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갓난아이는, 사려 깊은 서구인이 상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양육되고 있다. 미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일본의 생활에 비하여 훨씬 신중함과 극기를 덜 요구하는 생활에 대비하여 훈련시키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의 작은 소망이 이 세상에서 최고 지상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 준다. 우리들은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젖을 주고 일정한 시간에 재운다. 젖을 먹이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이 되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갓난아이는 그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 후에는, 어머니는 손가락을 물거나 그 밖에 신체부분을 만지는 것을 금지시키기 위해 아이의 손을 때린다. 어머니는 가끔 아이들에게서 모습을 감추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가 외출한 동안에 갓난아이는 집에서 홀로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갓난아이는 다른 음식물보다 젖을 더 먹고 싶을 때 젖을 떼이고, 혹은 분유로 자란 아이라면 우유병을 빼앗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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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의 장교나 사병들은 계속 놀랐던 것이다. 일본은 그들에게, 비록 낮은 위치이기는 하나, 어쨌든 계층제 속에 하나의 위치를 주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계층제란 것은, 계층제의 낮은 단계에 놓여진 자에게 있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 p.107
이름에 대한 기리란 자기 자신의 명성에 오점이 없도록 하는 의무이다. 그것은 일련의 여러가지 덕으로 되어 있다. 그 덕중에서 어떤 것은 서양인에게는 서로 모순 되는 것으로 생각 되지만,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그것들은 어떤것이든 남으로 부터 받은 은혜의 갚음이 아니라는 점, 즉 '온의 범위 밖'에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일관성을 지닌다.
--- p.159
우리들은 일본인 사이에서 누가 누구에게 온(恩)을 입혔다고 말할 때,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적어도 봇창이 보잘것 없는 빙수 한 그릇의 채무를 그처럼 과대시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은 빙수가게에서 신세를 진다든지, 어머니를 잃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오랫동안의 헌신이라든지, '하치'처럼 충실한 개의 헌신 등을 금전 대차의 척도로 재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인은 그렇게 한다. 사랑, 친절, 너그러운 마음 등은 미국에서는 어떤 부수적인 대가가 요구되지 않음으러 해서 한층 존중되지만, 일본에서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그런 행위를 받은 사람은 채무자가 된다. 일본인이 잘 쓰는 속담이 있다. '온을 받는 데에는 더할 수 없을 만큼의 타고난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
--- p.124-125
옛날에는, 그리고 최근에도 일본의 시골 마을에서는 많은 처녀가 때로는 대다수의 처녀가 시집가기 전에 임신하였다. 이들에게 이러한 결혼 전의 경험은 인생의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역'이었다. 부모는 이러한 사건을 안중에 두지 않고 혼담을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 p.344
스미마센을 영역하면 'Thank you.' , 'I'm grateful.' 또는 'I'm sorry.' , 'I apologize.'가 된다. 이를테면, 거닐다가 바람이 불어 날아가 버린 모자를 누군가가 쫓아가서 주워 준 경우에, 다른 감사의 말보다 즐겨 쓰는 것이 이 말이다. 그 사람이 당신의 손에 모자를 되돌려줄 때 당신은 예의바르게 그것을 받아 쥐면서 느껴지는 마음속의 괴로움을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람은 지금 나에게 이렇게 온을 베풀고 있지만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이사람을 만난 일이 없다. 나는 이 사람에게 이쪽에서 온을 제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은혜를 받아서 뒤가 꿀리긴 하지만 사죄하면 약간은 마음이 편해진다. 일본인의 감사를 나타내는 말 중에서 아마도'스미마센'이 가장 보통으로 쓰여지는 말이리라. 내가 이 사람에게서 온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모자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자, 그 이상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니까.'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