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울게 놔둬요!
박효선 (컨텐츠팀, pokopon@yes24.com)
2011-07-08
조카가 처음 생기고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예쁜 얼굴이 아닌데 무조건 ‘아이고~ 예쁘다’라고 말해야 하는 강요나, 똥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이나, 먹다 뱉은 음식물을 먹어주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지금은 울든지 말든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꼭지를 잃어버린 수도처럼 멈추지 않았던 조카들의 다양한 눈물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카가 둘, 셋 늘어가면서 다양한 ‘눈물’의 의미를 터득하게 된 것이겠지요. 뭐 정확히 말하면 ‘울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른들은 슬플 때, 기쁠 때, 감동 받았을 때 정도로 ‘눈물’을 크게 나눌 수 있다 치면, 아이들의 ‘울음’에는 단순하지만 세세한 감정들의 요소가 있습니다. 감정의 깊이와 그다지 관계는 없지만 엄마가 밥 늦게 주면 배고파서 울고, 넘어지면 아파서 울고, 숙제가 하기 싫으면 짜증나서 울고, 친구랑 싸우다 화가 나서 울고... 그래서 이 감정적인 부분들을 해소해야만 아이들의 ‘울음’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일단 울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당황스러워 해결점을 찾기가 힘들고, 아이들은 이 감정들을 ‘울음’이 아닌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 해소하기가 힘듭니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일 등의 감정을 추스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미 어른인걸요.
『눈물바다』 주인공에게도 눈물이 곧 흐르고, 울음이 막 터질 것 같은 상황들이 돌진하는 오뚝이처럼 자꾸자꾸 생겨납니다. 하루에 한 번도 힘든데, 다양한 눈물의 원인들이 한 번에 주인공을 향해 자기들끼리 바통 터치를 하듯 달려옵니다. 많이 참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눈물은 흐르고, 울음은 터져 주인공의 눈물은 바다가 되어 감정들을 쓸어갑니다. 아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간접 경험으로 주인공의 '눈물 바다'에서 같이 울고 웃고, 함께 눈물을 훔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어른들은 아이의 ‘울음’을 어떻게든 그치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할까요. 아이는 감정을 해소하려고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터뜨린 것인데. "뚝 그쳐!" 따위로 그 물꼬를 막으려고만 했었으니까요. 조카가 울면 언니는 “그냥 내버려둬~” 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귀찮아서, 자주 우니까, 울 때마다 달래주면 버릇없어 질까봐…… 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그건 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시원하게 울고 진정될 때까지 그냥 나둬”였던 것입니다. 이 책이 조금 일찍 나와 주었더라면 ‘울음’이 터져 얼굴이 탄 고구마 같이 변해버린 조카 옆에서 다 울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눈물도 닦아주고,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위로를, 그리고 저는 조카의 ‘울음’에 한결 빠르고 가뿐하게 적응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