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키치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메키치라고 합니다. 준수한 외모에 명석한 두뇌를 지닌 초등학생이지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를 뚱땡이라고 부릅니다. 어떨 때는 그 앞에 ‘멍청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고요. 뭐, 사실 대로 고백하면 조금 뚱뚱하긴 합니다. 공부를 썩 잘하는 편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위해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도 하고, 그런 기특한 면을 보고 스스로 천재라고 칭찬할 줄도 아는걸요! 얼마 전에도 단짝 친구 신고의 소원을 이루어 준 일이 있답니다. 제가 멍청한 뚱땡이가 아니라 얼마나 괜찮은 어린이인지 제 얘기 한번 들어 보실래요?
카메키치의 소원 이루기 대작전
속았습니다. 또 속았어요. 5월 연휴에는 분명 디즈니랜드에도 가고 우에노 공원에도 간다고 해 놓고, 연휴 마지막 날에 휴일마다 가는 가까운 효탄연못 공원에 가다니요. 목욕탕이 망가지는 바람에 도쿄에 가기 위해 모은 돈을 몽땅 수리비로 썼다는 슬픈 사연이 있지만 그래도 너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더 재미있다는 아빠의 말도 소용없었습니다. 보던 거 또 보고 하던 거 또 하려니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거든요.
투덜거리며 공원을 돌아다니다 단짝 친구 신고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는 혼자였어요. 외톨이처럼 쓸쓸한 표정으로 유원지를 서성이는 신고를 반갑게 불렀지만 신고는 냅다 사라지고 말았지요.
다음날 학교에 가 보니 신고는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모르는 게 없이 똑똑하지만 잔소리꾼인 엄마, 억지로 소꿉놀이를 시켜놓고는 제 맘대로인 내 동생 코이, 껄껄거리며 허세를 떨지만 언제나 엄마한테는 꼼짝 못 하는 아빠. 신고는 이렇게 시끌벅적한 우리 집이 너무 부럽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신고의 슬픈 표정에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아빠처럼 허세를 부리고 말았지요.
부모님이 음식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가도 아무도 없어 외롭다는 것, 일요일에도 가게 때문에 아무데도 갈 수 없다는 것, 동생을 갖고 싶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다는 것.
자,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내가 들어주어야 할 신고의 소원이었어요.
첫 번째로, 나는 친구들과 함께 모금함을 만들었어요. 얼마든지 마음을 모아 신고 부모님께 가져가 부탁드릴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신고가 이 사실을 알고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르바이트! 열심히 일한 돈을 함께 모으는 방법은 신고도 찬성이었어요. 우리는 심부름센터를 오픈하기로 하고 전단지를 만들었어요.
‘어떤 일이든 해 드립니다. 한 번에 800원. 청소, 개 돌보기, 자전거 청소, 장 보기, 숙제 그 밖에도 아무거나 편안하게 말씀해 주세요. 책임자 카메키치.’
우리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고 엄마가 이 사실을 알고 우리 얘기는 하나도 안 들어보고 일방적으로 화를 내셨지요.
결단을 내려야 했어요. 모두 우리 집으로 몰려갔어요. 나는 방에 틀어박혀 우리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시위를 할 셈이었지요. 아빠에게 부탁해 방문을 체인으로 걸어 잠그고 우리는 꼼짝도 안 했어요. 엄마 아빠와 신고 부모님이 합세하여 공포의 불고기 냄새 작전을 폈지만 우리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었어요. 결국 우리는 승리했고, 나는 신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답니다.