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치고 서울대』라는 책 제목을 정하고 나서 너무 입시 지상주의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서울대’가 아니라 ‘닭치고’가 중요하다. 자신감이 없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학생이 닭을 키우면서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고작 중3짜리 아이가 닭을 키우면서 느꼈던 관계, 배려, 존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전공적합성 공부를 해 나가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이 닭치고 서울대에 간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내기로 했다.
---「프롤로그」중에서
“한아 수업료를 내려고 합니다. 밤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나는 봉투를 들고 상담실로 들어왔다. 하얀 편지봉투를 열자 만 원짜리가 여러 장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배춧잎 몇 장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 배춧잎을 보는 순간, 봉투 속의 돈이 어떤 돈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고 다시 산지로 물건을 가지러 내려가면서, 어린 딸의 수업료를 내러 온 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돈이었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땀과 얼마나 깊은 한숨이 배어 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가난하고 늙은 아버지가 똑똑한 딸만큼은 제대로 가르쳐 보자는 생각에, 밤잠을 설쳐 가며 야간 운전을 하고 있을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공부에는 오기가 필요하다 : 몰입의 시작은 깊은숨 내쉬기」중에서
「뽕샘의 공부법 콕콕」 ‘노비안검법’이라는 한자어를 이해하면, ‘노비 해방→호족 약화→양인 증가→세수 확대→왕권 강화’까지 학습의 연결고리가 확대된다. 한자어를 유추해서 의미를 생각해 보고, 그 의미가 정확한 것인지 비교를 통해 정리하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확대되어 자신감이 형성된다. 한자를 알면 어휘 개념이 확장되어 모든 교과목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술 과목에서 ‘동양산수화의 준법’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부벽준, 피마준, 우점준, 하엽준, 우모준’이 있다. 한글로만 봐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부벽준, 피마준, 우점준, 하엽준, 우모준의 한자를 알고 나서 그림을 보면 대략적인 윤곽을 이해할 수 있다. … 억지로 외우려고 하지 말고 한자의 의미 하나를 알면 100가지 어휘 개념을 이해하는 길이 열린다. 수학에서 소수도 한자어 소수(素數)를 알면 그 원리를 바로 알 수 있다. 소(素)는 원소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소는 1과 자신밖에 없는 기본 숫자이다. 다시 말해서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 2, 3, 5, 7, 11 등과 같은 원소 숫자다. 한국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도 성적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 한자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151~152쪽, 「딱 보면 척 아는 입시 도사 : 모든 공부는 한자와 통한다」에서
정헌이는 중2 때 전학을 오면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낯선 환경에서 왕따까지 당하니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파충류 전시장에 가서 뱀을 보았는데, 너무도 외롭고 불쌍해 보여서 한참 그 앞에서 울었다는 것이다. 정헌이에게 뱀은 정말 운명 같은 존재였을까? 파충류 전시장에 다녀온 며칠 후였다. 정헌이는 학교 체육관 옆 창고에 혹시 농구공이 있나 보러 갔다가 그 언저리에 모여 있던 다른 친구들이 기겁하고 도망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뱀이다. 창고 안에 뱀이 있어!”
정헌이는 그 소리를 듣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서 뱀을 찾아냈다. 잔뜩 겁먹은 뱀이 낡은 탁구대 아래에 숨어 있었는데, 그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었다. 정헌이는 조용히 다가가 맨손으로 조심스럽게 뱀 머리 바로 아래쪽을 감싸 쥐었다. 정헌이가 뱀과 함께 창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체육 선생님과 많은 학생이 헉하며 놀랐다. 그 이후 갑자기 친구가 생기고 학교생활이 활기차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헌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었다. 뱀이 왕따를 벗어나게 해 준 셈이다.
---「뱀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 중3 겨울방학을 놓치지 마라」중에서
“솔직히 저 고등학교 올라와서 일본 만화에 빠지면서 수학은 완전히 포기했었는데, EJU를 준비하면서 수학을 다시 보게 됐어요. 기본 개념서만 다섯 번 공부했는데 이제 고1 수준 수능 문제는 거의 다 맞출 수 있고, 고2 수능수학도 2등급 정도는 나와요.” “일본 유학 가서 수능수학 공부를 했다고?” “네, 엄마 아빠 보고 싶을 때 수학 공부하면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좀 낫더라고요.” 입시는 진짜 모른다. 일본 만화에 빠져서 일본 유학까지 갔던 학생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수학 공부를 하고 수능수학에 자신감을 가졌다? 진짜 마지막까지 입시는 모르는구나. … 국어 1등급 만점이었다. 영어 2등급, 사회문화 1등급, 동아시아사 1등급, 그리고 물어보나 마나… 일본어 1등급 만점. 그런데 국어학원 원장인 나는 희윤이의 국어 1등급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수학 등급을 확인하는 순간! 한국의 짝퉁 늙은 무카이 오사무와 일본 만화 오타쿠는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수학… 1등급이었다.
---「무카이 오사무를 만날 수 있다면 : 수포자에게 희망을, EJU(일본유학시험)를 풀어라」중에서
수시 2차 결과가 발표되었다. 고려대 간호학과 불합격, 경희대 간호학과 불합격이었다. 선화는 재수학원 조기 개강반에 등록했다. 나는 정시 원서 마지막 날 선화를 불렀다. “재수를 하더라도 이왕이면 서울대 원서 접수증을 가져 보는 거야!” “뭐, 경희대도 떨어졌는데 서울대 원서를 어떻게 넣을 수 있겠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지막은 없어. 재수를 할 때 이를 갈고 오기로 공부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원서를 내 보자.” … 그런데 서울대 합격자 발표 날, 선화가 울먹거리며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 서울대 간호학과에 합격했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선화는 접수 마감 직전에 서울대에 원서를 냈던 것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망설이는 것보다, 단 1퍼센트의 가능성 아니 아무런 가능성이 없어도 도전해 봐야 한다.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원하는 그곳에 모든 것을 던져 보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까지 마지막은 없다 : 운명을 바꾸는 원서 한 장의 비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