취는 운명을 창조하는 인간의 전형이다. 18세 때 동학에 입도하면서 “아기 접주”로 불릴 만큼 장사였던 백범은 어머니의 사랑과 애국애족의 이상으로 자신을 통제하여 독립운동가의 삶과 역사를 써 내려갔다.
--- p.273~274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다. 매년 국민 100명 중 한 명이 당하고 피해액도 8조 원가량이다. 사기꾼들은 “숨 쉬는 것만 빼고 모두 거짓”이라고 할 만큼 속이고 또 속여서 탈탈 털어간다. 패가망신의 사례를 넘칠 만큼 접했으면서도 사람들은 왜 판판이 넘어가는가. 탐욕 때문이다. 사기꾼들은 “먹잇감”의 욕망을 자극하기만 하면 “게임 오버”라고 자신한다. 『빅콘 게임』은 사기꾼 세계의 귀족이라 불리는 신용사기꾼들의 세계를 옆에서 들려주듯이 생생하게 재현한 범죄 보고서다. 워낙 현실감이 넘치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탐을 내서 영화 《스팅》의 밑그림으로도 쓰였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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