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나는 옥수수 알처럼 단단하고, 그 표면처럼 매끈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절대로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의지와 비교적 정돈된 일상의 모습으로. 이런 내 안에는 여러 알의 팝콘이 숨어있다. 언제나 카운트다운을 하고 언제든 일탈의 준비가 된. 나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열받은 팝콘이다.
인간 핵폭탄, 한 알의 성냥으로도 폭죽처럼 터져나갈 수 있는 내 안의 발화성 물질, 나는 오늘도 내가 언제 적절하게 폭발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안전핀을 만지작거린다.
--- p.
태어나기 이전 이미 예정된 이만큼의 사랑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하며 새벽을 맞았건만... 아침이면 또다시 마음 바닥은 철거덩 철거덩 그리움으로 울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말아야 할 사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비슷한 사람만 봐도, 관계된 사소한 명칭만 들어도... 그 사람으로 이어지던 날들이 있었다.
--- p.52-53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아가야...
--- p.80
이제는 닮았다는 말의 애틋함을 알게 되었다.부부가 닮았다는 말, 부모님과 닮았다는 말, 그리고 언젠가 있을 내 아이가 나를 닮았다는 말, 그 봄볕처럼 따듯하고 미풍처럼 향기로운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 p.68
이제 '닮았다'는 말의 애틋함을 알게 되었다. 부부가 닮았다는 말, 부모님과 닮았다는 말, 그리고 언젠가 있을 내 아이가 나를 닮았다는 말. 그 봄볕처럼 따뜻하고, 미풍처럼 향기로운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 p.68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두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던 게 생각난다. 건강한 웃음, 일상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웃음. 이 그림을 보고 있는 당신. 당신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화면 가득 흐르는 해학을 느낄 수 없고, 속담과 그림이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당신은 슬픈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잃은 당신, 부디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안녕하기를. 당신 피 속에 슬픔이 희석되고 새로운 희망이 수혈될 그날까지 부디 당신 건강하기를. 당신 안에 새로운 세포가 자랄 때까지......
--- p.107,25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삼 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삼십 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삼대가 행복하단다.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식 세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통장 세 개의 행복이 보장되고,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단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만난 이 사람이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세상의 많은 여자들 중 바로 내가 예쁘고 착하며, 지혜롭기까지 한 여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만 갖고 살면, 정말 보일까?
보인다. 나는 세상의 이렇게 많은 사람 중 체온이 따뜻한 그를 발견했고, 그는 나를 착하고 예쁘고 지혜로운 여자가 되도록 이끈다.
--- p.62
언제 안전핀이 빠져버릴지 모르는 내 일상의 위태로움도 어설픈 치기와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지금은 안다.터져나갈 수 있는 내안의 발화성 물질, 나는 오늘도 내가 언제 적절하게 폭발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안전핀을 만지작 거린다.
--- p.70
싫은 소리할 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다. 인생 계획표같은 그림 나는 네모가 좋다. 네모가 지니는 사각의 예리함이 좋고, 사각을 향해 뻗어있는 직선의 거침없음이 좋다. 네 개의 각이 주는 안정감이 든든하고, 그 경쾌함이 매력적이다.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 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 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 p.60
삶이 그냥 흐르는게 두려웠다. 나를 그냥 놔두고 멋대로 흐르는 시간. 그림을 하든 음악을 하든 예술가는 어쩌면 대책없이 흐르기만 하는 일상의 시간에 저항하며 온 힘으로 그 시간을 정지시켜 놓으려는 무지막지한, 욕심많은 영혼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 화가의 영혼과 인생에 대한 그만의 힘을 느끼는 일이다.
--- p.여는글 중에서
눈앞에 두갈래 길이 있었다. 한쪽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비슷한 모양새로 뻗어 있어서 그대로만 걸어가면 무난하게 나의 성취욕을 충족시켜줄 것같은 길이고,다른 쪽 길을 너무나 생소해 내길이 아닌것처럼 보이는,마치 이 그림에서 처럼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이 어둡고 폭풍우에 휩싸인 바다 한복판 같은 길이었다.모두가 내게 예정된 무난한 길로 가라고 했지만,왠지 나는 자꾸만 딴 길을 기웃거리는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예견되는 미래보다 폭풍이 가라앉은 뒤 푸르게 뒤엉킬 하늘과 바다를 보고 싶었다.그 안에서 팔딱이는 내 맥박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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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낙서본능이 있다. 전화나 대화도중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펜은 종이 한 장 가득 낙서로 채워 놓고 만다. 의식적으로 하려면 절대로 불가능한 무의식의 영역. 낙서는 내 안의 내가 일상의 내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무언가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거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텔레파시처럼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오는 메시지. 그 메시지 안에서 난는 자유를 느낀다. P.20
“거칠더라도 영혼이 있는 인생을 그리겠다”던 반 고흐. 자신의 초상화에 질펀한 물감의 농담과 붓질로 당시의 감정을 담아낸 것은 분명, 구상화 이지만 추상화의 시작이 되었다.그래서 나는 원조 추상화의 주인공은 반 고흐 라고 생각한다.닮기는커녕 얼굴 같지도 않은 얼굴, 이해할 수조차 없는 그림. 대상과 닮게 그리는 것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느낌이 더욱 중요한 그림, 추상미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 사실화라면, 그리던 당시의 슬픔이나 기쁨 등 사람의 감정까지 선과 색으로 담아내고, 나아가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성격까지 담아낸다면 그것은 사실화 이면서 추상화가 되는 것이다. P.132
나는 미술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그 무엇이길 원한다. 굳이 일부러 나서지 않고도 대중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니홀저는 바로 이런 미술을 구현하는 예술가다. 길거리나 경기장, 그리고 티셔츠 등에 찍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미술, 제니홀저는 그림 속에 글씨를 써넣는 개념미술의 선두주자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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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림은 시의 적절하게 직설적인 말을 던지는 속깊은 친구와 같다. 주절주절 맥 없이 이야기가 흐르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삶의 한 단면을 정확하게 베어내서 보여주는 그 단호함으로 사람을 서늘하게, 혹은 뜨겁게, 때로는 은근히 즐겁게 해준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다시 내 일상을 성실하게 꾸려갈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우연히 방송 제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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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을 결정하는 것은 붓이나 물감 같은 '재료'가 아니라 화가가 표현하려는 '주제'와 '정신'이다. 우리가 그림을 산다는 것은 종이에 칠해진 물감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표현된 작가의 생각과 정신, 화가의 안목을 사는 것이다. 화가가 숱한 방황과 오랜 시도 끝에 탄생시킨 그림. 비록 그 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물감과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런 주제를 선택하기까지의 오랜 세월, 익숙한 붓 놀림과 세련된 표현방식을 갖추기까지의 노력 등 한 작가의 총체적인 역량이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에 산출되는 직품의 가격은 비싸지는 것이다.
139p
그때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사랑에 빠졌을 때 눈에 들어온 그림
사랑 때문에 울어본 기억이 있는지. 그로 인해 세상 종말을 예감하고, 그로 인해 세상의 환희를 노래한 적이 있는지. 사랑때문에 뜬눈으로 새벽을 맞은 기억이 있는지.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의 기억이, 당신에게 있는지.내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 힘없이 뻗은 내 손바닥 위에 자기 손바닥을 올리고, 다섯 손가락 깍지끼며 말하던 사람.
'우린 이렇게 만났고, 내가 네 손을 풀지 않으면 넌 내게서 떠날 수 없어.'
다섯 가닥으로 굳어 있는 손가락을 접을 수도 없었던 나. 사랑은 교통사고 같아서, 내 어디에도 사고의 예감은 없었건만 나는 그를, 그는 나를 만나 우리는 사랑하고 말았다. 사랑의 미열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사랑, 그러나 그는 떠났다. 나는 아직 굳은 채로인데, 그는 다섯 손가락 깍지 풀고 떠나버렸다. 태어나기 이전 이미 예정된 이만큼의 사랑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하며 새벽을 맞았건만...... 아침이면 또다시 마음 바닥은 철거덩철거덩 그리움으로 울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말아야 할 사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비슷한 사람만 봐도, 관계된 사소한 명칭만 들어도.... 그 사람으로 이어지던 날들이 있었다.
--- p.52
그가 내게 준 자유의 이미지는 팝콘이다. 열을 받아 터지기 전까지는 그 뽀얀 속내를 볼 수 없는, 단단한 껍질을 뚫고 터져나오는 비명 같은 열망. 평소의 나는 옥수수 알 처럼 단단하고, 그 표면처럼 매끈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절대로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의지와 비교적 정돈된 일상의 모습으로, 이런 내 안에는 여러 알의 판콘이 숨어 있다. 언제나 카운트 다운을 하고 언제든 일탈의 준비가 된, 나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열 받은 팝콘이다.
--- p.23
고흐의 그림에는 고흐가 바라본 세상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그림을 그리던 때의 감정이 온전히 화폭 안에 이입된 그림은 미치도록 아름답고 그가 남긴 말만큼이나 어지럽도록 인상적이다.
--- p.44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 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 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 p.60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 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 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