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는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남자 아이에요. 반야는 부지런하고 착실한 두 형들과는 매우 달랐어요. 반야는 아주 지독한 게으름뱅이였거든요.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곳도 일부러 멀리 돌아가고, 틈만 나면 뒤뜰에 누워 몇 시간이고 빈둥거리곤 했답니다. 사실 먹고 자는 것 빼고 반야가 하는 일이라곤 거의 없었던 셈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아쿨리나 숙모가 반야에게 땔감을 부탁하자, 반야는 하는 수 없이 숲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반야 앞에 눈 먼 노인이 나타났어요. 노인은 느닷없이 멀고 먼 어느 나라에서 차르(옛날 러시아 황제)의 왕관이 반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어요. 노인은 반야에게 오늘부터 일곱 장의 양털 가죽과 일곱 자루의 해바라기씨를 가지고 화덕 위로 올라가 계속 게으름을 피우라고 일렀어요. 해바라기씨를 다 먹고 나면 차르의 왕관을 차지하러 떠날 힘과 지혜가 생길 거라면서요. 그러나 음식대신 해바라기씨만 먹어야 하며, 누구와도 얘기를 나누어서는 안 되고, 화덕 위에서 한 발짝도 내려와선 안 된다고 했지요. 게으름뱅이 반야는 노인의 말을 골똘히 생각한 끝에 노인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해바라기씨만 먹으면서 말없이 누워 있는 일도 쉬운 게 아니에요. 낯선 노인의 말을 믿고 양털 가죽과 해바라기씨를 들고 화덕 위로 올라간 반야는 먼저 두 형들의 의심과 질시 때문에 커다란 위험에 빠지고 맙니다.
과연 반야는 노인의 예언대로 차르의 왕관을 쓸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