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 달 전, 택시를 타고 용산참사 현장을 지나갈 때 택시 기사가 이렇게 얘기했다. 저것도 이제 그만 해야 돼. 난 자기 일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물론 나 역시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만화가들이 그린 《내가 살던 용산》을 보면서 그 속사정을 마치 한 식구가 된 것처럼 알게 되었다. 이제 그 택시 기사를 만나면 말없이 그냥 이 책을 건네주면 된다.
박재동(만화가)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긴장감, 생생한 캐릭터 묘사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사건 기사와 정치적 쟁점이 놓치고 있는, 바로 그날 망루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펜 끝에서 신비하게 되살아난 그날의 인물들이 왜 기어이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가를 스스로 털어놓을 때, 우린 비로소 그들이 열사도 테러리스트도 아닌 그저 사람 대접 받으며 살고 싶었던 평범한 우리 이웃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당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고 말한 고 윤용헌 씨의 한마디가 줄곧 가슴에 사무친다.
정윤철(영화감독)
용산참사와 관련한 재판 과정을 보면서 검사들도 틀렸고, 판사들도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인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못하는 척 시늉하고 있다고.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그 불길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인 한에는 말이다. 그러다가 나는 중요한 전제 하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시공업체와 용역들과 경찰총장과 서울시장과 대통령과 총리와 검사와 판사 들은 죽은 철거민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전제 말이다. 애당초,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기 전부터.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모든 게 분명해진다. 철거민들도 사람이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한 권의 책까지 만들었다. 다른 노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만 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니, 증명해도 믿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믿든 믿지 않든, 사람은 사람이다. 그것만은 너무나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인 한, 당신들은 틀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김연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