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로 인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스페인. 공화주의자를 부모로 둔 10살의 카를로스는 산타루치아의 고아원으로 가차없이 보내진다. 스무살이 되어서 다시 찾아 온 카를로스, 어릴 때 고아원 친구였으나 지금은 관리인이 된 자킨토의 적의어린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어린 시절 참혹하게 살해된 친구 산티의 유령과 만나 것이다. 산티는 자신을 고통에서 구원해 줄 것을 부탁하며, 임박한 재앙을 경고해준다. 유년 시절에 누구나 가졌던 무서운 기억들이 커서도 반복된다는 호러 드라마. 감독 기옐모 델 토로는 <크로노스>와 <미믹>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최근작으로는 <블레이드 2>가 있다.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로 내전에 휘말린 1930년대의 스페인. 이 내전은 당시 유럽에서 고조되던 사회주의 운동과 파시즘이 충돌한 것으로, 앙드레 말로,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같은 유명 지식인들은 반파시즘/반프랑코 진영에 서서 직접 이 내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며, 기옐모 델토로의 2001년작 <악마의 등뼈> 역시 이 내전기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코군에게 부모를 잃은 카를로스, 이 꼬마는 마을 한가운데에 불발탄이 박혀있는 동네의 한 고아원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카를로스는 소년들의 리더격인 하이메와 시비가 붙지만, 몇 차례 그를 관용과 포용으로 끌어안으며 서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카를로스에게는 서서히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소년들은 불발탄이 마을에 떨어지던 날 죽은 산티일 거라고 한다. 산티는 카를로스에게 "너희들 모두 죽을 것"이라 경고한다. 고아원과 고아들을 보호하려는 어른들과 감추어진 탐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어른들의 대립은 점점 심화되고, 아이들은 부분적으로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을 위협하던 것처럼 보이던 존재는 결국 그들을 보호하려던 우호적인 존재였으며, 그들과 같은 피해자였음이 밝혀진다. 그래서 고아원의 아이들은 내전에 휘말린 스페인 민중처럼 보이며, 이데올로기는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친구였던 산티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