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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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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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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32g | 120*182*20mm
ISBN13 9791197879418
ISBN10 1197879412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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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살고 싶은 방향, 살고 싶은 집] 일흔을 앞두고 강원도에 집을 지은 저자는 ‘좋아하는 공기와 냄새, 소리와 함께 살고 싶었다’고 한다. 소박한 행복과 생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집. 그것이야 말로 ‘내게 내린 상’이라는 말이 맴돈다. 이토록 자연스럽게,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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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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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가면서 일 년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집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움이고 안타까움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릴 적 추억이 쌓여 있는 그 집들이었다. 결국 아파트에서 이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아파트에서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삶. 나는 그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뛰고 잠이 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은 거저 얻어지는 법이 없다. 과거의 나는 매번 너무 쉽게 물러났다. 가장 좋은 것을 포기하고 두 번째에 만족하는 타협을 자주 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을 양보하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이제 내 생애의 마지막 장에서 해야 하는 최대의 결정을 앞두고, 나는 물러서기가 싫다.
---「결정」중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콘크리트와 나무와 유리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다. 삶의 흐름을 바꿔놓고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무엇보다 시간을 되찾아준다.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이 순간들, 어쩌면 지나쳤는지, 잊었는지도 모를 시간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시간과 기억이 어우러져 이 모든 것이 구름처럼 떠 있는 곳, 그곳이 집이다. 동사무소에 들러 건축물 대장을 떼고 평창군청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취득세 관련 문의를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적은 액수다. 휴, 안도한다. 공연히 마음을 졸였다. 서류를 떼어준 직원이 기뻐해준다.
“땅을 사셨어요? 집을 지으셨어요? 좋으시겠어요. 저도 시골집을 사서 고쳐서 사는 게 소원인데.”
“지금부터 바라면 칠십 살쯤에 할 수 있어요.”
내가 집을 지었다. 건축물 대장을 손에 쥐었을 때의 뿌듯함이란. 어딘가에 내 집이 있다. 내가 지은 집이 있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집.
---「어딘가에 내 집이 있다」중에서

평생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기억하지도 못할 숱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이제 이 나이가 되어 마음과 느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달빛이 온 집 안을 채운다. 서재 방 앞창으로, 욕실 천창 위로, 침실에 누우면 보이는 뒤뜰에도, 뽀얀 빛의 가루가 뿌려져 곱게 가라앉는다.
---「이 밤을 다 가졌다」중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그렇게는 살 수 없겠다 싶으면서도 그 기세에 눌리는 느낌이랄까. 그래. 자유롭다는 것은 조금은 외롭다는 뜻이다. 여행을 떠나고 때로는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렇게 옆자리를 비우면 조금은 외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를 파고드는 맑고 찰랑거리는 햇살과 산듯한 바람, 그 미세한 살랑거림이 가슴을 채우면서 죽어가던 감각을 일깨운다. 이 세상을 점점 더 멀리서 바라보다가 언젠가는 휙 스러져갈 한 인생을 위하여, 조금은 쓸쓸한 이 느낌을 즐길 때.
---「자유롭다는 것은」중에서

이제는 터득했다. 그렇게 기를 쓰고 해내야 할 일은 없다. 그저 할 만큼 하고 힘들면 쉬고, 허리를 펴고 앉아 숨을 들이키며 하늘을, 산 위에 떠다니는 흰 구름을 바라본다. 의자를 뒤로 젖힌 채 하루 종일 아무 일을 안 해도 괜찮다. 영화를 몇 편씩 보기도 하고 파보 예르비의 파리 콘서트를 어두워질 때까지 보고 있어도 좋다. 무엇을 해도 좋다. 서두를 일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졌다. 일이 넘쳐나지만 일 하나하나도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다. 그래서 초조함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한다.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진흙탕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대로 충분하다.
---「이대로 충분해」중에서

절실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그대로 느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순간순간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 고요한 공간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남아 있는 날들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쪽 창 높이 달이 떠 밖으로 나를 불러낸다. 잠자는 시간을 아주 잠시만 미루고 달빛을 맞는다. 하얀 눈, 달빛. 혼자 즐긴다. 아무도 몰래 좋아한다. 눈 속에 발이 푹 빠진다.
---「아무도 몰래」중에서

일흔을 앞두고 집을 지었다. 집을 지었다는 말은 지금까지의 삶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좀 더 자유롭고 더 넓은 나의 내면으로 떠날 준비를 갖추고 그 터를 마련한 것이었다. 열심히 살았고 나에게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스스로라도 나를 위로하고 칭찬할 필요가 있다. 슬레이트블루. 오래된, 그러나 바래지는 않은, 앞으로도 퇴색할 기미가 없는, 잃어버릴 수가 없어 깊숙한 구석 어딘가에 융숭하게 감추어 두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득 꺼내어 든 색깔. 칠십 번째 내 생일은 이 색으로 기억될 것이다.
---「생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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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단순한 기쁨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욕심을 비워낸 후에 오는 자유롭고 단출한 행복! 사계절의 변화 속에 자연과 교감하며 매번 새롭게 놀라고 감탄하는 ‘최고의 순간’들이 아름답다. 누군가의 집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 진정한 의미의 집을 그리게 하는 책이다.
- 이해인 (수녀, 시인)
비탈진 땅을 고르지 않고 지은 집, 잡초도 꽃이 되어 뿌리 내린 집. 평생을 바랐던 집에서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작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히 스쳤던 집의 구석구석이 스위치를 올린 듯 환하게 켜진다. 집이란 무엇일까, 그 소중한 곳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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