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의 통영, 길상사

사랑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단박에 거절당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통영 곳곳을 다녀보았다.

백석이 사랑하는 여인 ‘난’을 만나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통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하늘보다 더 짙푸른 바다 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천희’ 혹은 ‘란’을 기다렸다는 충렬 사 앞은 절기는 겨울이지만 아직 가을을 품은 노란 은행잎이 빗줄기처럼 흩뿌려지는 중이었다. 이쯤에서 백석이 앉아 있 던 걸까, 저 우물가에 정말로 란이 다녀갔을까 하며 통영 곳 곳을 거닐었다. 사랑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단박에 거절당 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통영 곳곳을 다녀 보았다. 그런 이가 맞는 비라니. 백석의 표현대로라면 ‘김 냄새 나는 비’일 수밖 에 없지 않았을까.

혹시 나타샤가 난이었을까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 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중략) 눈은 푹 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b>[책 요약]<br/><br/>서울 종로 윤동주문학관</b><br/><br/>언덕을 걸어 올라가 작은 우물을 품은 커다란 우물 하나가 우묵하게 하늘을 응시하는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br/><br/><b>강원도 원주, 박경리 토지문학관</b><br/><br/>간혹 끼니를 놓친 작가들을 불러내어 대추나무 집에서 막국수를 사 먹이셨다는 일화는 정말로 부러운 이야기 중에 하나였다<br/><br/><b>전남 순천 김승옥 문학관</b><br/><br/>누군가를 무진으로 초대하는 일은 한 세계가 다른 세계에 도착하는 시간이다<br/><br/><b>충남 보령, 이문구 소설가</b><br/><br/>선생께서 직접 심고 기른 매실나무와 소나무 은행나무들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집을 에워싸고 있을 따름이었다<br/><br/><b>강원 봉평(평창) 이효석 문학촌</b><br/><br/>달 아래서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빛나는 메밀밭을 뒷배로 둔 물레방앗간 서사가 올여름에도 돌아왔다<br/><br/><b>경기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b><br/><br/>마을 비 갠 자리의 흔적이 나무 뿌리 사이로 오롯하게 새겨지는 고장인 양평에는 버드나무 뿌리마다 첫사랑이 고여 있다<br/><br/><b>경기 광명 기형도 문학관</b><br/><br/>기형도는 제게 질투하는 마음을 선물해 준 사람이예요<br/><br/><b>제주 4.3 평화의 집</b><br/><br/>그 거울은 계속해서 닦아주어야 한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누구나 잘 들여다 볼 수 있게<br/><br/><b>제주 4.16세월호기억관</b><br/><br/>그 기척을 잊지 않을테니 부디 명목하기를<br/><br/><b>전남 광주 한강 소설가</b><br/><br/>그렇게 소년이 왔다<br/><br/><b>충남 홍성 만해문학체험관, 만해문예학교</b><br/><br/>그리하여 한 번쯤은 그곳에 들러 침묵’과 ‘님’에 관하여 떠올려 볼 일이다<br/><br/><b>충남 안면도 천상병의 옛집</b><br/><br/>내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새를 타고 하늘로 가버린 시인 천상병의 마지막 집이다<br/><br/><b>경남 통영 백석의 충렬사 계단, 성북동 길상사</b><br/><br/>사랑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단박에 거절당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통영 곳곳을 다녀보았다<br/><br/><b>경남 통영 김춘수 유품전시관</b><br/><br/>다정한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br/><br/><b>전북 전주 최명희 문학관</b><br/><br/>한옥마을의 최명희길이 끝나가는 즈음에 생가터가 있다<br/><br/><b>경남 통영 유치환 청마문학관</b><br/><br/>그리운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에 우물 하나를 두는 일이다<br/><br/><b>전남 광주, 임철우의 '봄날'</b><br/><br/>소설 “봄날”그날 친구와의 만남은 불발되었다<br/><br/><b>경북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의 시인 박목월</b><br/><br/>송아지 울음 따라간 구름 속의 나그네라니<br/><br/><b>경기 양평 두물머리, 꽃과 새 물길의 시라니</b><br/><br/>최두석 시인 "꽃과 물길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 다 찾아갔지요."<br/><br/><b>[인터뷰]<br/><br/>편집자 </b>: 작가님 어떻게 전국에 있는 문학관과 작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을 찾아가게 되셨나요? <br/><br/><b>이은선 소설가</b> : 첫 소설집 『발치카 No.9』이 나오던 2014년에 문학카페 유랑극장이라는 코너의 진행을 맡아 원주에서 제주까지 문학관 콘서트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알던 것보다 각 지역의 문학관과 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의미 있게 형상화해 둔 장소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어떤 지역과 지명을 대표하는 이름으로서의 “작가”와 “작품”이라니 정말이지 환상적인 작명 센스들 아니었겠습니까? 멋진 스팟들을 그저 저는 다시 따라가 보았을 따름입니다.(서울신문사의 연재 제안도 있었구요!) 그저 그곳에 있는 옛 작가의 공간이 아닌, 이 시대에 왜 "그곳"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물음으로 다가가보고자 했습니다. 명작, 클래식, 대가들의 힘은 시공간을 초월하더군요! 역시, 그랬습니다.<br/><br/><b>편집자</b> : 후원자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br/><br/><b>이은선 소설가</b> : 어느 페이지를 펼치시든, 한 생을 오롯하게 글을 쓰면서 열심히, 애닯프게, 멋지게 살았던 작가들의 시간이 펼쳐지실 겁니다. 그들의 삶을 슬쩍 엿볼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땅을 돌아봐 주세요. 어떤 여행보다도 멋진 시간이 되리라,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서 이 땅에 먼저 살다 간 선배 작가들의 삶을 잠시 엿보는 여행이라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 주변의 맛집들은 덤이고 그곳의 멋진 풍경들은 여행의 필수 요소겠지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함께 진한 커피와 맥주 한 잔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 안에서 펼친 전국 문학관 지도 혹은 작가의 땅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