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유전자뿐 아니라 우성 유전자를 조작하여 맞춤 아이로 만들어주는 머지않은 미래사회. 유전자가 조작되지 않은 것이 희귀할 정도여서, 부자나 특권층 사람들 소수를 제외하고 일반 사람들은 보통 유전자 조작 농축산물을 먹는다. 그러다 유전자 조작 인간이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어서 생기는 희귀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게다가, 피가 섞이지 않은, 결국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전자가 조작된 자녀가 희귀병에 걸리거나, 집안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식들을 버리기까지 한다. 이런 아이들을 모아둔 고아원이 부족할 정도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나무’도 이런 경우. ‘나무’는 우성 유전자로 조작된 아이이지만, 부모의 요구로 ‘아이다움’을 잃지 않게끔 유전자가 조작되었다. 유전자 조작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나무’ 부모의 사업 실패로 부모는 ‘나무’를 버려두고 도망을 친다.
‘나무’의 앞집에 사는 정 회장은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졌지만 유전자 산업회사의 대표이다. 이 회사는 병마에 시달리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유전자 산업의 선두주자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유전자 조작 아이[지엠오 아이]를 만들어주지 않는 회사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회사의 대표지만, 정 회장의 개인생활은 행복하지 못하다. 아들이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을 학생 때부터 해오고 있고 현재 떨어져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텔로미어(인간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연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 회장은 냉동 인간이 되느냐 여부를 두고 계속 고민중이다.
기계처럼 살고 있는 정 회장은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나무’를 만나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인간 본연의 마음을 회복해간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딱딱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이는 정 회장의 일상에 끼어든 ‘나무’. 정 회장은 오랫동안 친아들, 친손자, 친증손자를 외면해왔으면서도 증손자 같은 ‘나무’의 천진함에 마음을 조금씩 열지만, 결국 ‘나무’를 고아원으로 보내 버린다. 그러나 ‘나무’의 빈자리를 느끼고 곧 데려오는데, 이즈음 ‘나무’의 희귀병 증상이 좀더 많이 발병하기 시작한다. ‘나무’를 치료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정 회장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어쩌면 예상되는 죽음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무’에게서 큰 감화를 받는다. ‘나무’의 충고와 바람대로 정 회장이 아들 가족과 화해할 것을 결심한다. ‘나무’의 희귀병은 치료될 수 없는 것이고, 언젠가 머지않아 ‘나무’는 자신을 끔찍이 아껴준 친할아버지가 있는 하늘나라로 가게 될 것이다. 정 회장은 아마 냉동인간으로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는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런 예상을 남긴 채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