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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중고도서

폴라리스

정경윤 | 가하 | 2014년 01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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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520g | 128*188*30mm
ISBN13 9788966478958
ISBN10 896647895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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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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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방을 둘러본 그는 이내 은서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버지가 주신 거랬지?”

“네.”

흔한 보석 하나 박히지 않은, 밋밋하고 작은 별 모양 백금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던 은서는 손을 목 뒤로 돌리더니 목걸이를 빼 지혁의 오른손 손바닥 위에다 내려놓은 후 환하게 웃어 보였다.

“폴라리스래요. 졸업선물로 받은 거예요. 아무리 어두운 밤이 계속돼도 이 별은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까 이것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고.”

“북극성이라……. 딱 아저씨답네.”

달빛을 하얗게 반사하는 별을 내려다보던 지혁은 생전의 서종근을 떠올리고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서종근은 지혁이 혼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 세상에 온통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들만 사는 건 아니었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준, 그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 효험 있는 부적이란 건 없어. 다들 그렇게 믿고서 지니는 것뿐이지.”

시니컬한 어조로 내뱉은 지혁은 목걸이를 그녀에게 돌려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은서는 목을 쭉 빼며 당돌하게 말했다.

“오빠가 걸어줘요.”

그녀에게서 풍기는 매혹적인 향기를 애써 외면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퍼붓고 있는 지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서는 순진한 얼굴을 들고서 똑바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은서는 생생한 촉감마저 느껴지는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차근차근 뜯어보더니 손을 내밀어 그의 안경을 살며시 벗겨냈다.

“안경 벗은 게 훨씬 나아요. 잘생겼어요.”

한밤의 어둠, 아니, 그 밑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바다처럼 검은 지혁의 눈동자는 대단히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도리어 마음을 읽힌 것 같은 기분이 든 은서는 어색하게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왜…… 요?”

희미한 담배 냄새가 밴 뜨거운 숨결이 뺨 위로 훅 쏟아지자 은서는 야릇한 감촉에 흠칫 몸을 떨었다. 지혁은 은서의 그런 반응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한참이나 느긋하게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손을 움직여 목걸이의 고리를 채우고 물러났다.

“오빠 방금 야한 짓 하려고 했지요?”

은서가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눈을 흘기자 지혁은 무표정하게 내뱉었다.

“너, 살짝만 미친 줄 알았는데 많이 미쳤구나.”

“아아, 너무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 웃으며 벽에다 등을 기댔다.

한동안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고 이내 사방엔 적막이 내려앉았다.

벽에서 전달된 선뜩한 차가움이 온몸을 타고 흐르다 체온과 동화(同化)해 희미해질 무렵, 은서는 가만히 지혁의 어깨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언제 갈 거예요, 오빠?”

“왜.”

“계속 여기 있어주면 안 되겠지요?”

“무서워?”

“아니요. 무서운 건 아니고요, 그냥…….”

말은 이렇게 해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따스한 동시에 너무도 애처롭고 안쓰러운 그녀의 모습에 지혁은 조금씩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머리론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더 동요하고 있었다.

인상을 쓰고 길게 한숨을 내쉰 그가 나직이 속삭였다.

“자라. 너 잠들면 갈게.”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억지로라도 자.”

은서는 고분고분 눈을 감고 지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을 청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지혁이 나직이 말을 걸었다.

“인감도장 말인데, 그냥 내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게 너를 위해서도 더 나은 일이야.”

“생각해볼게요.”

“너 고집이 왜 그렇게 세? 쓸데없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놓으라고. 그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야. 여기에 붙어살면서 용돈이나 뜯어내 쓰다가 맞선으로 좋은 남자 만나 얼른 시집이나 가버리란 말이야. 더 이상 골치 썩히지 말고.”

“싫어요. 내 신랑감은 오빠로 벌써 찍어뒀단 말이에요.”

“이게 진짜.”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얼마의 시간을 보냈을까. 잠이 안 올 것 같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사이에 은서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살짝 벌어진 사이로 달큰한 숨결이 새어나오고 있는 은서의 입술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혁은 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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