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좋은 루틴, 멋진 리추얼을 만들어 내 일상을 더 가꾸어나가는 일도 훌륭한 일이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장착한 채로 루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요. 오늘 하루를 ‘성공’과 ‘실패’로 재단하려는 마음을 잠시 꺼두면 어떨까요. 평가 없이 내 시간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일상의 안부를 묻는 내가 없었다면, 저는 감히 동네 산책이라는 소중한 루틴도, 식물 돌보기라는 아름다운 리추얼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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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온도가 얼마나 따뜻한지 감지해보세요. 나를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다정한지도 느껴보세요. 일상의 시간들을 고요하게 컬러로 그려내고, 차분하게 감정을 꺼내보세요. 궁금한 마음을 잔뜩 품고 나에게 질문해주세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휴식하고 싶은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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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를 지정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가 한 일들을 그 위에 그려보니, 지나간 요일의 나와 다가올 날들의 내가 함께 종이 한 장에 담겼습니다. 현실의 내가 그곳에 있습니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 나를 나이게 하는 시간. 잠깐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 내내 에너지가 소진되는 시간. … 흩어져 있던 시간들이 요일과 숫자 아래 정돈되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일정한 컬러 카테고리 아래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시간이 주는 의미가 조금씩 선명해졌고, 그때의 감정이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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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을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컬러가 나의 설렘과 마음속 어둠을 모두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 ‘내 삶을 내가 바라본다.내가 나를 본다. 내가 나를 객관화하여 본다. 내가 나를 들여다본다.’ 이렇게 나를 보는 내가 머릿속으로 들어왔습니다 … 내가 좋아하는 상황에 나를 놓이게 하고 싶고, 나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내게 선물하고 싶어졌습니다. 나에 대해 모른다면 해줄 수 없는 일들이죠. 루틴을 그리는 내내 제 관심은 온통 ‘나’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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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컬러링은 머릿속으로 그려만 왔던 수많은 이상적인 스케줄들을 버리는 연습이기도 해요. 좋은 일상을 한번에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게 되거든요. 현실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속도에 맞춘 나를 위한 일을 시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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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마음먹은 것처럼 잘되지 않을 때, 잠깐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해내지 못한 이유를 억지로 찾아 합리화하는 것도 아닌, 무작정 나를 비난하는 마음도 아닌, 잠깐 멈추어 묻는 연습입니다. …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 내 마음은 어때?’ 처음부터 정답을 정해놓지 마세요. 그저 나에게 다정하게 질문합니다. 해내지 못해서 두려울 수도 있고,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마음이 지금의 나라면, 겁먹은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내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 p.57-58
물샐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루틴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공허함이 밀려올까, 꽉 차 있는데도 왜 자꾸만 무엇을 더 채워 넣고 싶을까’ …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헛헛함이 밀려온다는 말, 휴식도 잘해야 하는 일처럼 압박이 느껴진다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일상은 완벽해 보이는 하루가 아닐 거예요. 항상 새로운 일들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 일상도 아니고, 하기 싫은 일들을 무작정 덜어낸 일상도 아닐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 자신에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으로부터 일상의 탐구가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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