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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풍경
중고도서

사람 풍경

: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 예담 | 2006년 10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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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00g | 148*210*30mm
ISBN13 9788959131648
ISBN10 895913164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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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러니, 친구들. 건투!!
최성혜(cocomo@yes24.com)
2006-11-29
사람이 그렇듯, 책에도 인연이 있다. 김형경의 <사람풍경>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배속에 아이를 품고 지역 도서관을 들락날락 할 때였다. 번번이 대출순서를 놓쳐 결국 책은 손에 대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출산하러 갔다. 그리고, 다시 배속에 아이를 품고 올해는 (운좋게도!) 그녀의 책을 거머쥐었다.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에 솔깃했던 이유는, 그보다 몇 해전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출간후 그녀와 함께한 인터뷰 때문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더할 수 없이 해맑고 활기찼는데, 마치 그쪽이 20대고 이쪽이 30대 중반이 된 듯 했다. 어쩜, 저리도 싱싱하고 박력있나 놀랐던 기억 한편엔, 집 한 채를 팔아 다녀왔다는 그녀의 여행이야기가 묻어 있었다. 그러니 소설보다 한참 늦게 펴낸 그네의 여행담, 그것도 내면과 맞대응한 심리에세이란 책소식에 금새 마음이 동했으리라.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 나는 첫 아이를 낳고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때로는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덤덤하기도 했고, 더이상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부담스러웠던 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 어딘가가 훼손되어-그렇다, 훼/손/되/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어떤 피폐함이 있었다-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출산 때문도, 갑자기 두 어깨에 실린 육아부담 때문도 아니었다. ('따귀맞은 영혼'이 그렇듯) 어쩔 수 없이 큰 상처를 받아서,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다풀다 지쳐 마침내는 이런 것이 "사람일"이라는 체념에 젖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후 찾아온 증상이었다. 그때 어쩌면, 절실하게 이 책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풍경>은 그 뒤로 한참은 더 지나서 내게로 왔다. 2006년 11월, 이즈음에.

고백하건대, 책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가 이처럼 지적이고 명백하며 백과사전적일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마냥 행복하고, 마냥 밝기만 해 주위 사람으로 하여금 도리어 자신의 그늘을 감추게 만들던 그녀였건만, 이 책에서 만난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칠칠맞고, 겅중겅중하고, 빈틈이 많아 보였던 그녀가(왜 웃고 있으면 사람이 쉬워 보일까?......) 이 책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이도 안 박힐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정색하고 자신을 반문했으며, 지난 상처를 끄집어내고, 곱씹고, 어루만졌다.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까지 여행했던 각 처소에서, 미노스의 미궁을 빠져나오려 애쓰는 테세우스처럼 자신에게 향하는 실패를 꼭 붙잡고 있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불쑥 울음이 터졌을 때는 무엇이 자신을 울게 했는지 2년이나 궁구한 끝에 해답을 찾았다고도 했다. 책은 어른 김형경이 아이 김형경에게 내려가도록 파놓은 우물처럼/외딴 우물처럼 꼭 그만큼 밀폐되고, 그렇게 내밀했다.

그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먼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선택된 생존법들'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들'에 대해 나열했는데, 그 세 단계를 따라 밟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이 가진 상처와 고통, 긍지와 좌절, 기쁨과 절망이 고스란히 보였다. 우리의 내면을 찬찬히 돌아보기에 알맞은 짜임과 서술, 그리고 적당한 정도의 심리학 지식이 배합되어 짜고 달고, 쓰고 매웠다.

이만치 정확하고 명료하게 인간 감정을 서술할 수 있음에(그래서 이전보다는 덜 힘들이고도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음에) 나는 길게 안도했다. 가령, '우울-정신의 착오, 혹은 마음의 요술부리기', '공포-분노가 가면을 쓰고 다른 대상에게 옮겨진 것', '질투-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 '뻔뻔하게-유아적 환상없이 세상 읽기', '친절-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지켜보기', '용기-절망 속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 같은 정의가 호들갑스럽지도, 사전적이지도 않아 마음에 들었다.

일년 전, 힘없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까 상상해본다. 다소 늦게 접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안타까운 거다. 그때 마음이 허공을 떠돌 때, 좀더 일찍 <사람풍경>을 만났더라면 덜 방황했을 걸 하고.

김형경은 여행을 다녀온 후, 막막한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해 하루하루가 허당을 밟는 듯 했다고. 여행에서 자기가 느꼈던 감정, 타인의 상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곤란했던 일을 차곡차곡 정리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래서 이 책은 희망적이다.

마지막 장에 '긍정적인 가치들'을 둘레둘레 늘어놓은 것도 그렇고, 그 가치들이 끝없는 자기희생을 통해서나 또는 무작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용기"가 '절망 속에서 전진할 수 있는 능력'임을 알았다면, 이제와 용기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때 절망했다손 치더라도, 그 속에서 걸어나올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가.

삶이란 주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하루하루 애써 싸워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도 새롭게 벅차다, 그리고 힘들다. 우리가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또 그 사람에게서 위로받고 희망을 얻는다는 사실을 (일면으로서가 아닌,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면 상처는 언제나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그러했듯, <사람풍경>이 당신에게도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러니, 친구들. 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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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을 산다. 그런 표현이 문법적으로 성립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 분석을 받은 후 많은 사람들이 어떤 트라우마의 시기에 고착되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 한자 교육을 못 받은 게 한이 되어 뒤늦게 한자를 학습해 벽마다 커다랗게 한자를 써놓는 할아버지나, 어려서 가난이 한이 되어 평생 쓰지도 못하는 돈을 벌기만 하는 사람들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 <무의식> 중에서

사랑할 때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넘어서서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 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 <사랑> 중에서

친밀한 관계 맺기란 상대방에게 사로잡히는 대신 자아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즉각적인 희열을 욕망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 한다. 또한 헌신을 요구하여 상대방을 압박하기보다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며, 관계 내에서 지배하고 지배당하기보다는 상호성을 이루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방과 하나가 되려는 융합의 욕망을 벗고 상대방의 안녕과 성장에 관심을 쏟으며 상대방을 그냥 내버려두는 초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대상 선택> 중에서

나는 이제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었다. ‘화를 잘 낸다’ 함은 분노를 느낄 때 그 감정의 근원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적대감 없이 상대에게 표현하고, 그런다음 그 감정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분노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분노의 본질에 대해 간결하고 명쾌한 정의가 하나있다. “5분 이상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다.” - <분노> 중에서

우울증이 찾아오면 틀림없이 이런 상황 중 하나다. 일주일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너무 오래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틀어박혀 있었거나, 심하게 추위에 노출되거나 햇빛을 적게 쬐었을 경우이다.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20분 정도만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 <우울> 중에서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 속에는 네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어떤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네가 싫어하는 것은 실은 네 자신의 일부이다. 늘 이것을 명심하거라" - <투사> 중에서

여행 습관은 일종의 방어의식이었다. 삶의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가지 못해, 내면의 고통과 직면하지 못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표면적으로 그 여행은 정신분석에서 알아낸 많은 것들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넘어서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분석을 받으며 헤집어진 고통스러운 감정,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돈스러운 삶으로부터 멀리 도망친 행동이었다. - <회피> 중에서

미술관을 다 보고 나서도 쉽게 그 곳을 뜰 수 없었다. 춥고 흐리고 우울한 파리 하늘을 머리에 이고 미술관 정원을 걸으며 카미유 클로델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에게 다른 삶은 없었을까. 그토록 로댕의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 삶은 불가능했을까. 천재적인 재능을 갖진 한 여성이 자신의 창조성을 독자적으로 발휘할 만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을 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무엇이 있을까. 로댕을 향한 그녀의 사랑에 극단적 의존성이나 신경증 환자의 강박증 이외에 다른 속성은 무엇이 있었을까. (…) 이 세상이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내가 겪는 고통에 아무 의미조차 없을 수도 있음을 수용하는 것,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 애쓸 때 가끔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야 세컨드…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내놓지 말 것…" 특히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시는 절실하다.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 <콤플렉스> 중에서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그런 점들도 끌어안을 수 있게 된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 (…) 나르시시즘은 불안, 시기심과 함께 인간을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 감정이라고 한다. - <자기애> 중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늘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행위에도 당사자의 욕망이 배제된 행위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랑이나 헌신도, 친절이나 호의조차도. 내가 타인에게 베풀었던 친절의 본질을 알게 되자 타인의 친절에 대해 특별히 감동하지도 불친절에 대해서 서운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마음이 조금 더 잘 보이니 세상이 조금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친절> 중에서

칭찬은 엄밀한 의미에서 인정이나 지지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칭찬은 우선 시기심의 다른 얼굴이다. 타인이 가지고 있는 물질이나 재능에 대해, 그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위해 칭송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칭찬은 또한 말로써 타인을 움직이려는 방어기제라고 한다. 칭찬의 위력을 아는 사람들은 칭찬으로써 타인을 조종하는 생존법을 사용한다. 자기 존중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칭찬에 더 많이 황감해지고, 더 많이 지배당하기도 한다. (…) 지지는 판단하는 마음 없이 타인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 충고하고자 하는 마음을 누른 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바로 그 지지의 태도를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으면 타인의 칭찬에 그토록 들뜨거나 외부의 비판에 그토록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중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정과 지지> 중에서

“자기 마음에 고요히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타인의 마음에도 잠시 머물 수 있다.” (…) 인간의 부정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위대하고 힘겨운 긍정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모두 그러하다는 자각과, 그 자각을 바탕으로 하는 공감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 <공감> 중에서

오래도록 '용기'란 두려움이나 저어하는 마음 없이 용감하고 씩씩하게 어떤 일을 해나가는 힘을 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롤로 메이의 창조와 용기라는 책을 읽다가 용기를 '절망 속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해둔 구절을 만났다. (…)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단순한 의존 상태가 되고 용기가 없다면 충성심은 획일주의가 되고 만다. 용기는 일체의 정신적인 덕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말한다. - <용기> 중에서

평생에 걸쳐 꿈꾸어온 "삶이 안정되면…"이라는 욕망은 내 불안감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생의 구체성을 만지고 싶다"는 욕망은 우울증의 한 증상일 뿐이었고, "생은 아름답지만 일상은 참 너절하다"는 생각은 일상의 안락함을 누리지 못했던 유아기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타인의 사랑을 구걸하는 대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타인을 돌보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삼는 이타주의 방어기제를 포기했다. 외부의 인정과 지지를 구하는 대신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훈련을 했다. 남의 말이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타인의 어떤 말이나 행동은 전적으로 그들 내면에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 인간은 타인의 언행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 존엄성을 타고난 존재라 믿게 되었다. - <변화> 중에서

자기 실현이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생을 보다 지혜롭고 풍족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엮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 종교는 자기 실현을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절대자를 향해 자신을 낮추는 행위를 통해 가장 먼저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게 한다. 또한 용기, 승화, 공감, 지지 등 많은 긍정적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진정한 자신의 내면과 닿은 다음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태도, 존재의 영속성을 인식하는 데도 종교만큼 든든한 ‘빽’이 없다.
- <자기 실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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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김형경의 여행은 세상의 상처를 찾아가는 떠남이다. 그는 이 세계를 인간의 억눌림과 복받침의 투사물로서 이해하려 한다. 그의 글 속에는 인간의 희망조차도 상처와 더불어 빛난다. 그가 가는 항구마다, 도시마다, 골목마다 인간의 꿈이 찌들어 있고, 찌든 꿈들이 빛을 뿜어내고 있다. 김형경의 글은 이 찌든 꿈들의 빛을 자신의 안쪽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쓰여진다. 김형경은 세상의 상처에 자신을 포갬으로써 어른인 여자가 되었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나는 한 번도 김형경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여자는 온 세계의 항구와 도시를 싸질러 다니고 있었다. 글을 읽어보니, 그는 이미 인간과 자신에게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어느 도시에도 가본 적이 없다. -김 훈 (소설가)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용도의 책을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그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나는 난감하고 곤혹스럽다. 다루고 있는 내용의 정확성이나 깊이를 따지기에 앞서 글쓴이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한 문장으로 쓰인 글들을 추천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가진 고질적인 고민 하나를 시원하게 해결해 준 김형경의 ‘사람풍경’은 유익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기품이 있다. ‘그 눈빛에 고스란히 감응했던 나의 내면’이나 ‘상상만으로도 발바닥이 간질거릴 만큼 재미있었다’라는 표현을 어느 정신분석 관련 서적에서 볼 수 있겠는가. 더구나 비전공자라는 콤플렉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을 치열하게 파고든 김형경의 객관적인 시점은 신뢰할 만하다. 오랜 기간 정신분석을 체험한 소설가 김형경의 《사람풍경》은 목욕을 막 끝낸 사람의 비누냄새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적 향기가 나는 정신분석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겠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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