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황발작은 많은 사람들이 한두 번씩 겪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공황장애라고 진단하지는 않는다. 조금 복잡한 얘기이지만, 공황발작에서 공황장애로 진단하려면 다른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1회성 공황발작만으로 장애로 진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이후에 다음 제시하는 증상이 하나 이상 나타날 때 공황장애로 진단내릴 수 있다. 첫 번째는 공황발작이 다시 발생하거나, 또는 발작에 따른 후유증이 있어야 한다. 후유증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통제력을 상실한다거나 또는 심장발작이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또 나타날까 봐 지속적으로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공황발작과 관련해서 현저하게 부적응적인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가 여부이다. 예를 들면 공황발작을 회피하기 위해 일상의 활동을 모두 하지 않거나 낯선 상황을 아예 피하는 행동 같은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중에 하나 이상이 나타나면 공황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앞서 두 번째 사례에서 여성 의사가 처음에 경험했던 것은 공황발작이다. 그리고 공황발작을 몇 번 경험하고 나서 그다음부터는 유사한 상황이 오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을 운전석 옆자리에 앉히거나
운전을 부탁해 혼자 운전하는 상황을 회피하는 것은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두 번째 요건에 해당된다. 첫 번째 사례의 Y씨 역시 공황발작을 경험했다. 심장이 조이는 듯한 느낌, 어지럼증, 손발의 힘 빠짐, 질식할 것 같은 호흡 곤란, 가슴의 통증과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꽤 여러 개를 동시에 겪었다. 하지만 Y씨 같은 경우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바로 상담을 진행해 공황장애까지 발전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일상에서 가끔씩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고, 땀이 나기도 하는 상황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역시 공황발작이라고 의심을 해야 할까?
---「1. 공황장애 증상을 말하다」중에서
상담 현장에서 섭식장애 내담자와 작업을 하다 보면, 부모나 내담자 모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엄마와 내담자 사이의 애착과 친밀함이 유독 끈끈하고 심리적으로도 분리되지 못한 채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서양에서도 섭식장애는 엄마가 상담실에 따라오는 경우가 다른 정신장애에 비해 현저히 많다. 이는 자녀의 식이장애만큼 부모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전통적으로 자녀의 섭식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 자녀를 보면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엄마에게 죄책감을 주기 위해 먹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서 섭식장애 치료를 위한 중요한 접근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섭식장애자들의 부모와 관계를 살펴보면, 엄마가 굉장히 신경질적인 사람이 많고, 엄마와 양가감정형 애착을 형성한 경우가 많다.
양가감정형 애착은 엄마가 지나치게 변덕스럽거나 양육 태도에 일관성이 없을 때 형성된다. 엄마가 기분이 좋을 때는 아이가 칭얼대도 웃은 얼굴로 대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조금만 칭얼거려도 바로 화를 내고 매몰차게 대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의 기분은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엄마의 감정에 따라 바뀐다. 엄마의 일관되지 않은 양육 태도는 아이를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하고, 엄마에 대한 ‘집착’과 ‘배척’이라는 양가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이런 아이는 결국 정서적으로 엄마에게 매여 있는 상태로 성장하는데, 그들이 엄마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식이장애를 통해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4. 섭식장애 증상을 말하다」중에서
ADHD의 진단명은 그 자체에 많은 상징과 이야기를 내포하는 대표적인 이름이다. 정신분석가 라캉(Lacan)이 “해답은 표면에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ADHD라는 진단명이 바로 병의 원인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다. 아이에게 주의력이 결핍되어 있다는 건, 어쩌면 아이에 대한 부모의 주의가 결핍되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아이에게 올바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는 올바른 주의력을 습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만약 부모의 주의가 아이의 행동에만 과잉되게 집중되어 있고,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애정과 관심은 결핍되어 있다면, 아이는 자신에게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과잉행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마음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 ADHD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양육 환경은 상담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물론 신경계통의 이상으로 ADHD가 발생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다른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강화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문제적 행동은 먼저 심리적인 원인을 밝히고 그것을 해소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행동과 성취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아이의 정서와 감정에는 무관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이 결핍되었다고 느끼고, 부모의 주의를 끌거나 교란시키기 위해 과잉으로 행동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9. ADHD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말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