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 등산로 가는 길에 있는 봉평동이 최근 통영 여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 책방을 중심으로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으로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등산객이 오가던 봉수로가 어느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예쁜 거리로 변신했다.
봉평동의 옛 지명은 봉수동烽燧洞, 토박이말로는 봉숫골인데, 봉수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여기서 봉수는 미륵산에 있는 봉수대를 말한다. 주민들에게는 이 봉숫골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통영 봉숫골은 4월이면 벚나무 가로수가 꽃망울을 터뜨려 벚꽃터널 이 장관을 이루는 명소다. 용화사거리에서 시작해 봉평주공아파트 지나 용화사 주차장까지 600m 정도 되는 벚나무 길을 따라 걸어봤다.
--- p.26, 「2. 통영시 봉평동」 중에서
최근 망경동에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바로 2020년 4월 문을 연 한옥 카페 은안재 덕분이다.은안재는 은혜롭고 편안한 집이라는 뜻으로 남은숙(31·사진) 대표가 1954년 지어진 집을 카페로 고쳤다. 한옥과 일본식 건축 양식이 섞인 이곳은 손님이 발 내딛는 순간부터 사진을 찍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옛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한몫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남 대표는 남자친구가 있는 진주에 레트로복고 감성이 묻어나는 카페를 차리고 싶었다. 여러 동네를 수소문하다 망경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촉석루가 보이고 오래된 집들이 많아 할머니 집에 온 것 처럼 편안했다”며 “7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이 집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기보다는 그대로 보존하며 역사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p.52, 「4. 진주시 망경동」 중에서
우포생태체험장에서 다시 차로 5분을 달려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있는 우포시조문학관을 찾았다. 우포늪 4개 습지 중에서 목포늪 한쪽에 있는 2층 건물이다. 원래는 우포늪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환경단체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실 건물이다. 물론 지금도 1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고, 2층을 문학관으로 쓰고 있다.
2016년 처음 개관할 때는 이우걸문학관이었다. 창녕에서 태어나 40여 년 현대시조의 길을 개척한 이우걸 시조시인 이름을 붙였다. 우포시조문학관으로 바꾼 지금도 관장은 이우걸 시인이 맡고 있다. 문학관에는 이우걸 시인이 낸 책들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 시인이 쓰는 조그만 작업실도 있다. 작은 문학관이지만, 매년 여름의 끝자락이면 입구 나무 그늘서 운치 있게 우포시조문학제가 열린다. 우포늪에서 가까운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산토끼노래동산을 둘러봐도 좋다. 국민 동요 ‘산토끼’ 발상지가 창녕인데 이를 주제로 만든 공원이다. 이곳은 아이들하고 가면 즐거운 게 많다.
--- p.67, 「6. 창녕군 우포늪」 중에서
오래되고 낡은 골목은 그 자체로 어떤 문화적인 힘이 있다. 바래고 갈라진 틈새마다 삶의 손때와 땀내가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난한 삶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은 골목여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부분 골목은 도시재생으로 예쁘게 꾸며졌다. 이런 골목 사이를 돌아 다니며 하는 추억 여행도 좋지만, 문득 들어선 낡은 소골목에서 오랜 삶의 손때와 땀내를 만나는 일도 나름 즐겁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136번지 앞. 이곳은 한때 중고생들이 몰래 담뱃불을 비벼끄던, 창동의 어두운 뒷골목이었다. 골목 입구를 가로지른 2층 집은 의령 출신 독립운동가 남저 이우식(1891~1966) 선생이 살던 곳이다. 몇 년 전 골목에 뉴질랜드 카페 리빙앤기빙이 들어서며 새삼 밝고 운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 p.94, 「9.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중에서
카페 정미소는 옛 정미소 본연의 느낌을 살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빨간 쌀 승강기와 석발기, 군데군데 놓여있는 인테리어 소품에서 카페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대표에게 삼천포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자연풍광이 너무 이쁘다”며 “산, 바다, 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고 개인적으로 바닷가 쪽을 좋아하는데 낙조가 아름다운 실안해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향은 그가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자연을 보고 자랐으니까 자연스럽게 동양화를 전공하지 않았나 생각이든다”며 “그동안 섬이나 바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왔고 이걸 어떻게 작업으로 풀지는 작가로서 과제다”고 말했다.
--- p.107, 「10. 사천시 삼천포 해안」 중에서
하덕마을은 풍경을 화폭에 담은 산수화처럼 빼어나다. 악양 십이경十二景 중 하나다. 예로부터 마을 앞 옥산玉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맑은 안개가 저녁에 지는 햇빛에 청홍색靑紅色이 영롱했다. 현재는 골목마다 예술작품으로 물들었다. 악양의 화가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정서운 어르신을 기리고자 야생차를 주제로 만든 마을 골목 갤러리인 ‘하덕마을 섬등갤러리’다. 섬등은 육지나 섬처럼 여겨지는 곳을 지칭하는 하동의 지역말이다. 골목 갤러리에는 경계를 아울러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이 만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밖에도 최참판댁 입구에서부터 하덕마을까지 이어지는 길 곳곳에 ‘2018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설치된 다양한 미술작품도 있다. 이 중 빈집에 설치된 이정형 작가의 ‘비치다’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빈집이 되기 전 이곳은 약방, 구멍가게, 만화방, 나락가마니를 쌓아두었던 창고
였다. 다른 지역 벽화마을과 달리 한적하고 작품이 뻔하지 않아 좋다.
--- p.249, 「24. 하동군 악양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