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이곳의 생활에 적응을 하다가 장수풍뎅이는 어느 날 무모한 욕심을 냅니다. 날지 못하지만 그래도 날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상자 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칩니다. 상수리나무 수액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고픈 꿈을 향해 더욱 힘을 모아 돌진하다 보니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그러나 결국 ‘쿵’ 하고 벽에 부딪혀 톱밥 위로 떨어지고 맙니다.
흔한 일은 아닙니다. 애완용 장수풍뎅이 중에서 용기 내어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녀석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뿔을 세우며 눈물나게 다시 돌진합니다. 희망을 본 것일까요?
아크릴 상자에 갇힌 힘센 장사 장수풍뎅이가 장수하늘소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장수풍뎅이의 이루지 못할 꿈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욕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인간에게 사육을 당하는 처지로 평생을 살더라도, 상자 밖을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꿈을 위해 벽에 부딪히는 고통을 이겨내며 타의에 의해 강요된 현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장수풍뎅이의 꿈은 더 이상 욕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녀석은 아마도 나름의 생을 살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말입니다.--- 하늘을 찌르는 욕심들 _ 허상과 희망” 중에서
직장생활을 14년 이상 하며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는 동안 나름대로 터득하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관계를 통해 ‘직장생활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내게는 세상을 살며 퇴화하지 않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극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첫째, 멘토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합니다. 멘토는 내가 그 사람 흉내를 내고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둘째, 반면교사, 멘토와는 반대로 ‘절대로 저 사람처럼 돼서는 안 되겠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나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그에게서 교훈을 찾는 것입니다.
셋째, 경쟁자입니다. 나와 겨룰 수 있는 경쟁자, 즉 라이벌이 있다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를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어설프게 조화되면 스스로를 망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경쟁자와의 지나친 경쟁으로 무리수를 두면 오히려 자신을 망치고 패배주의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 내가 반면교사로 삼았던 인물처럼 나 스스로가 또 다른 이의 반면교사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과 너무나 맞지 않는 상대를 멘토로 삼으면 그 사람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좌절하고 말 것입니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는 멘토, 반면교사, 그리고 경쟁자를 찾아야 합니다. 먼저 나를 알지 못하면 천 명의 스승과 높은 이상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먼저 나를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것 2 _ 이상과 현실” 중에서
이제껏 살면서 삶 속에서 몇 가지 큰 교훈을 얻은 사연이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복무 기간 중 얻은 소중한 교훈이 있습니다. 너무나 힘든 군 훈련소. 8월의 뙤약볕에 혈기왕성한 군인들도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연일 계속되는 혹독한 훈련은 우릴 금세 지치게 했고, 밤을 샌 행군 뒤에 도착한 유격장에서는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힘든 PT체조가 끝난 후 거의 탈진해 있는 우리에게 훈육대장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유격장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절벽 위에 우리를 세우더니 ‘어머니 마음’을 부르라고 했습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여기저기 한 명, 두 명 흑흑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급기야 거기 있는 녀석들 모두가 눈물을 흘립니다. 땀에 눈물에 흙으로 범벅이 된 얼굴. 서로를 보며 더 크게 울고 더 크게 노래를 부릅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니 약간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이윽고 훈육대장이 입을 엽니다.
“지금 이 상황은 너희들이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겨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알겠나?”
우리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습니다.
“예!”
그리고 이어지는 훈육대장의 한 마디.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그 말,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훈육대장의 이 한마디 말은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살면서 내게 커다란 교훈과 자극을 주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교훈을 얻어온 것만으로도 나의 군 생활은 덧없이 시간만 낭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의지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지요.
---“긍정, 365일 세뇌하는 이유 _ 의심 그리고 부정” 중에서
시청률에 대한 방송인들의 중압감이야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테니 만인의 관심사인 돈을 놓고 생각해 볼까요? 내 일을 진득하게 하는 것만으로 부와 경륜, 명예를 쌓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저금리와 조기퇴직, 고령화에 대비해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단순히 저축과 절약, 근면과 성실이라는 가치만을 고집해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더욱이 이런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부의 재편을 서두르라는 재테크 서적이 쏟아지고 있으며, 시청률에 먹고 사는 방송에서조차 시청자가 어렵게 생각한다는 경제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일년 만에 큰돈을 벌었다는 성공사례들이 언론과 서적을 통해 연일 발표되니 돈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괜히 불안해지고 재테크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 저축의 시대가 아닌 투자의 시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준비할 시간과 투자할 때를 무시하고 누구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놈의 조급증 때문에 누가 주식해서 돈 벌었다면 우르르 주식하러 가고, 또 누가 집 사서 돈 벌었다면 우르르 집 보러 몰려다니다 꼭지에 사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거나 결국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투자에서도 ‘때’를 기다리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다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흘러가는 시간은 좋은 추억이 되고, 온전한 기회를 제공하는 현재가 되며, 또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미래가 됩니다.
---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 _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